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자 Dr. Yang의 뇌 이야기]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별할까요?

[신경과학자 Dr. Yang의 뇌 이야기] 뇌는 현실과 상상을 구별할까요?

양현정의 뇌활용연구실 25편

※ '신경과학자 Dr. Yang의 뇌 이야기' 유튜브 주제 영상 질문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여러분 아주 신 오렌지를 먹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너무 시면 얼굴로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먹게 됩니다. 그 느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누가 신 오렌지를 먹는 것을 보면 내가 먹지 않는데도 그 것이 상상으로도 느껴져서 얼굴을 찡그리게 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주 흥미로운 현상이지요. 자신의 혀끝을 진짜 오렌지의 신 맛이 자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상만으로도 우리의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그 신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 뇌는 상상으로 오렌지를 느꼈을 때와 실제로 오렌지를 먹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요? 비슷하게 반응할까요? 아니면 다르게 반응할까요? 상상과 현실을 뇌는 얼마나 잘 구분할까요?

과학자들은 뇌에서 일어나는 뇌의 활동을 눈으로 볼 수 있는 MRI란 뇌영상 장치를 연구에 사용하는데요. 한 연구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여 실제로 사물을 눈으로 볼 때와 사물을 상상할 때에 뇌의 활동이 어떻게 다른지를 조사하였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한 그룹의 참가자에게는 나무 그림을 보여주었고, 또 다른 한 그룹에게는 눈을 감고 나무를 상상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그룹간의 뇌의 활동이 어떻게 다른지를 조사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MRI로 머리 앞부분에서부터 뒷부분까지 전체를 다 스캔하였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나무그림을 직접 눈으로 보았을 때와, 나무를 상상만 했을 때, 뇌의 반응은 비슷했을까요 달랐을까요? 

그 결과는, 실제로 나무 사진을 보았을 때와, 나무를 상상했을 때, 뇌의 활성은 거의 비슷하였습니다. 실제 시각 정보가 들어오는 우리 뇌의 뒷부분인 후두엽에서만 작은 차이가 발견되었고, 나머지 뇌의 활성은 비슷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예상했던 그대로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사실인가요? 

이 연구결과로부터, 뇌가 상상과 실제를 그다지 구분하고 있지 않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뇌는 상상을 잘 한다면 실제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뇌의 특징을 활용하는 것이 지금 많이 알려진 메타버스이지요. 

가상의 공간에서 뇌는 실제처럼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또 다른 주제에서 다루기로 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상상도 실제처럼 느끼는 뇌의 특징을 잘 활용해서 유용하게 삶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알아볼 것입니다. 실제로 임상에서 많이 활용되어온 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1950년대부터 임상의 심리 치료에서,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트라우마 경험을 다시 상상하도록 하여 치료하는 “노출요법”이 적용되어 왔고, 결과가 긍정적임이 알려져 왔습니다. 

“노출요법”은 주로 불안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행동치료인데, 어떤 위험도 유발하지 않고 불안의 근원이 되는 대상이나 환경에 환자를 노출시켜 환자의 불안이나 고통을 없애는 기술입니다.

노출요법의 결과가 긍정적임이 알려져 있지만,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작용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안 좋았던 경험을 다시 상상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이것에 답하기 위해 근래에 한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건강한 참가자들이 어떤 소리를 들을 때, 불편하지만 고통스럽지 않은 전기충격을 받게 하여, 소리와 전기충격을 연관시키도록 훈련되었습니다. 이 소리를 들을 때 전기충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참가자들에게는 이 소리가 위협적인 것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 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이번에는 전기충격없이, 첫번째 그룹에게는 위협적인 소리에 다시 노출되게 하였고, 두번째 그룹에는 위협적인 소리를 상상하도록 요청하였고, 세번째 그룹에는 기분좋은 새와 빗소리를 상상해보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임상에서 실제로 “노출치료”가 적용될 때 몇가지 유형이 있는데, 연구에서 첫번째 그룹에게 적용한 것은, “실제상황 노출법 (in vivo exposure, 혹은 real-life exposure)”에 해당합니다. 대상자를 실제 공포유발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실제로 위협적인 소리에 노출되게 한 것이지요. 

두번째 그룹에게 적용한 것은, “심상적 노출법 (imaginal exposure)”입니다. 대상자가 두려운 상황을 상상하게 만들어서, 공포스러운 사고나 기억을 대면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위협적인 소리를 상상하도록 요청한 것이지요. 

세번째 그룹에게 요청한 기분좋은 새와 빗소리에 대한 상상은 노출치료를 적용하지 않고 그냥 이완반응을 유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그룹에서 참가자들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사용하여 뇌활동을 측정하였고 피부 센서로 신체반응도 측정하였습니다. 

위협적인 소리를 다시 듣거나 (=첫번째 그룹) 또는 상상한 그룹 (=두번째 그룹)에서는, 소리를 처리하는 청각피질, 두려움을 처리하는 측좌핵, 정서조절에 관여하는 복내측 전전두엽이 모두 활성화 되면서 뇌활동이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반복적으로 위협적인 소리에 노출되거나 (=첫번째 그룹), 또는 위협적인 소리를 반복적으로 상상하게 한 후 (=두번째 그룹), 참가자들은 이전에 두려움을 유발한 자극이 더 이상 두려움 반응을 유발시키지 않는 “소멸”(extinction)을 경험하였습니다. 위협적이었던 소리에 대해 뇌가 더 이상 위협적이라고 판단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위협을 유도하는 소리를 상상하는 것(=두번째 그룹)도 위협을 유도하는 소리를 듣는 것(=첫번째 그룹)과 마찬가지로 이 소멸의 경험을 유도한 것입니다. 뇌에서, 어떠한 특정한 소리가 두려움으로 신경회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 회로가 쇠퇴하고, 특정한 소리가 더 이상 두려움을 유도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뇌가 변화한 것이지요. 이것을 뇌가소성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새와 빗소리를 상상한 그룹은, 뇌의 반응이 달랐고, 위협적인 소리에 대한 공포반응이 지속 되었습니다. 즉 단순하게 좋은 것을 상상하면서 이완시키는 휴식의 방법은, 특정한 소리와 두려움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한 것입니다. 그대로 그 회로가 남아있는 것이지요.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는, 보통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방법은 좋은 것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더 효과적일 수 있는 방법은 정반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안전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부정적인 결과 없이 위협을 상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출치료가 바로 그것을 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을 통해 뇌에서 위협의 정보가 더 이상 두려움과 연결되지 않는, 뇌의 새로운 회로가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 자신을 두렵게 했던 정보가, 더 이상 자신을 두렵게 만들지 않는 그냥 객관적인 정보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상상에 의해서 뇌가 업데이트 되는 것이지요. 상상에 의해서 뇌가 치유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뇌는 현실과 상상을 잘 구별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맞는 이야기입니다. 기능적자기공명영상 연구결과를 통해서 뇌가 현실과 상상에서 비슷하게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상현실에서 실제처럼 영화를 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상상을 잘 하는 것이 뇌에 좋은 것인가? 라는 질문이 있었지요. 오늘 상상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 이미 임상에서 진행되어 효과를 보아 왔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의 과학적 연구결과를 알아보았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상상을 잘 활용하여 뇌를 건강하게 업데이트 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도록 ‘신경과학자 Dr. Yang의 뇌이야기’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문헌
Ganis G et al. (2004) Brain areas underlying visual mental imagery and visual perception: an fMRI study. Cognitive Brain Research 20: 226–241.
Reddan M.C. et al. (2018) Attenuating Neural Threat Expression with Imagination. Neuron 100 (4): 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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