중국ㆍ일본에 빼앗긴 제천의례, 원구단에서 ‘부활’

[단군문화기획 4편] 서울 남산제례문화원과 원구단

▲ 2013년 '원구단 개천축제'에서 인사말하는 신복동 남산제례문화원장(제공=매일종교신문)


서울 남산타워에 가본 적이 있는가? 다음에 케이블카를 타면 내려올 때 오른쪽 창가 밑을 보라! 대형 태극기와 단군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곳이 원구단에서 개천절을 지내는 남산제례문화원이다. 문화원은 남산케이블카 입구에서 충무로로 내려오는 길 왼편 돈가스 식당가 뒤편에 있다.

2층으로 올라가니 환웅(桓雄)을 모신 천진궁, 마고(麻姑)를 모신 조상궁이 모습을 드러냈다. 옥상은 케이블카에서 본 단군이다. 이곳을 천단이라고 한다.

신복동 남산제례문화원장(72)은 2010년도에 박영록 범민족화합통일운동본부 총재를 만나 ‘원구단 개천 축제’를 열고 있다.

그렇다면 원구단은 어떠한 곳인가? 고려 성종2년(983) 정월에 “왕이 원구에서 기곡 祈穀할 새 태조로서 배향하였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조선 태종 때 변계량(卞季良)은 우리나라는 중국 천자의 분봉국(分封國)이 아니고 ‘단군이 하늘에서 내려와 개국하였기 때문에’ 임금이 천제를 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464년에 천자가 아닌 왕이 하늘에 제를 올리지 못한다는 강압 때문에 원구제는 중단되고 만다.

433년이 지난 후 고종은 원구단을 세우고 대한제국을 선포한다. 황제 즉위식과 함께 제천의식을 지냈다. 하지만 1913년 일제에 의해 원구단은 헐리고 그 자리에 총독의 철도호텔(현 조선호텔)이 들어서는 비운을 맞는다.

중국과 일본에 짓밟힌 제천의례는 지난 2008년 전주이씨대동종약원에서 100여 년 만에 환구대제라는 이름으로 복원됐다. 이어 2009년부터 민족단체에서 10월 3일 개천절 장소로 부활했다.

박영록 총재는 “개천절은 한민족이 한 뿌리 한 형제자매임을 되새기고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나갈 것인가를 다짐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고 말했다.

장영주 국학원장(대행)은 “사직 제157호 원구단에서 봉행하는 천제를 통해 배금주의와 개인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조상의 뿌리를 알게 하고 충효의 정신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 서울 남산타워에서 케이블을 타고 내려가면 남산제례문화원 대형태극기와 단군상을 볼 수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신 원장은 개천절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음력 개천절을 지낼 때가 (날씨가) 추워요. 그 추운데 그 사람들이 절 보고 오겠어요? 우리 조상님, 국조 할아버지 개천절 행사를 기억해서 지방에서 오는데 얼마나 감사해요. 일일이 차비는 못 해줘도 달력과 수건 하나, 떡을 봉투에 담아서 드려요.”

신 원장은 원구단 천제에 만족하지 않는다. 많은 관광객이 천제를 봐야하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남산제례문화원은 ‘천부경 강해’, ‘풍수지리’, ‘태극기와 건강생활’, ‘정체 치유법’ 등을 주제로 대중강의를 무료로 열고 있다.(문의 02-774-6950)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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