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 No! 내가 야식을 먹으면 사람이 아니라 돼지다”
필자가 운영하는 다이어트 프로젝트 단체 카톡방에 매일 밤 9시에 자동으로 남겨지는 메시지다. 참가자 중에 야식 먹는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아서 내린 조치다. 어느 40대 여성은 야식을 끊은 지 일주일쯤 지나자 야식을 먹거나 저녁을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스스로 얼마나 위장을 혹사했는지 깨닫고 놀라워했다.
간식이나 야식을 먹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므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특히 야식은 살을 찌울 뿐 아니라 장기의 기능과 수면의 질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끊어야 한다. 밤 중에 치킨이나 라면 같은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게 행복인 사람도 다음날 불어난 살을 보며 자괴감이나 죄책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음먹고 야식을 끊어보려 하지만 가족들이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너지기도 한다. 눈앞의 음식을 먹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욕구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과연 의지력은 키울 수 있는 걸까?
눈앞의 보상 vs 먼 훗날의 보상
욕구를 잘 참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내가 가장 참기 힘든 건 식욕인데 다이어트 프로젝트 참가자 중 반 이상이 가장 힘든 점으로 식단 조절을 꼽는다. 무조건 참기만 하면 갑자기 식욕이 폭발해 그동안 고생했던 게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식단 조절뿐만 아니라 하기 싫은 운동을 하거나 새벽에 잠의 유혹을 떨쳐내고 일어나는 등 좋은 습관을 지닌 사람은 욕구 조절과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이 둘은 보상에 관한 생각 자체가 다르다. 당장 욕구를 채워주고 기쁨을 줄 수 있는 눈앞의 보상을 택하느냐 먼 훗날의 보상을 택하느냐의 문제다. 즉 욕구를 잘 참는 사람은 주어질 훗날의 보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전형적인 올빼미였던 내가 2년 넘도록 일찍 자고 새벽 4시에 기상해서 글을 쓰는 이유는 그로 인한 보상이 훨씬 크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책이 발간되고 칼럼을 쓰고 나만의 콘텐츠가 쌓여 수익이 나는 일 등은 따뜻한 이불과 맞바꿀 수 없다. 거의 매일 2시간 넘게 운동하고 저녁에 소식 후 야식을 먹지 않는 습관도 체력과 건강을 위한 선택이다.
어떤 보상을 택하느냐는 의지력의 차이로 나타난다. 먼 훗날의 보상을 선택하면 눈앞의 욕구쯤은 참을 수 있다는 말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당장 보이지 않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게 옳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한 걸 얻기 위해서는 눈앞의 욕구를 참아낼 필요가 있다. 이때 먼 훗날의 보상이 구체적이고 확실할수록 욕구를 잘 참아낼 수 있게 된다. 지금부터는 의지력을 키우는 다른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의지력을 키우는 세로토닌 활성법
의지력의 차이는 세로토닌 분비에서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균형을 맞추고 마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준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불안해지는데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뇌는 세로토닌 신경이 약해져 있다고 한다. 세로토닌을 일시적으로 증감시킨 실험에 따르면, 세로토닌이 부족한 사람은 눈앞의 보상에 집착하는 반면, 세로토닌이 많은 사람은 훗날의 보상을 기다렸다.
따라서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면 욕구를 참아내고 의지력도 키울 수 있다. 세로토닌은 햇빛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활성화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밖에서 걷기다. 걸을 때는 다소 빠르게 걸음에 의식을 집중하며 리듬 있게 걷는다. 호흡이나 씹기도 운동에 해당하므로 호흡을 하면서 걸으면 더욱 좋다. 서너 걸음에 숨을 마시고 서너 걸음에 내쉬는 식으로 발걸음과 호흡을 일치시켜서 걸어 보자.
밖에서 걷기나 규칙적인 운동이 어렵다면 실내에서 복식호흡이나 단전호흡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5%에 불과하고 90% 이상이 소장 점막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단전호흡을 할 때는 아랫배를 의식하면서 코로 숨 들이마시며 배를 부풀리고 입으로 후 내쉬며 풍선에 바람 빠지듯 천천히 배를 쏙 넣는다. 이때 음악을 틀어놓고 명상을 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더욱 활성화된다. 또한 음식을 먹을 때 의식적으로 꼭꼭 씹어 먹거나 감사하는 마음 역시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한다.
나를 위한 더 나은 선택
삶을 바꾸는 좋은 습관을 얻으려면 눈앞의 음식이나 휴식, 늦잠 등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타고난 의지가 약하더라도 먼 훗날의 구체적이고 확실한 보상에 집중하며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면 눈앞의 자잘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욕구를 힘들게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할 뿐이다.
무조건 욕구를 절제하며 열심히만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금방 지칠 우려가 있고 현대 사회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 의지가 약한 사람일수록 평소의 습관이 자신을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 가도록 로드맵을 만들어 실천해 가는 것이 좋다.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다. 먼 훗날의 보상을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로 설정하고 세부 계획을 꾸준히 실천해서 습관으로 만들어 보자. 한번 형성된 습관은 잠시 흔들리더라도 나를 바로 잡아 세우는 교두보가 되어줄 것이다.
글.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로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한국 강사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체인지U 스쿨’을 통해 습관 코칭, 감정 코칭, 글쓰기, 책 쓰기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