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릴렉스] 북한산 둘레길에서 찾은 여유

[브레인 릴렉스] 북한산 둘레길에서 찾은 여유

가을, 뇌를 깨우다

2011년 11월 08일 (화) 13:16
조회수19335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1시간 반 넘게 지하철을 타고 1호선 도봉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와서 일직선으로 걸었다. 그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도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길이 멀어서, 차가 없어서, 교통이 불편해 야외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그저 핑계일 뿐일지도 모른다.


친절하게 안내 표지판과 입구 표시도 되어 있다. 방학동길. 어쩐지 학교 다닐 때의 방학이 생각난다. 여유로운 동네라 이름도 방학동인걸까.


두 갈래길 앞에선 항상 망설이게 된다. 둘 중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은 길, 누군가 걸어 간 흔적이 많은 곳으로 가게 된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간 길이 옳은 길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회사의 어느 분이 이 사진을 보며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가보고 싶다고. 무엇보다 현재 사무실에 있는 모습이 '여기만 아니면 되.jpg'라고. 다들 사무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는 넘친다. 단지, 실행이 어려울 뿐이다.


사람 없던 한적한 둘레길에 노부부 한쌍을 만났다.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며 가는 일상의 한 풍경이 무덤덤하면서도 평화로운 오전. 평생을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길을 잃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발길을 쫓아가지 못했나 보다. 하지만 숲으로 보이는 그 속에도 길은 반드시 있다. 침착하게 주위를 살필 수 있다면.


어느새 길이 다시 나타났다. 남들 다 가는 길을 찾기 보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을 찾기로 마음먹은 순간,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것은 돌고 돌아 간다. 길도, 계절도.
 

사진 · 글. 김효정 manacula@brainworld.com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