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가운데 말고 끝을 눌러서 짜요!”
신혼 시절, 남편에게 가장 많이 했던 잔소리 중 하나다. 아무리 말을 해도 안 되고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닌 듯해서 지금은 포기했지만. 이 외에도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리기, 앉아서 소변 보기, 식사 도중에 물 마시지 않기 등 남편의 안 좋은 습관을 바꾸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왔다.
결혼 17년 차인 지금은 바꾼 것도 있고 여전히 안되는 것도 있다. 이제는 남편보다 두 아들의 좋은 습관을 위해 잔소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습관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나쁜 습관을 바꾸는 것 역시 오랜 습관을 버려야 하므로 만만치 않다.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행해진 습관이 쉽사리 바뀔 리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습관들을 만들고 바꿀 필요가 있다.
습관이 나를 만든다
“처음에는 내가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나를 만든다.”
17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존 드라이든의 명언이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습관을 만들려면 초기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 번 습관이 들면, 그로 인해 삶이 변화한다.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 중 단연 으뜸이라 꾸준히 회자되고 인용되는데 최근 발행된 책에서나 볼 법한 문장을 17세기 인물이 남겼다는 게 놀랍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삶에서 습관은 큰 비중을 차지해 왔고 인생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부나 명성을 얻어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꾸준히 운동과 독서 하기, 명확한 목표 설정하기, 일의 우선순위 두기 등과 같은 습관으로 성공을 이루어냈다는 점이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성공학 저서로 꼽히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다룬 책이지 않은가. 자기 계발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이 책에서는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으로 그럴만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그것을 습관이라 부른다.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힘은 찰나의 선택이 아니라 삶에서 꾸준히 쌓아 올린 것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테다.
습관과 뇌 회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릴 때 몸에 밴 버릇은 고치기 힘드니 나쁜 습관을 들이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뜻이다. 손톱을 물어 뜯거나 다리를 떠는 등의 버릇이 들면 나이 들어서도 못 고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뇌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구별하지 못한다. 뭐든 한 번 습관이 들면 뇌 회로로 고착되어 바꾸기 어려우므로 이왕이면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은 되도록 빨리 고쳐야 한다.
습관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다. 오래될수록 무의식에 깊이 박히기 때문에 고치기가 어렵다. 남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밥을 먹을 때 물을 마시는 습관이 있다. 어머니가 항상 밥 먹기 전에 물부터 마시라고 했다는데 오히려 소화에 도움이 안 되니 못 마시게 해도 소용이 없다. 다행히 식사 도중에 물 마시는 습관은 사라졌는데 식사 직전에 물을 마시지 않으면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내버려 두었다. 시어머니는 오래전부터 위장병으로 고생하시고 남편도 가끔 위에 문제가 생긴다. 사소한 습관 하나라도 무시하면 안 될 일이다.
나쁜 습관이 오래되었다면 고치기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뇌 회로를 바꾸면 습관을 없애거나 바꾸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쁜 습관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서 고칠 수 있는데 새로운 뇌 회로를 만들어서 강화하면 이전의 뇌 회로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익숙한 길을 이용하지 않고 새로 만든 길을 이용하는 것이다. 불편하고 어색하더라도 새 도로만 이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뇌에 고속도로처럼 크고 넓은 뇌 회로가 새로 생길 것이다.
좋은 습관은 왜 필요할까?
전형적인 올빼미였던 나는 평일에는 새벽 1시부터 아침 8시까지, 주말에는 새벽 2~3시부터 10시~11시까지 잤다. 미라클 모닝이나 새벽 기상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먼 나라, 다른 세상 얘기였다. 하지만 책을 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고 완전한 습관으로 자리 잡은 지금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주말에는 늦잠을 자고 싶어도 저절로 눈이 떠져 매일 새벽마다 글을 쓰고 있다. 꿈에 그리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사는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하기만 하다.
2년 정도를 새벽 4시에 기상하고 있는데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25년 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에 꼭두새벽에 일어나는데도 늘 활기에 차 있다. 오래된 좋은 습관이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죽는 날까지 운동하고 글을 쓰며 내 가치를 세상에 남기고 싶다.
“우리가 생각의 씨앗을 뿌리면 행동의 열매를 얻게 되고, 행동의 씨앗을 뿌리면 습관의 열매를 얻는다. 습관의 씨앗은 성품을 얻게 하고, 성품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 짓는다.”
습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격언이다.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지을 정도로 습관은 삶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고 되는 일이 없다면 먼저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누군가는 외부 환경을 탓하고 핑계 댈 시간에 행동하고 발전해 나간다. 지금의 삶은 내가 뿌린 습관의 씨앗이 열매 맺은 것임을 잊지 말자.
글. 강은영
일류두뇌연구소 대표로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한국 강사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며 ‘체인지U 스쿨’을 통해 습관 코칭, 감정 코칭, 글쓰기, 책 쓰기 등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