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시간 반 넘게 지하철을 타고 1호선 도봉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와서 일직선으로 걸었다. 그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도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길이 멀어서, 차가 없어서, 교통이 불편해 야외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그저 핑계일 뿐일지도 모른다.

친절하게 안내 표지판과 입구 표시도 되어 있다. 방학동길. 어쩐지 학교 다닐 때의 방학이 생각난다. 여유로운 동네라 이름도 방학동인걸까.

두 갈래길 앞에선 항상 망설이게 된다. 둘 중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은 길, 누군가 걸어 간 흔적이 많은 곳으로 가게 된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간 길이 옳은 길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회사의 어느 분이 이 사진을 보며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가보고 싶다고. 무엇보다 현재 사무실에 있는 모습이 '여기만 아니면 되.jpg'라고. 다들 사무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는 넘친다. 단지, 실행이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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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던 한적한 둘레길에 노부부 한쌍을 만났다.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며 가는 일상의 한 풍경이 무덤덤하면서도 평화로운 오전. 평생을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길을 잃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발길을 쫓아가지 못했나 보다. 하지만 숲으로 보이는 그 속에도 길은 반드시 있다. 침착하게 주위를 살필 수 있다면.

어느새 길이 다시 나타났다. 남들 다 가는 길을 찾기 보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을 찾기로 마음먹은 순간,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것은 돌고 돌아 간다. 길도, 계절도.
사진 · 글. 김효정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