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1. 아가 어디가?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딸바보, 아들바보’가 됐다. 황금 같은 주말 예능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아빠! 어디가?>부터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 SBS <오! 마이 베이비>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모습에 기꺼이 점령당했다. 귀여운 눈웃음과 필살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이는 추성훈의 딸 추사랑과 아나운서 김성주의 천진난만한 차남 민율이, 최근 합류한 송일국의 세 쌍둥이 등 순진한 아이들을 바라보던 시청자들이 어느새 ‘아가 어디가?’를 외치고 있다.
▲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에서 귀여운 눈웃음과 필살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이는 추성훈의 딸 추사랑 (출처 =KBS)
갈수록 출연하는 아이의 연령대가 낮아지다 보니 육아 예능의 원조 격인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꽤 성장한 어린이계의 연장자급이다. 스스로 혹은 또래와 함께 장을 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미션을 수행하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가 아이의 성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가수 윤민수의 아들 후는 시즌 1에서 시즌 2로 넘어오면서 변화한 성장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즌 1에서 윤후는 활발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지만, 아이답게 어린 모습이었다. 하루는 아빠에게 “아빠 나 싫어하지? 내가 ‘빵(0) 살’이었을 때 아빠 방도 없었고… 그땐 어디에서 잤어?”라며 물었다. 바빠서 함께할 수 없었던 아빠의 빈자리를 보며 자신을 싫어했기 때문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후 부자父子는 1년여간 여행을 함께하며 대화도 하고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확인했다. 윤후는 시즌 2에서 또래 아이들의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의젓하게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래 연장자라는 인식도 있지만, 그 배경에는 아빠와 잘 형성된 애착 관계에서 오는 정서적 안정감도 자리하고 있다.
어렸을 때 형성한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는 뇌 발달과 인생 전반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가장 먼저 만나는 환경인 부모 또는 다른 돌보미와의 관계를 ‘애착 관계’라고 부른다. 안정된 애착 관계는 건강한 정신을 형성하고 뇌의 통합을 향상시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애착 대상은 아이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면서 더 큰 성장을 이루도록 돕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
부모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 아이가 울거나 혹은 자기의 일에만 몰두하는지 등을 통해 애착 상태를 알아볼 수도 있다. 지난 3월, <슈퍼맨> 프로그램에서 이휘재가 쌍둥이 아들 서준, 서언을 데리고 영유아발달검사를 받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날 애착 검사에서 서언이는 아빠가 사라지자마자 눈물을 터트렸다. 서준이는 처음엔 별 반응을 보이진 않다가 곧 울음을 터트리고 쉽게 그치지 않았다.
▲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의 이휘재와 쌍둥이 아들 서언, 서준
전문가는 서언이는 전형적인 안정 애착인 반면, 서준이는 불안한 안정 애착을 보인다고 해석했다. 평소 이휘재가 비교적 까다롭고 잘 우는 서언이에게 신경을 많이 썼기에 상대적으로 서준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것이 쌓이면서 아빠에게 도움받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불안한 안정 애착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초보 아빠인 이휘재는 그 이후부터 서준이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Channel 2. 부모와의 애착, 두뇌 상태를 좌우한다
이휘재와 아이들의 애착이 비교적 준수한 편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애착 모델에는 안정 모델과 회피 모델, 양가감정 모델, 무질서 모델이 있다. 회피적 애착 모델은 좌뇌에 의존함으로써 사회에서의 감정적 연결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과 같다. 양가감정 애착 모델은 반대로 우뇌가 좌뇌를 압도하는 것이다. 무질서 모델에서는 좌뇌와 우뇌가 통합되지 않아 방향성을 잃고 이야기 주제나 시간이 뒤죽박죽 된다.
이러한 애착 모델은 발달 중인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성격이나 생활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두뇌 훈련을 하고 노력하면 불안정한 상태도 안정화될 수 있다. 심지어 아흔 살의 노인도 명상과 같은 두뇌 훈련을 통해 양쪽 뇌의 통합을 이룬 사례가 있다. 그렇다면 건강한 사회생활을 위해 자신의 애착 모델, 혹은 자녀와의 애착 관계를 돌아보고 각각 뇌의 상태와 개선 방법이 어떠한지도 알아보자,
안정된 애착 관계, 전전두엽 피질 발달시켜 뇌 통합 상태 만든다
애착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은 한 사람의 정신 상태를 형성하며 뇌 속에 자리 잡는다. 과학계는 안정된 애착 관계는 전전두엽 피질에서 통합 연결회로의 성장을 자극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전전두엽 피질은 대뇌피질, 변연계, 뇌간, 몸과 같은 내부의 정보와 외부 환경의 정보를 묶어 하나의 균형 잡힌 세계를 그려낸다.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몸을 통제하고 타인과 자신에게 잘 맞추며 감정을 조절하고 통찰력과 공감 능력, 바른 도덕심을 갖는다. 또한 앞으로 서로의 내면을 보고 감정을 느끼고 필요를 충족시켜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자의식을 갖는다. 불안정 모델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아빠! 어디가?> 시즌 2 출연 아버지와 자녀들 (사진출처 = MBC)
불안정 애착 모델, 두뇌 훈련으로 개선할 수 있어
많이 알려져 있듯이 좌뇌와 우뇌는 함께 작용하면서도 서로 구분되는 기능을 한다. 좌측 피질이 언어·논리·문자적인 사고를 주로 하는데 반해 우측 피질은 감정적 신호 처리와 경험을 자전적으로 기억한다. 또한 우측 피질이 몸 전체 내부를 설계하며 근육·심장·내장 기관 등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직관력의 영향을 먼저 받을 가능성이 많다. 즉, 좌뇌가 세상 밖을 바라보는 동안 우뇌는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한때 공부를 잘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좌뇌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한쪽 뇌만 발달한다는 것은 곧 불균형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우뇌가 발생시키고 인지하고 이해하는 표정, 목소리 톤, 자세, 몸짓과 신호의 타이밍 등 비언어적 신호는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1 회피형 애착 관계 : 우뇌의 자전적 기능을 훈련하라
미국 UCLA 의대 정신의학 임상교수인 대니얼 시겔 박사는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추론했을 때 회피형 애착 관계를 가진 사람은 우뇌가 저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모가 아이의 스트레스를 드러내는 울음이나 표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빠르게 대답하지 않는 경우에 이런 회피적 유형이 나타날 수 있다. 아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관심을 받아도 내면 상태에 대해 별 관심을 못 받았을 수 있다.
