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말이 하나의 신드롬처럼 IT(정보기술)업계를 흔들고 있다.
유비쿼터스란 물이나 공기처럼 시공을 초월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어원한 말로, 사용자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이제 컴퓨터가 개인용 PC로써 각 가정에 보급된 이후, 인터넷이 IT기술을 이끌어가는 견인차역할을 해 왔고, 이제는 이러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여 좀 더 발전된 개념인 유비쿼터스가 차세대 IT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리적 공간과 전자공간의 통합
패러다임이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고의 방식, 인식의 방법, 관념, 가치관의 기본이 되는 것을 지칭한다. 따라서 유비쿼터스를 이해할 때도 IT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그 개념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유비쿼터스가 패러다임으로써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과학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술의 뒷받침이 없다면 보편적 개념이 되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생활의 변화와 연관지을 수 있으며, 인류의 발자취는 공간혁명에 대한 도전이라고 불 수 있다. 도시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이제는 유비쿼터스라 불리는 IT 혁명으로 이어진다.
도시혁명은 물리공간을 원시적 평면에서 도시적 방식으로 창조한 1차 공간혁명이고, 산업혁명은 도시공간을 중심으로 물리공간의 생산성을 고도화시킨 2차 공간혁명이다. 이에 대해 정보혁명은 인터넷과 같은 완전히 새롭고 보이지도 않는 전자공간을 창조한 3차 공간혁명을 일컫는다. 그리고 이제 유비쿼터스 혁명은 물리적 공간에 전자공간을 연결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하나로 통합, 함께 진화할 수 있게 하는 4차 공간혁명이라 할 수 있다. 물리공간은 원자를 기본원소로 하며 실존하는 공간 즉 현실이다. 이에 반해 전자공간은 0과 1을 표현하는 비트를 원소로 하는 논리적이고 가상적인 공간이다. 유비쿼터스 공간은 현실과 가상공간이 연결되어 직접 만지지 않지만 공간에 존재하는 정보를 현실의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현실체가 지능적으로 증강된 공간’이다.
유비쿼터스,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와 연결되는 네트워킹 환경
유비쿼터스가 정보혁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 발상은 정반대다. 그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정보혁명은 물리공간을 컴퓨터 속에다 집어넣은 혁명이고, 유비쿼터스는 물리공간에다 컴퓨터를 집어넣는 혁명이다.
인터넷이 가정이나 사무실에 독립적으로 사용되던 컴퓨터들을 연결시켰다면 유비쿼터스는 현실세계 속에 각기 존재하는 도로·다리·터널·건물·화분·냉장고·컵·구두·종이 등과 같은 사물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비쿼터스는 사물들의 인터넷화를 지향하며, 사람·컴퓨터·사물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컴퓨터의 발전단계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비쿼터스를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디에나 있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어감을 가진 유비쿼터스라는 단어를 IT분야의 신개념 명칭으로 사용한 사람은 1988년 미국 제록스사의 마크 와이저 박사이다.
그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내용으로 차세대 컴퓨팅을 제안하였으며, 주변의 모든 사물에 칩을 넣어 언제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한 컴퓨팅 환경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그리고 1999년, 일본에 의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이는 휴대폰, PDA와 같은 휴대용 컴퓨터를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각종 사물과 연결하여 사용한다는 개념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벽에 걸려있거나, 손목에 차고 있는 장치, 또는 주변에 놓여있는 각종 컴퓨터 장치들을 이용하여 컴퓨터에 액세스가 가능하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네트워크에 접속되어야 한다. 통신을 통해 모든 기기들이 연결이 되어 어느 곳에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컴퓨터는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아야 한다. 주변 물리적 환경 속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컴퓨터 활용도가 증가하지만, 사용자는 컴퓨터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현실세계 어디서나 컴퓨터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가상현실이 아닌 현실세계에 정보를 표현할 수 있는 증강현실이 되어야 한다.
