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살 정훈이 엄마는 요즘 고민이다. 옆집 지혜는 정훈이보다 반 년이나 늦게 태어났는데도 벌써 간단한 말을 하는데, 정훈이는 아직도 단어만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훈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태훈이 엄마도 같은 고민 중이다. 왜 남자아이들은 또래 여자 아이보다 말이 늦될까?
남자아이들이 말 더딘 이유, 호르몬 때문?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언어발달이 늦을 위험이 2배 정도 높다. 올해 1월, 그 이유를 밝히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아동심리 및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에 게재되었다.
서호주 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 연구팀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말이 늦된 이유는 바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때문이라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으로 얼굴의 수염, 굵은 목소리 등 남성적 특징 및 남성 성 기관 발달에 꼭 필요하다. 뇌하수체의 황체자극호르몬이 분비량을 조절하는 이 호르몬은 남성의 정소에서 90% 이상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남아는 태어나기 전 여아보다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남성 태아는 여성 태아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배가량 높았다. 남아의 언어 발달이 느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는 것.
호주 연구팀은 뇌가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에 태아가 테스토스테론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생아 767명의 제대혈을 조사했다. 연구결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았던 남아는 여아보다 2~3배가량 언어발달이 늦었다. 흥미로운 점은 여아는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되어도 언어 발달에 별다른 영향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연구 논문의 저자인 논문 저자인 앤드류 화이트하우스(Andrew Whitehouse) 교수는 "신생아 중 심각한 언어발달 지체가 있는 경우는 12%가량"이라며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남아가 여아보다 언어발달 속도가 더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아직 어린아이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흔한 이유가 언어 지체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언어 지체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언어 발달을 뒷받침하는 생물학적 구조 이해에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구팀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많을수록 언어 지체가 나타난다는 연관성은 보여주었으나, 이유와 영향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