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 다양한 감각이 뇌의 기억을 깨워내다

공감각, 다양한 감각이 뇌의 기억을 깨워내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공감각자 테스트'가 화제를 모았다. 테스트 방법은 간단하다. 첫 번째 이미지를 보면 숫자 5와 2가 불규칙적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 이미지 속 숫자들이 모두 '검은색'으로 보인다면 당신은 공감각자가 아니다. 공감각자의 눈에는 이 첫 번째 이미지 속 숫자들은 검은색이 아니라, 두 번째 이미지처럼 각각 다른 색깔로 보인다. 숫자 5와 숫자 2의 색깔이 선명하게 달라 금방 숫자 5와 2를 구별해낼 수 있다.



▲ (오른쪽 이미지) 일반인의 눈에 보이는 이미지. (왼쪽 이미지) 공감각자의 눈에 보이는 이미지.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공감각(Synesthesia,
共感覺)은 한 가지 유형의 감각자극이 다른 감각에 지각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해 숫자 '1'을 보면 이와 동시에 '빨간색'이 보이는 것이다.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촉감을 느끼고 맛을 느끼는 오감이 한 번에 하나의 감각이 아닌 두 개의 감각이 동시에 느껴지는 형태다. 


전 세계적으로 약 0.5%의 사람들이 공감각을 활용하는 '공감각자'라고 한다. 공감각자들은 다양한 감각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쉽게 기억해낸다. 

공감각을 십분 활용한 공감각자들 중에는 유명인사들이 많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Jean N. A. Rimbaud, 1854-1891)를 비롯해 미국의 천재음악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등이 있다. 세계 3대 테너로 불렸던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도 공감각자였는데, 파바로티는 악보의 음표를 색으로 인지해 노래를 부르면서 머릿속으로 음악을 '그렸다'고 한다. 

공감각은 문학적 표현법의 하나인 '공감각적 심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김광균의 시 <외인촌>에서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라는 표현에는 청각이 시각화되었다.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서는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를 통해 청각의 후각화를 표현했다.

학창시절 문학 수업시간에나 나오던 '공감각'이 다시 세간의 화제를 모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설사 내가 공감각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를 활용해 기억력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특정 정보를 기억해야 할 때 평소에 쓰던 감각에 하나의 감각을 더 동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코레일의 전화번호인 1588-7788을 외울 때 뒷자리 '7788'에 시각으로 인지되는 '7788'에 '칙칙폭폭'이라는 의성어, 즉 청각을 함께 결합시키는 것이다. 시각만으로 숫자를 외우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공감각을 활용할 때 기억력이 향상되는 이유는 뇌의 다양한 부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감각만 동원할 경우 그만큼 뇌에서 자극되는 부위도 작다.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동원해 정보를 기억하면 뇌의 다양한 부위가 자극되면서 기억이 다양한 방식으로 저장된다.

이러한 특성이 최근에는 마케팅 분야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미각이나 후각을 넘어 시각과 청각 등을 자극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자칩 광고를 하면서 감자칩을 씹을 때 나는 소리를 강조하며 '귀가 즐거운 맛'을 부각시킨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 감자칩이라는 시각 정보 외에도 감자칩을 먹을 때 나는 소리를 통해 청각 정보를 함께 기억한다. 소비자의 뇌의 더 많은 부위에 기억이 남는 것이다. 


글. 강천금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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