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괜찮아요, '남산 N서울타워 광장' 탐방기

혼자라도 괜찮아요, '남산 N서울타워 광장' 탐방기

[김양의 가을 산책- 1] 남산 꼭대기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 10월 중순에 갓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남산 산책로. 11월 초순인 지금은 완연하게 가을빛을 내뿜고 있겠다.

 

서울역에서 남산 N서울타워까지 올라가는 길은 눈이 즐겁다. 하늘을 보아도,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아도, 성곽을 보아도 온통 눈이 즐겁다. 하지만 솔로라면 N서울타워에 도착하기 전, 외로움에 몸부림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는 곳에서부터 급작스레 사람이 늘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연인끼리 온 사람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 봉화대 앞에서 외국인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남자가 여자를 업고 내려가는 연인을 뒤로 하고 계단을 올라가느라 숨이 턱까지 타오를 즈음, 봉수대가 나온다. 남산에 있는 봉수대는 1990년대 남산 문화유적 복원 및 생태계 회복 사업인 ‘남산 제모습찾기 종합계획’으로 복원되었다. 전화기 같은 근대적 통신수단이 발달하기 전 긴급한 사태를 빠르게 알리는 목적으로 사용했었던 봉수대 앞에서 사람들은 핸드폰 등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다.

 


▲ 시간 맞춰서 찾아가면 남산 N서울타워 앞 광장에서 하는 전통무예 시범 등 공연도 볼 수 있다.

 

남산 N서울타워 앞에 사람들이 많다 싶더라니 전통무예 시범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진검으로 짚이나 대나무 등을 베는 모습이 굉장히 절도 있다. 이곳에서 시범을 보이는 사람들은 사극 전투장면에도 출연한다고 한다.

 


▲ 야외 전망대를 빼곡히 덮은 사랑의 자물쇠들. 다들 사랑을 단단히도 잠가 놓았다
.

 

시범 공연이 끝나고 열심히 박수 치고 난 뒤 주변을 돌아보니 이곳이 바로 솔로가 오면 외로움에 사무친다는 ‘사랑의 자물쇠’가 있는 곳이다. 야외 전망대 일부는 철망에서 유리로 바뀐 곳도 있다. 사랑의 자물쇠는 사랑을 약속한 자물쇠를 채운 뒤 사람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열쇠를 버리면 그 사랑이 영원토록 변치 않는다고 해서 유명해진 이벤트다.

 


▲ 남산 N서울타워 야외 전망대에 걸어 놓은 자물쇠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사랑의 트리나무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 남산공원 외에도 이탈리아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 중국 장가계 천하제일교 난간, 울산시 대왕암공원 등에도 사랑의 자물쇠를 볼 수 있다. 로맨틱한 이벤트의 뒷면에는 던져버린 열쇠가 환경오염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N서울타워에서는 이제 열쇠 수거함을 따로 만들어 받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남산 환경지킴이 그린팀이 남산 주변에 버려진 열쇠를 수거하는 활동도 한다.

 


▲ N서울타워 광장 한쪽에는 팔각정이 있다. 팔각정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한쪽에는 팔각정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팔각정 부근에 국사당이 있었다. 일제가 남산 식물원 자리에 신궁을 지으면서 신궁보다 높은 곳에 사당이 있을 수 없다며 인왕산 자락 선바위 부근으로 국사당을 옮겼다. 국사당에는 여러 무속신앙 신을 모시고 있지만, 특히 무학대사를 모셔 국사당이라 불린다. 이 자리에 1959년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우남정이 처음 세워졌으나 1960년 4.19혁명 때 철폐되었다.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 정권이 다시 팔각정으로 세워, 국사당이 제자리를 찾을 기회는 영영 사라졌다.

 


▲ N서울타워를 밑에서 올려다 본 모습.

 

여담이지만 이날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는데 아주 맛있어 보였다. 이날 아침도 점심도 먹지 못한 채 산을 탔는지라 배가 너무 고파서 사람들 따라 사 먹었는데 너무 추웠다. 덕분에 손이 곱고 덜덜 떨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했다. 온종일 굶었지만, 아이스크림 한 방으로 칼로리 섭취 만땅 상태. 10월 초 이후로 남산 꼭대기에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면 꼭 실내에서 먹길 권한다. 팔각정에 앉아서 먹다가 그늘이라도 지는 시간대에는 손이 곱을 수 있다.

덜덜 떨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뒤, 내려갈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가기로 했다. 케이블카 내리는 곳 근처에서 돈까스를 먹을 계획이었다.
(계속)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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