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렌센던스] 신(神)은 바로 우리 모두의 ‘뇌’에 있다

[영화 트렌센던스] 신(神)은 바로 우리 모두의 ‘뇌’에 있다

▲ 영화 <트렌센던스>의 한 장면

영화 <트렌센던스(Transcendence)>의 도입 부분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윌 캐스터(조니 뎁 분)는 대중 강연에서 자신이 연구 개발 중인 슈퍼컴퓨터에 관해 이야기한다. ‘트렌센던스’라고 부르는 이 슈퍼컴퓨터가 완성되면 역사상 존재하는 모든 인류의 지능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뛰어난 존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객석에서 한 남자가 일어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신(神)을 창조하려는 것인가요?”

그 남자는 모든 것을 초월하게 될 존재의 탄생을 준비하는 과학자에게 약간은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윌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답한다.

“인류는 늘 신을 창조해왔습니다.”


‘신(神)’, 종교도 자연도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뇌’에 있다


영화 <트렌센던스>는 인간의 뇌를 업로드한 슈퍼컴퓨터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과학자들이 등장하고 이러한 기술 발전을 반대하는 반(反) 과학 집단이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 기술에 대한 경계는 언제나 영화계의 좋은 소재거리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트렌센던스>의 특별함은 따로 있다. 바로 ‘신’의 존재에 대한 점이다. 실제 영화에서 ‘신’이라는 부분이 언급된 것은 영화 도입 부분 한 장면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신’이라는 것을 조금 더 확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이란 무엇인가? 신이라 하면 대개 우리는 종교적 대상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면 거의 모든 것이 신이었다. 태양, 바다, 천둥, 번개, 비, 바위와 같이 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신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떻게 태양이 뜨고 바다에 파도가 치는지,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지 그 원리를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토속신앙으로 자연을 숭배하는 경우는 있으나 더 이상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영화에서도 이에 대한 부분이 등장한다.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아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영화는 이 미지의 세계를 ‘뇌’로 보고 있다. 인간의 ‘뇌’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 엄청난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만나 가늠할 수 없는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한민족이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한민족의 3대 경전 중 하나인 《삼일신고(三一神誥)》에 따르면 ‘모든 사람의 뇌에는 이미 하늘이 내려와 있다’고 하는 '강재이뇌신(降在爾腦神)’ 사상이 등장한다. ‘신’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미지의 무엇이나, 종교적인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뇌’라는 것이다. 


 ‘트렌센던스’, 지금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영화 <트렌센던스>가 색다른 이유는 영화의 시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게 인간과 과학기술의 대립을 다룬 영화, 인공지능(A.I.) 기계가 등장하는 영화는 그 배경이 조금 더 먼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속 등장하는 이들의 차림새나 삶의 방식도 오늘날의 것들과는 조금씩 거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트렌센던스> 속 이야기는 바로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다.

▲ 윌 캐스터의 뇌가 가진 정보가 컴퓨터로 업로드 되고 있다.


영화에 출연한 한 배우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캘리포니아공대의 신경과학자를 찾아갔다고 한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그 신경과학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일은) 학계에서 논의 중이다.”

영화 속 뛰어난 과학자 윌 캐스터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슈퍼컴퓨터를 만들다가 반(反) 과학단체(RIFT)의 공격을 받아 죽음에 이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유능한 과학자이자 윌의 부인인 에블린(레베카 홀 분)은 윌이 개발 중이던 슈퍼컴퓨터를 통해 남편을 살려내기로 한다. 바로 그의 뇌에 담긴 모든 정보를 컴퓨터 데이터로 만들어 그를 살린다는 것이다.

에블린이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뇌의 생리를 알았기 때문이다. 뇌는 전기 신호로 이루어져 있다. 총상을 입어 윌의 육체는 죽었지만 뇌는 여전히 살아있다. 에블린은 뇌가 전기 신호로 활동한다는 점에 착안해 윌의 뇌파를 전기 신호로 전환하고 마침내 성공한다. 윌이 컴퓨터 속에서 살아난 것이다.  

영화를 본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업로드한 슈퍼컴퓨터는 기술과 생물학을 융합시킨 첨단 기술”이라며 “실제로 30년 뒤에는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자각(self-awareness)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즉, 컴퓨터를 통해 인간의 의식만은 영원한 생명을 영유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불사(不死)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어제오늘의 것은 아니다. 과거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온 세계를 뒤졌고 오늘날 우리는 온갖 의료기술의 발전에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의식’이 아니겠는가. 기술 진화를 통해 육체의 영생을 구하기 이전에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온갖 정보의 건강과 안녕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글.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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