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노폐물, 간편하게 배출하는 방법 찾았다

뇌 속 노폐물, 간편하게 배출하는 방법 찾았다

얼굴·목 피부밑 뇌척수액 배출 경로 새로 발견...치매 예방에 새 이정표 마련

뇌 속 노폐물을 간편하게 청소하는 방법을 찾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혈관 연구단 고규영 연구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은 뇌 속 노폐물이 얼굴(눈·코 옆) 피부 아래의 림프관과 턱밑샘 림프절로 이어진 경로를 통해 배출됨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이 배출 경로에 정밀한 물리적 자극을 가하면 뇌척수액 배출을 두세 배가량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안전하게 노폐물을 원활히 청소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장(교신저자), 홍선표, 진호경 연구위원(공동 제1저자), 윤진희 IBS 혈관 연구단 선임연구원(공동 제1저자)[사진=IBS 제공]


뇌에서 생성되는 대사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 속에 쌓이면 신경세포를 손상해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 되며, 특히 노화에 따라 뇌척수액의 노폐물 배출 능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연구단은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망을 통해 목 부위 안쪽 림프절로 배출되고, 노화에 따라 림프관이 퇴화하면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저하됨을 규명한 바 있다(Nature 2019, 2024). 

이때 비인두 림프관과 림프절을 이어주는 목 림프관에 약물을 이용해 뇌척수액 배출을 두개골 밖에서 증가·감소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지만, 이 림프관은 목 깊숙이 존재해 실제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림프관에 선택적으로 형광 표지자를 발현하는 생쥐 모델과 생체 내 이미징 기술 등 첨단 시각화 기술을 활용해 뇌척수액 배출 경로를 시각화했다. 그 결과, 뇌척수액이 눈 주위, 코안 쪽 그리고 입천장의 림프관을 통해 얼굴 피부 아래(주로 눈·코 옆) 림프관으로 모인 뒤 턱밑샘 림프절로 배출됨을 규명했다. 

▲ 림프관을 통한 뇌척수액 배출 경로 모식도 [자료=IBS 제공]


공동 제1저자인 진호경 선임연구원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이영전 박사 연구팀과 협업을 통해 이번에 발견한 뇌척수액 배출 경로가 쥐뿐만 아니라 영장류에도 존재함을 확인했으며, 이는 사람에게도 유사한 뇌척수액 배출 경로가 존재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화에 따라 약화된 뇌척수액 배출 기능을 정밀한 물리적 자극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노화된 쥐에서 코안 쪽 림프관과 입천장 림프관은 변형되어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저하됐지만, 얼굴 피부 아래의 집합림프관은 구조와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됨을 발견했다. 

이 집합림프관은 두개골 안쪽의 뇌척수액을 바깥쪽으로 빼주는 펌프 역할을 하는데, 노화된 쥐의 얼굴 피부 아래 집합림프관에 정밀한 저강도의 기계적 자극을 준 결과 뇌척수액 배출이 두세 배가량 늘어남을 확인했다. 

공동 제1저자인 윤진희 선임연구원은 “이때 고강도의 자극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때문에 정밀한 강도 조절이 중요하다”며, “자극의 세기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비를 개발해 피부에 가하는 자극을 세밀하게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비침습적인 자극으로 뇌척수액 배출을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임상시험에 더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고규영 단장은 “이번 성과는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 배출 경로의 지도를 완성한 것은 물론, 뇌척수액의 배출을 뇌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지 네이처(Nature, IF 50.5)에 6월 5일 온라인 게재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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