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수궁 프로젝트’.
덕수궁의 파란만장했던 역사 이야기가 궁내 전각과 정원에서 모두 9개의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12명의 현대예술가들이 설치작품으로, 사운드 아트로, 공연과 퍼포먼스로 표현한 작품들은 덕수궁의 역사를 담담하고 진지하게 보여준다. 생각을 끊고, 감각은 열고 늦가을 정취와 함께 궁궐에 든다.

고종이 머물던 함녕전에 들어서자 왕비를 잃고 국가의 존망 앞에서 힘들고 외로웠을 마음을 보료 3채에 의지했던 박복한 군주의 운명이 느껴진다. 명성황후의 신주를 모셨던 덕흥전은 일본에 의해 화려한 단청으로 치장돼 접견장으로 쓰였다. 엄숙하고 신성한 공간에 덧칠해진 훼손의 역사를 울퉁불퉁 굴곡지게 비추는 의자와 사운드 아트가 무겁게 다가온다.

유일하게 단청을 입히지 않아 소박한 석어당에는 개화기 무렵의 아기자기한 가구와 공예품으로 고종의 고명딸이자 온 국민에게 사랑받았을 덕혜옹주의 방이 꾸며졌다. 선조가 거처하고, 인목대비가 유폐되고, 덕혜옹주가 뛰어놀던 석어당에 그 모든 아픔을 위로하듯 커다란 눈물 한 방울이 떨궈져 있다.

파란만장했던 덕수궁의 역사를 지켜봐야 했던 중화전에는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영상이 흐른다. 존재와 비존재, 생성과 소멸, 빛과 어둠이 경계를 넘나들고 환상적인 공간, 초월적인 시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픔과 시련으로 우리를 단련하고, 슬픔과 좌절을 끝내 희망으로 딛고 일어서려는 염원을 담은 덕수德壽. 파란만장한 세월의 흔적을 묻고, 덕을 누리며 영원하기를.
<사진 설명 (순서대로)>
1. 서도호_함녕전 ‘함녕전 프로젝트-동온돌’
2. 하지훈_덕흥전 ‘자리’(사운드:성기완)
3. 김영석_석어당 ‘Better Days’
4. 이수경_석어당 ‘눈물’
5. 류재하_중화전 ‘시간’
글 | 사진·임선환 eve8739@naver.com
전시 정보·www.mo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