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윤석, 나는 책과 연애한다

개그맨 이윤석, 나는 책과 연애한다

20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개그맨 이윤석, 청춘들에게 말하다

"처음에 한 번 데이트 비용을 내면 그 뒤로는 더 돈 쓸 일이 없다. 그리고 내가 버리지 않는 이상 나를 버리지 않는다. 설사 내가 신경을 안 쓰고 내팽개쳤더라도 나중에 다시 손에 잡으면 마음껏 속살을 들춰보게 한다."

개그맨 이윤석은 자신의 애인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매우 나쁜 남자'라고 했다. 강의 시작할 때 한의사인 부인이 만들어줬다는 한약을 한 모금 들이키면서도 버젓이 애인 이야기를 하는 이 남자, 진짜 나쁜 남자일까.

 

 

그가 밝힌 애인은 다름 아닌 바로 책. 개그맨 이윤석 씨가 3일 오후 2시 경희대학교 청운관에서 200여 명의 대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책과 연애하기'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책 읽기의 재미를 연애 그 이상"이라고 말하는 그가 밝힌 '책이 애인보다 좋은 이유'는 조목조목 들어볼 만하다.

첫째, 아무리 비싸도 데이트 비용은 2만 원에서 해결된다. 그리고 나서는 아무리 데이트를 해도 돈이 들지 않는다. 이 씨는 "첫 데이트에서 낸 돈으로 끝이다.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명품을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둘째, 내가 버리지 않는 이상 나를 버리지 않는다. 10년 전에 헤어졌더라도 내가 다시 손에 들고 표지를 들추면 언제든지 속살을 보여준다. 연애의 주도권이 온전히 나에게 있다.

셋째, 이 책보다가 지겨워서 저 책을 본다고 해서 질투하지 않는다. 그는 "와이프(부인)는 내가 책만 보고 있으면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질투를 하는데, 책은 절대로 와이프를 질투하지 않는다"며 "아, 이 얼마나 완벽한 애인인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가 책을 애인 삼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약골'에 '극단적인 귀차니즘'을 앓고 있다는 그는 "축구도 골프도 하물며 당구도 귀찮아서 못 한다. 그냥 늘 집에 앉아 있는데 너무 심심해서 책을 읽는다"며 "아무리 힘이 없어도 책 한 장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웃음)"고 말했다.

이렇게 많은 이유에도 '애인이 더 좋다'는 눈빛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그는 좀 더 강하게 '콕' 집어서 20대에 책 읽기가 중요한 이유를 새끼 고양이를 들어 설명했다.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를 가로줄 무늬가 있는 바구니 안에서 다 클 때까지 키운다. 바구니에서 나온 고양이는 세로로 모서리가 나 있으면 피하지 못하고 부딪힌다. 이유는? '가로줄' 속에서 자란 고양이에게 '세로줄'이라는 정보는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20대가 그때다. 항상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내 것으로 만들 시기"라며 "다양한 세상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책을 통해 이 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여러분이 평소에 관심이 없었거나, 싫어하거나, 나를 불편하게 하는 책도 꼭 읽어보라"며 "내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진화론을, 내가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라면 진보적인 책을 읽으라"고 권했다. 이슬람교도들과 기독교도들이 자신만의 논리 속에서 내 것만이 100% 절대 선(善)이라고 믿는다면 할 수 있는 것은 전쟁밖에 없다는 것이다.

2시간여 이어진 강의와 대화 시간을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의 '균형'을 강조한 그는 마지막으로 20대에게 네 권의 책을 추천했다.

►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저, 을유문화사
"나는 내 삶의 주인은 나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서 '내 몸은 수십억 년을 이어온 유전자가 머물다 가는 수준인가'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 스스로에 대해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책이다."

►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샌드라 블레이크스리 저, 바다출판사
"1년 365일 365권의 책을 사는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뇌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을 알려준다."

► 현명한 이기주의 요리후지 가츠히로 저, 참솔
"90학번이라 데모에도 많이 따라다녔다. 그런데 내가 잘 알고 진심으로 한 것이 아니다 보니 주도적인 역할이 아니라 항상 뒤에서 돌 날라주는 정도의 역할이었다. (웃음) 데모를 안 하면 비겁하고 어울리지 못할까 봐 했으니까.
이 책을 보고서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명한 이기주의'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는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 성격, 적응하고 진화하고 살아남아라! 한나 홈스 저, 교보문고
"진화심리학자가 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소심함의 끝을 달리는 나는 위로를 받았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내 성격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성격이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존재할 이유가, 쓸모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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