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201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난 유안진 시인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유명한 유안진 시인이 22일 오후 2시,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가졌다. 유 교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한때 많은 사람이 감명 받아 동호회 이름이나 카페 이름 등을 책 이름을 본 따 지었을 정도였다.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시인, 유 시인과 나눈 ‘작가와의 대화, 유안진 《둥근 세모꼴》’ 을  소개한다.

 

시인에게 모국어는 생명이다.

 

시는 모국어가 아니면 글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다. 그래서 시인은 애국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일제 강점기에도 시인들과 문학가들은 끝까지 모국어를 지켜야 했다. 특히 시는 몇 개밖에 안 되는 말로 표현해야 하는 만큼, 시인에게 모국어를 잃어버리는 것은 생명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감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감수성이라는 것은 시인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시를 쓰고 싶어하는 문학청년들은 시인의 감수성이란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문학청년들에게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준다면?

 

나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에디슨도 발명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했다. 문학은 태어나고 자라는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 수다스러운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과묵한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보다 훨씬 언어를 사랑한다. 그리고 언어 지능이 높다. 수다스럽고 언어, 문화를 사랑하는 환경에서 자라면, 문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겨우 걸어 다닐 때부터 할아버지가 시조하시는 것을 접했다. 학교에서도 봄 가을이 되면 시 쓰기 백일장을 열어 좋은 작품을 뽑고, 어머니와 할머니, 고모 등 아녀자들은 내방가사를 지어 외우면서 늘 입에 중얼거리셨다. 배고프거나 고된 시집살이로 힘들 때 눈물 훔치며 내방가사를 지어 외우는 환경이었던 만큼, 언어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 나를 표현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데 말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그림을 그리려면 색연필이 필요하지만, 내가 어릴 때는 늘 가난했고 색연필이라는 게 없었다. 당시의 내게 말(언어)은 가장 돈이 안 들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어른들이 하는 말도 굉장히 귀담아 들었다. 그분들은 같은 상황도 굉장히 다채롭게, 다른 표현을 쓰신다. 분홍색을 두고 ‘뻑적그리해’라고 표현하셨고, 오동나무의 보라색 꽃이 피면, ‘오동보’라고 말씀하셨다.

 

똑 같은 물건을 다르게 말하는 것, 똑 같은 사물을 다르게 보려고 하는 것, 그것이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되는 첫 번째 길이 아닌가 하다. 남들과 같은 것이 아닌 남들과 다른 것을 보는 것. 남들과 다르게 표현하는 것. 단순히 달다가 아닌, ‘들척지근해’ ‘달짝지근해’ 등으로 표현하는 등, 남과 다르게 표현하는 노력이 시인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시를 쓰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글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시를 쓸 수 있을까?

 

시를 쓰기 위해 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다독이다. 시집을 백 번 읽으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1편을 백 번 읽어보라.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시집 옆에는 여백이 많다. 그 여백에 읽은 시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고쳐서 한 번 적어 보아라.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오는 것은 없다. 오직 어머니만 노력 없이도 온다. 모든 것을 읽을 때 분석적으로 읽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소월 시집에 보면 ‘산에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라는 문구가 있다. ‘왜 봄 여름 가을이 아닌, 가을 봄 여름 순서로 했을까? 그리고 사투리인 ‘갈’을 써서 ‘갈 봄 여름 없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중학교 때 했다. 그랬더니 답이 나왔다. ‘봄 여름 가을 없이’라는 표현보다 ‘갈 봄 여름 없이’처럼 한 자, 한 자, 두 자, 두 자로 쓰는 것이 훨씬 보기도 좋고 읽는 발음도 좋다. 나는 지금도 글을 쓸 때, 짧은 글자를 앞으로 보내고 긴 글자는 뒤로 보낸다.

 

 

시를 쓰는 학생이다. 시를 쓸 때, 경험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이도 어리고, 한 사람이 모든 경험을 하긴 어렵다. 직접경험을 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문학이나 모든 예술에는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소설가 같은 경우에는 작품 속에서 창녀도 되어보고 강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다 해볼 수는 없다. 직접 경험을 하면 제일 좋지만 그게 어려우면 간접경험을 하면 된다. 간접경험 방법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는 방법이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다독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항상 말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성공하는 사람이 없다. 성공하는 사람들 보면 다 독서광이었다." 우리 집에는 항상 책이 쌓여있다. 책은 항상 눈 주변에 있어야 한다. 문구 하나라도 우리 눈을 붙잡아야 한다.

 

직접 경험이 가장 좋지만 그 다음이 간접 경험이다. 그리고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은 창조를 가져 온다. 상상을 많이 해야 한다. 세계적인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은 춤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상상력'이었다. 가난한 그가 상상한 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춤 뿐이었다. 강가에서, 모래밭에서, 풀밭에서 상상한 것을 항상 춤으로 표현했던 것이 던컨을 세계적인 댄서로 만들었다.

 

상상력이 우리를 자극한다. 경험을 많이 하고, 경험에서 무언가를 빼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상상력이 덧붙여져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경험, 간접 경험, 상상력이 더해져서 시인과 모든 예술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이 있어 행복하다는 말과 함께 유안진 시인은 저자와의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2012 서울국제도서전'의 저자와의 대화는 23일, 24일까지 열렸다.  23일은 김이설, 김훈, 박범신, 은희경, 전아리, 구효서, 윤성희, 24일 김별아, 권지예, 김현영 작가와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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