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눈'으로 본다?

'소리'를 '눈'으로 본다?

시각 관련 뇌부위가 작을수록 소리에 의존

시력에 해당하는 뇌부위가 작으면 전략적으로 귀가 시력을 대신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벤자민 드 하스 연구팀은 소리에 의해 생기는 플래시 현상에 관해 연구했다. 플래시 현상이 한번 '삑'하는 소리를 낼 때 순간적으로 두 개의 플래시가 발생하게 했다.

플래시 현상이 2개라고 답한 사람과 1개라고 답한 사람의 MRI 영상 촬영 결과 뇌의 해부학적 측면에서 차이가 보였다.

연구 결과 피실험자들은 실험의 평균 62%에서 플래시 현상이 2개라는 '환영'을 경험했다. 전체 실험의 100%에서 환영을 본 사람도 있는 반면 단지 2%만 환영을 본 사람도 있었다. 연구진들은 시각과 관련된 두뇌의 부분이 작은 사람일수록 환영을 더 많이 경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스는 “사람들이 같은 것을 보면 인식도 같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각 개인의 뇌의 해부학적 특성에 의해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인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이런 환영을 보게 되는 원인에 대해 뇌가 불완전한 시신경 회로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해석했다.

하스는 "뇌가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능률적이기는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환영 속에서 빠르게 연속적으로 발광하는 섬광처럼 어떤 것이 빠르게 일어나면 시각적 표현에서 불확실성이 발생한다"며, 이런 불확실성은 뇌의 시각 영역과 관련된 뉴런이 상대적으로 적을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화소수가 낮은 카메라일수록 화질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런 추측이 맞다면 뇌의 시각적 부위가 작을수록 귀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된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현실에서 빛과 소리가 한 번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둘을 조합하면 유리한 점이 많아진다. 해 질 녘에 숲 속을 걷고 있는데 어떤 동물이 덤불 속에서 공포를 준다고 상상해보자. 적절한 대응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이것이 곰인지 아니면 고슴도치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나뭇가지의 움직임과 같은 시각적 정보와 숲에서 나는 청각 정보를 조합하는 것이다."

그는 “눈으로 보는 것은 세상에 접근하는 객관적이고 즉각적인 방법으로 느껴지지만, 실제 보이는 형상은 듣는 것과 개인이 가진 뇌의 해부학적 특성, 또 알려지지 않은 다른 많은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10월 24일자 온라인 영국 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렸다.

글. 전은경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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