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 또 이과장이 이상한 고집을 부려”(직장인 김씨)
회사에서 직장 상사나 동료 때문에 감정을 상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감정이 상해 벌어지는 일화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한 번 감정이 상하면 긍정적인 감정으로 돌아오기가 어려워 그대로 감정의 골이 파인 채 지내게 될 때가 있다. 처음 누군가와 감정이 상했을 때 먼저 부정적 감정을 전환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면, 사람들 사이에 깊이 파이는 감정의 골은 없어지지 않을까?
“한 번 기분이 상하면 도무지 기분이 좋아지지가 않아요. 뇌 속에서 뜨거운 가스가 분출되는 느낌이랄까요?”(주부 이씨)
우리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정은 알고 보면 뇌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작용에 불과하다. 뇌를 간단히 살펴보면 뇌간, 신피질, 구피질 3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뇌간은 호흡과 심장 박동 등 생명에 대한 부분을 관장하는 부분이고 신피질은 이성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사고 작용을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 볼 구피질이 바로 감정 작용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긍정적인 감정은 모두 이 구피질에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내 머릿속에 있는 뇌의 일부분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그런데 왜, 내 신체의 일부분인 뇌에서 일어나는 일인데도 내 마음대로 조절이 되지 않을까? 감정을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작용으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감정은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에 불과하고, 뇌의 작용은 훈련 여하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 다행히도 구피질에서 작용하는 감정은 노력 여하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우리가 TV 볼 때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TV에서 재미 없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채널을 바꿔 다른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찾기 마련이다. 감정도 하나의 TV 채널이라고 생각을 해보면 부정적이고 나쁜 감정은 구피질에서 일어나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된다. 그렇다면 안 좋고 부정적인 감정에 한 번 빠진 채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결국, 재미도 없는 TV 프로그램을 짜증을 내며 계속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구피질에서 일어나는 감정도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듯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채널을 돌려 보자.
짜증 나고 화나는 감정, 우울하고 어두운 감정은 어딘가 생각만 해도 짜증나는 TV 프로그램 같지 않은가? 잠깐 집중해서 긍정적인 감정을 찾아 채널을 돌려 보자. 뇌 속 감정을 TV 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채널을 돌리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기도 태어나면서부터 TV 리모컨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습과 반복 동작을 통해 ‘아, 이 TV라는 것은 채널을 돌릴 수가 있구나!’를 알게 되고, 나중에는 자유자재로 채널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그처럼 감정 채널도 반복 학습을 통해 노력하면 결국엔 자유롭고 편안하게 바꿔 볼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바꾸기 시작하니까, 처음에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는데 계속 하다 보니 저도, 제 주위 사람들도 사이가 좋아지고 아주 좋아요.”(커플 유씨)
처음에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고 자존심도 상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 노력을 하면 어느새 나와 내 주변의 공기가 온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신체의 일부분인 구피질의 작용에 질질 끌려 다니는 감정의 노예가 아닌, 내 감정, 내 뇌의 주체적인 사용자가 되어 자유롭게 감정 채널을 돌릴 수 있는 그날을 생각하며, 채널을 돌려 보자. 휙!
글. 김효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