‘홈 네크워크’에서 ‘지능형 교통시스템’, ‘생각하는 사물’까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실현을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제록스, IBM, HP, AT&T,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과 MIT대학, NIST와 같은 국가연구소를 중심으로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 중인 프로젝트로는 UC버클리의 ‘스마트 먼지(Smart dust)’ 프로젝트, MIT 미디어 랩의 ‘생각하는 사물(Things that think)’ 프로젝트, 컴퓨터과학연구소(Computer Science Lab)의 ‘옥시전(Oxygen)’ 프로젝트, MS의 ‘이지리빙Easyliving’ 프로젝트, HP의 ‘쿨타운Cooltown’ 프로젝트 등이 있다.
유럽에서는 ‘사라지는 컴퓨팅(disappearing computing)’라는 개념으로 유비쿼터스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사라지는 컴퓨팅은 정보기술을 일상 사물과 환경 속에 내장하여 인간의 생활을 지원하고 개선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SmartIts’, ‘Paper++’, ‘Grocer’ 등의 프로젝트가 있다.
일본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제안하였고, 정부 주도로 네트워킹 중심의 유비쿼터스 전략을 수립하여 미국중심의 유비쿼터스 기술을 앞지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관련된 프로젝트로는 도쿄대학의 ‘TRON(The Realtime Operating System Nucleus)’ 프로젝트, 일본 총무성의 “초소형 칩 네트워크”프로젝트 등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으로는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홈 네트워크 등이 있다. 지능형 교통 시스템은 도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교통정보 수집기를 이용하여 교통의 흐름을 파악하여 도로상의 전광판을 통하여 운전자들에게 도로상황을 알려주거나, 시내버스의 위치정보를 파악하여 승강장의 승객들에게 알려주는 것들이다. 홈 네트워크는 집안의 가전기기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TV를 이용하여 냉장고를 제어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또한 휴대폰을 통하여 외부에서도 제어가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현재 국내에서 시범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
유비쿼터스는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통합을 이루는 개념으로써,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몸과 정신의 통합과 같다. 수많은 근육, 뼈, 신경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의 몸은 물리공간에 해당되고, 사고, 분석 등의 지능 활동은 전자공간에 비유할 수 있다. 또한, 물질중심의 서양사상과 정신 중심의 동양사상의 통합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 사물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편리한 인간생활을 도모하려는 유비쿼터스 개념은 궁극적으로 사물과 인간간의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의 뇌는 두뇌활동에 따라 여러 가지 뇌파가 나오며, 뇌에서 이루어지는 사고들이 신경을 통하여 각 신체기관에 동작을 명령, 신체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특별한 장치를 통하여 뇌파를 측정하거나 신경에 흐르는 미세한 전류를 감지하여 간접적으로 인간이 의도하는 바를 알아낼 수 있다. 사람의 몸은 그물형태로 각종 신경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뇌의 활동 및 신체 특정부위의 현상이 다른 부위에도 나타나게 된다.
특히, 사람의 홍채는 뇌와 연결되어 있는 각종 신경들의 끝단들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어 신체적 상태, 정신적 상태까지 간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유비쿼터스를 IT환경에서 생겨난 개념이라고 하지만 좀 더 넓게 생각해보면 유비쿼터스 세상은 이미 뇌를 중심으로 한 인체내에서 이미 구현된 것이 아닐까. 이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물질계와 전자계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이 만들어갈 또 하나의 새로운 통합세계가 어떻게 그려져 나갈지 기대해 볼 만 하다.
전문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인터넷이 우리들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처럼 이제 새롭게 화두로 떠오르는 유비쿼터스가 인간중심의 기술로써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또 한편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므로.
글│윤훈주 firehj@ubiu.com
LG 이노텍 시스템 연구소 연구원. 현재 LG 이노텍 연구소에서 유비쿼터스 시스템, 바이오메트릭스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www.ubiu.com에서 유비쿼터스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