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의 독서광' 이윤석 씨는 3일 오후 2시 경희대학교 청운관에서 200여 명의 대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책 읽는 방법을 공개했다.
스스로를 "1년 365일 365권의 책을 사는 인터넷 서점계의 VIP"라고 소개한 그는 '초밥 고르기' '카드 돌려막기' 등 특유의 입담을 발휘해 자신만의 독서법 일곱 가지를 소개했다.
1. 책 앞에서 그분이 오신다. 지름신!
『 책 제목이나 부제, 지은이가 매력적이거나 솔깃하면 무조건 산다. 막상 책을 사고 나서 실망을 하든 안 하든 전혀 상관없다. 일단 사고 보는 거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책 사는데 돈이 참 많이 들겠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축구, 골프, 낚시 하물며 당구도 안 친다. 유일하게 돈 들어가는 곳이라고는 술값, 책값뿐이다. (웃음)
진중권 교수가 쓴 <미학 오딧세이>라는 책을 한 10년쯤 전에 사뒀다. 그때는 '미학'이 뭔지도 모르고 덥석 책을 사두고 안 읽었었는데 지금 읽으니까 너무 재밌는 거다. 지금 재미없는 책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재밌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웃음)』
2. 책 읽기는 회전초밥집에서 초밥 고르기다.
『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순간의 선택으로 재미없는 책을 골라서 읽어내려면 그것만큼 심한 고문이 없다.
침대 머리맡에는 항상 책을 5~10권을 둔다. 이 책 읽다가 지겨우면 덮고 저 책 읽고, 또 그 책이 재미없으면 또 다른 책 읽으면 된다. 아까도 말했지만, 책은 질투하지 않는다. 돌려가며 읽어라.』
3. 카드만 돌려막으라는 법은 없다. 책도 돌려막으며 읽자.
『 어떤 책을 읽다 보면 갑자기 글쓴이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들거나,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그때가 바로 '책 돌려막기'를 할 때다. 그 부분을 쉽게 설명해주거나 그에 상반되는 논조를 가진 다른 책을 사서 읽는다. 불만도 해소하고 궁금증도 해결한다. 만약에 돌려막은 그 책에서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또 다른 책으로 돌려막으면 된다.』
4. 먹는 것 말고 읽는 것도 양을 따져라.
『 같은 주제라면 두꺼운 책을 선택한다. 어떤 주제든 궁금증이 생겨서 읽기에 부담감이 적은 얇은 책을 여러 권 읽고 보면 그 내용이 일목요연하고 또 체계적으로 두꺼운 한 권의 책에 다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두꺼운 책이 처음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만큼 영양가가 있다는 것.
보물 같은 얇은 책들도 있다. 엑기스만 뽑아둔 책들이다. 그런데 모르는 분야에 대해 처음 책을 읽겠다면 두꺼운 책을 선택하라.』
5. 이름난 저자의 책, 이왕이면 우리나라 사람의 책이 좋다.
『 될 수 있으면 세계적인 석학, 혹은 권위자, 대가의 책을 고른다. 그리고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소개되거나 인정한 책들을 우선 읽는다.
거기에 하나 더, 이왕이면 그 대가가 우리나라 사람인 것이 좋다. 번역본도 좋지만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언어의 한계가 드러난다. 아쉽다. 반면 우리말을 모국어로 하는 우리나라 저자의 책은 훨씬 더 이해하는 폭이 깊어진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 책을 고른다면 우리나라 대가와 외국 대가의 책을 함께 사서 읽는 편이 가장 좋다.』
6. 읽고 또 읽고 또 읽으면서 한 권의 책이 예술작품이 된다.
『 책을 읽을 때 줄을 치거나 메모를 하면서 읽는 것이 좋은 독서 방법이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게 익숙한 방식으로 꼭 줄을 치면서 메모를 하면서 읽는다. 이번에 나온 내 책 《웃음의 과학》도 지난 10여 년간 내 독서 생활에서 모인 메모들이 모여서 정리된 것이다.
특히 줄을 칠 때는 꼭 연두색처럼 연한 색연필로 시작해서 두 번, 세 번 읽을 때 점점 짙은 색으로 긋는다. 읽을 때마다 줄 치는 부분이 달라진다. 궁금한 점, 다음에 꼭 다시 볼 부분 등등 메모도 하면서. 다 읽고 나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는 것이다.』
7. 책 내용, 내 뇌는 잊어도 내 몸은 기억하고 있다.
『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니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그렇게 많이 읽으면 다 까먹지 않나요?" 10권을 읽으면 2~3권 정도 정확하게 그 책의 내용과 논조 등을 기억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7~8권의 독서가 무의미한 것은 절대 아니다. 책의 내용을 내 뇌는 순간적으로 잊어버릴 수 있지만, 내 몸은 기억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행동과 대화 속에서 책의 내용이 베어나오니 걱정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