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2편] 조현병(Schizophrenia)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2편] 조현병(Schizophrenia)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누구든지 범죄 피해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높아진 요즘 초등학생, 중학생의 불안 상담 문의가 늘어가고 있다. 이유는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어. 나도 언제든 그런 사람과 만날 수 있어.’ 생각에 극심한 불안과 공포, 두려움으로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겨 도와달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이면서 부모들의 걱정과 불안이 더해져서 아이들에게는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내가 조심하면 되지’에서 ‘내가 조심해도 무슨 소용이야’의 생각이고, 묻지 마 범죄로 어른도 긴장과 불안이 높은데, 아이들은 더 하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시선은 여러 사건으로 더 나빠지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중되고 있다. 센터에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과 마주한다면,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어서 결코 편안할 수 없다. 하지만 질환에 대해 알아가고 상담을 하면서 ‘뇌가 아프구나.’로 바라보게 되고 불편한 마음보다 응원의 마음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 조현병 이해

Schizophrenia는 skhizo(깨짐)과 phren(마음 또는 정신)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여 조각난 마음과 정신, 정신이 분열된 상태를 나타내는 병으로 우리나라는 정신분열증으로 진단하였다. 2011년 대한의사협회에서 ‘조현병’으로 명칭을 개정하였는데, 사전에 조현(調絃)은 현악기를 조율한다, 현악기 줄을 고른다. 뜻이다. 그래서 조현병(調絃病)은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의 줄처럼 불안정한 상태, 기능에 장애가 생겨 고통을 느끼는 상태라고 한다. 

조현병은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문화적 원인에 의한 뇌의 기능적, 구조적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뇌 질환의 하나로 ‘원인이 이것이야.’ 말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신경계의 과도한 자극과 스트레스로 인한 뇌 신경회로의 연결망의 문제여서 조현병은 사고, 인지, 정서 및 행동의 장애를 보이는 신경정신과 영역의 대표적 질환이라 했다.

미국정신의학회 5판 진단 기준에 의하면,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와해된 행동, 음성증상 중 2개 이상이 한 달 이상 분명히 존재하고,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평소 자신을 챙기며 살아가는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때 조현병 진단을 내린다고 한다. 


# 뇌과학으로 보는 조현병
 

▲ nature(2018): Pruuning hypothesis comes of age

뇌가 만들어질 때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서로의 손을 잡으며 연결되는데, 6살 정도까지 많아졌다가 20~25살까지는 불필요한 연결을 잘라내면서, 평생 이용할 시냅스 수를 결정한다고 한다. 조현병은 특징적으로 어느 정도 남아있어야 하는 세포 간 사이의 연결, 시냅스 수가 너무 많이 줄어든 상태라 한다.

특히, 목적이 있는 의식적 사고를 하는  전두엽에서 과도한 가지치기가 이루어져 자기 통제, 계획, 결정, 문제해결을 위해 뇌가 신호를 제대로 주고받지 못해 문제를 보이는 것이라 했다.

아래 MRI 사진에서 좌는 정상인, 우는 조현병 환자의 뇌 영상이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1) 뇌 조직의 수축으로 뇌실이 확장되어있고, 2) 정신적 유연함의 테스트에서 전두엽의 활성화가 현저하게 낮음이 관찰된 연구이다.
  

https://www.psychiatricnews | Daniel Weinberger, M.D, E.Fuller Torrey, M.D., Karen BErman, M.D., NIMH 1990


# 조현병을 나의 한 부분으로 승화한 예술가 

정신장애를 가지고 예술을 했었던 유명한 예술가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 그들은 정신적 장애와 힘든 어린 시절의 공통점이 있다. 유년 시절 학대와 방치, 정신적인 혼란과 불안한 삶의 배경, 관심받지 못하고 소외된 상처를 예술과 창작을 통해 대신했고, 자신의 삶을 승화했다. 

