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창가에 앉아 친구와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K씨.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야, 저 여자 가슴 봐.” “다리도 예쁘구먼.” “같이 가는 남자는 운동 좀 하게 생긴 스타일이네.” 그 둘의 대화를 자세히 들어보니 이상하다. 유독 여자를 볼 때만 신체 특정 부위를 꼬집어 말하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왜 여자를 볼 때만 특정 부위를 집중해서 볼까?
여자를 볼 때면, K와 친구처럼 가슴이나 다리 등 특정 신체 부위에 눈길이 먼저 간다. 남자는 체형이나 걸어가는 모습 등 전체적인 모습을 본 뒤 부분적 파악에 들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차이는 바로, 뇌에서 벌어지게 된다. 성별에 따라 뇌의 시각 정도 처리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 심리학자인 새러 저베이스 교수는 남성과 여성을 볼 때, 뇌가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남성을 볼 때는 전체 모습(global)을 보지만, 여성을 볼 때는 특정 부위(local)를 보는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학생 230여 명에게 옷을 입고 서 있는 남녀 48명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 인물은 머리에서 무릎까지 나와 있고, 시선은 카메라를 향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가슴 등 섹슈얼한 신체 부위를 살짝 수정한 이미지와 원래 이미지 2개를 실험 참가자에게 보여주면서 원래 사진과 같은 것을 재빨리 고르도록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성적인 신체 부위를 분리해 놓은 상태일 때, 여성의 모습을 더 쉽게 인식했다. 하지만 남성은 신체 전체 모습을 보여줬을 때 더 쉽게 찾았다.
연구팀은 실험결과에 대해 뇌가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전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각 구성요소가 모여 하나의 합을 이루는 방식이다. 남성을 볼 때는 하나의 통합된 개체로 인식하는 전체적(global) 인지과정을 선택한다. 반면, 여성을 바라볼 때는 부분적(local) 인지과정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신체의 다양한 부위가 모여 만들어내는 합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 과정은 남녀 무관하게 일어났다. 저베이스 교수는 여성을 특정 부위 중심으로 보는 이유는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잠재적 배우자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부위별로 인식하지만, 여성은 경쟁 대상으로 보고 비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각 정보 조합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objectificatioin) 할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는 점이다. 전체적인(global) 인식은 사람을 사물화하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여성은 부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사물처럼 객관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여성의 성을 사물처럼 사고 팔 수 있는 대상으로 보게 된다고 저베이스 교수는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전체와 부분 인식과정이 일어나는 바탕에 대한 직접적 증거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특수한 객관화 연구를 위한 이론적 경로가 제공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전했다.
이 연구결과는 '유럽 사회심리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EJSP)에 6월 29일 발표되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