과학적으로 ‘좌뇌에 지배된’ 사람은 전체 맥락을 놓치며 삶의 초점이 외부에 있다고 한다. 모든 사건이 통제되고 예상 가능하고 분해되고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변화하는 상황의 맥락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 순간의 사건이 순서에 맞게 연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 생각하므로 유연하지 못하다. 이들이 놓치기 쉬운 개인적 성찰 기능은 뇌의 피질에서 자전적 경험을 활용하는 과정인데 주로 우뇌에서 지배적이다. 이럴 때는 우뇌의 감각과 자전적 기능을 훈련하는 두뇌 훈련이 뇌 통합을 이루는데 도움을 준다.
➊ 몸 안의 느낌에 의식을 집중한다.
➋ 비언어적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자. 음량을 0으로 두고 TV를 보거나 생소한 외국어로 영화를 본다. 이때 좌뇌의 언어 부위는 휴식을 취하고 우뇌의 신호가 더욱 활성화된다.
➌ 자전적 기억을 기록해 우뇌를 훈련한다. 오늘 아침 어떻게 일어나 침대에서 나와 식사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본다.
➍ 다른 사람과 함께 기쁨, 흥분, 놀람, 분노, 죄책감 등 여러 감정을 몸의 신호로 주고받는다.
2 양가감정 애착 관계 : 좌뇌의 이성적 사고를 훈련하라
아이가 어떤 실수를 했을 때 간혹 어떤 부모는 아이를 심하게 혼내기도 하고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부모가 자주 이렇게 일관성 없는 반응을 하면 아이는 양가감정 애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과거 특정한 경험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동생을 더욱 예뻐한다고 느낀 때의 서운함과 서러움의 감정이 풀리지 않은 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아동기에 외로움 또는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현재의 인간관계에서 불안감, 불확실함과 함께 반복되는 것이다. 또한 대인관계에서 넘치는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분노, 안정과 위로에 대한 욕구가 뒤섞일 수 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경우가 많다면 우뇌가 과하게 작동한 것이다. 이때는 좌뇌의 이성적 사고를 훈련하는 것이 도움된다.
➊ 감정을 파악하고 이름을 붙이는 능력을 길러라. 이름을 붙이는 것은 좌뇌의 언어 능력을 강화하면서 우뇌의 생생한 감정에 연결하는 것이다. 무엇을 느끼는지 그냥 표현하면 된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➋ 일기 쓰기를 한다. 좌뇌의 직선적이고 논리적인 기능을 훈련할 수 있다. 언어에 기반한 이야기를 작성하면 화법 기술도 증가할 것이다.
➌ 명상을 통해 내면을 바라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관찰자가 있는 것처럼 경험이나 감정을 관찰하고 진술한다. 관찰자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면 감정을 진정시키고 지금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서도 자신의 안정감을 갖고 외부와 소통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몸은 내 것이지 내가 아님을, 내 감정은 내가 아니라 내 것’임을 알게 되면서 문제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게 된다.
3 무질서 애착 관계 :상실감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며, 자신과 분리하라
기본적으로 사람은 안정, 회피, 양가감정 중 하나 혹은 세 가지의
‘질서 있는’ 애착 모델을 조합한다. 그러나 돌보미와 끔찍한 경험을 한 일부는 무질서한 애착 모델을 형성하기도 한다. 말과 행동이 무질서해지는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과거의 상실 혹은 트라우마가 떠오르거나 격렬한 감정, 감각이 밀려들어 현재의 경험마저 분열된다.
➊ 일기를 작성하되 내면이 분열된다고 느낀 시기를 반드시 적는다. ‘그 사건은 무엇인가? 자신이 ‘분열’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나? 그 상태에서 평소의 통합된 상태로 돌아오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무엇인가?’ 등의 기록이 모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발생 요인을 성찰할 수 있다.
➋ 심리학자 타라 브랙과 잭 콘 필드는 ‘RAIN’ 즉, 상실감을 알아차리고(recognize), 이미 발생했고 해결되지 않았음을 받아들이며(accept) 과거와 현재 속에서 그 경험의 특징을 살펴보고(investigate) 경험과 자신을 분리하는(non-identification) 방법으로 정신을 치유하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➌ 과거의 특정 경험이 여전히 두려울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이라고도 불리는 인간은 관계 속에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관계는 뇌와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우선 자신의 아동기를 이해하고 보살핌과 안정감을 받기 원하는 자녀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남녀노소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나 명상과 일기 쓰기 같은 두뇌 훈련을 통해서 건강하고 통합적인 뇌를 만들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면 된다.
글·조해리 기자 hsaver@naver.com | 사진·MBC, KBS
도움받은 책·《십대의 두뇌는 희망이다》 대니얼 시겔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