조현병을 안고 삶을 예술로 승화한 예술가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가는 쿠사마 야요이다. 그 이유는 2000년대 Mass College of Art & Design 예술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의 한 전시에서 그녀의 물방울무늬 설치작품에 참여한 기억이 있다. 

그 작품 안에서 그녀의 세상을 잠시나마 경험했다. 어지럽고 머리가 아팠다. “보이는 세상이 이렇다면,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생각했다. 그녀의 세상에 초대되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그녀의 강박적 예술 활동이 그 당시 예술가로 활동하던 나의 작품세계와 닮아있었다.

예술가인 내가 바라보는 쿠사마 야요이는 빛나는 별이었다면, 치료사인 내가 보는 그녀는 더 위대하고 존경스럽다. 정신질환 현상에 마주하며 끊임없이 그것들을 외부로 토해내고 표현하고 자신의 환각과 내면세계를 작업에 담아내며 정신질환을 자신의 삶 속에 하나의 부분으로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자신의 환각 증상인 점의 무한 증식으로 자신과 주변, 모든 세상이 무한한 점으로 뒤덮여 끊임없이 이어진 점들 안에서 삶을 승화한 모습이 말이다. 


# 망상과 환각을 극복하는 힘

 조현병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곳에서 견딜 수 없어 집으로 돌아와 힘들어하는 내담자 이야기이다. ‘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어떻게 해서든지 극복할래요.’ 19살 여학생. 첫인상은 핏기가 없는 창백한 얼굴,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약을 먹고 있어요.’ 귀신에게 시달림으로 밥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증상이 심각했으므로 입원하여 잠시라도 집중 치료를 권유했지만 완강하게 거부했다. 

일주일에 두 번 만나면서 가족 상담을 시작했다. 기운이 없으면 싸울 수 없으니 잘 먹고 체력을 키우자는 상담사 말을 귀담아들었고 이겨내려는 의지가 높았다. 환청, 환각, 망상의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귀신을 보고 귀신 소리를 듣고 너무 괴롭힘을 당해요. 귀신과 대화를 하는데 그럴 때는 내가 귀신 소리를 내요.’ 하며 괴이한 소리를 들려준다. ‘저리 가, 가버려, 쉴 수가 없어.’ 상담 중에도 ‘선생님 들리세요? 저한테만 들리나요? 시끄러워요.’ 호소했다. 

치료사도 신들린 듯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내담자의 눈빛과 부정적 에너지에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 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추고 상태를 점검하고 상의 후 상담을 이어갔다. 인간적 두려움은 환자를 알아가고 관계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완화되고 편안해짐을 경험했다. 
 

내담자는 자신의 증상들에 거리낌 없이 설명하고, 그림과 글로 거침없이 표현했으며, 매     시간 집중에 어려움과 방해받는 요소가 있었음에도 치료사에게 질문하며 현실 검증과 분    별에 노력했다.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고 ‘해내겠다.’ 의지를 키웠다. 

상담 중에 내담자가 경험하는 감각 그대로 존중되었다. 내담자의 조현병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었던 핵심 요인은 지지자원이었다. 가족과 주위의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옆에 있어 주고 지켜주는 모습을 보았다. 또 스스로 조금씩 호전되는 것에 즐거움을 찾았다. 

정신장애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정신장애가 있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정신장애가 있지만, 지속적 관리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면, 그리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고 받을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 작은 행복들이 만들어지고 커질 것이라 본다. 

마음의 줄을 조율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훈련하고 매일 연습 중인 치료사도 마음 조율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줄넘기하듯 ‘마음의 줄을 넘는다.’ 줄에 걸리면 정비하고, 다시 도전하여 줄을 넘는다. 기쁨 찾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내담자, 그녀의 긍정적, 적극적 태도가 행복을 솟아나게 할 것이라 믿고, 정신장애를 극복하고 관리하며 원하는 삶을 가꾸어 갈 것이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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