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두뇌력을 상징하는 ‘영재’. 전 세계적으로 해당 국가가 인재 발굴과 양성을 위해 영재교육에 들이는 노력은 범국가적이다. 21세기의 미래가 곧 우수한 두뇌와 인재에 달려 있음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기회가 아무리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해도, 그중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인재는 특별(?)하다는 게‘영재’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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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영재의 중요성에 비해 영재에 대한 기준은 교육 및 과학계뿐 아니라 학자별, 국가별로도 제각각이다. 그나마 공통적인 분모가 있다면 바로 ‘선천적’이라는 점. 영재를 뜻하는 영어 단어 ‘gifted’ 역시 ‘선천적인, 타고난’이란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일반인들에게 영재란 타고난 재능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류가 다가갈 마지막 미지의 영역인 ‘뇌’에 대한 비밀이 하나 둘씩 풀리면서, 영재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하고 있다. 영재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보이는 높은 지능, 특정 분야의 능력도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 후천적인 환경적 요인에 많은 노력과 훈련이 뒷받침된 것이라는 것.
이는 뇌가 가진 무한한 잠재성에 대한 연구와 약 100조 개에 이르는 신경 네트워크의 끊임없는 발달, 뇌세포는 태어나는 순간 소멸한다는 종래의 과학적 통념을 뒤엎고 두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오히려 뇌세포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뇌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결국 후천적인 성장의 가능성이 타고난 재능을 압도할 만큼 뇌의 잠재성이 무한하다는 얘기다.
누구나 영재성을 타고난다, 단지 개발하지 않을 뿐
영재에 대한 통념이 바뀌어가는 시점에, 2005년 7월 뇌가 가진 무한한 잠재성을 일깨워 영재성을 끊임없이 개발하고자 하는 새로운 영재기관이 한국에서 출범하여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제영재재단 IFG(International Foundation for the Gifted)가 바로 그곳.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IFG는 다양한 분야의 영재를 선발하고 있으며, 특히 세계 최초로 창설된 뇌기반 국제올림피아드인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IHSPO의 공식후원을 맡고 있다. IFG의 가장 두드러진 점이 바로 ‘HSP 영재’인데, 인간의 뇌가 가진 새로운 인지기능으로 주목받는 고등감각인지, HSP(Heightened Sensory Perception) 능력을 가진 영재들을 선발하여 더욱 체계적으로 훈련, 뇌의 무한한 잠재성을 이끌어내도록 한다.
HSP로 뇌의 무한한 잠재성 일깨우다
영재성도 계속해서 개발해야 더욱 발달하기 때문에, HSP 영재들은 1년간의 인증기간 동안 체계적인 HSP 훈련을 받는다. HSP 영재들의 특징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뚜렷한 비전과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이들이 가진 비전도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인류, 즉 개인이 속한 전체에 이로울 수 있는 큰 비전인 것이 특별하다.
HSP 영재들에게 비전을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뇌의 능력을 모두 쏟아 부어 도달하고픈 목표가 있을 때라야 그 잠재성이 온전히 개발되며 HSP 능력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꿈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언제나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영재성의 본질인 뇌의 잠재성을 이끌어내는 데 체력, 심력, 뇌력이 조화로워야 하기 때문에, IFG는 영재들에게 체력 트레이닝과 호흡명상 그리고 긍정적 마인드와 강한 신념 형성을 위한 다양한 훈련을 실시한다.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는 도전
작년 8월 국제영재재단 HSP 영재 3기로 선발된 박정현 군(17세)은 비전과 자신감이 넘치는 HSP 영재답게 앞으로의 목표가 분명하다. 정현 군의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올해 3회 대회를 맞는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에서 금상에 도전하는 것.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두뇌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개발,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특히 수학, 천문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다.영재 선발 이후에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엇보다 자신감이 커졌어요. 예전에는 다른 영재 아이들을 보면 경쟁심이 생겼는데 지금은 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단련해가는 거라 누구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한다주변에 HSP를 많이 알리고 싶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가장 기뻤던 적이 언제냐고 물으니 “5학년 때 살을 20kg나 빼서 친구들이 어떻게 그렇게 했느냐고 많이 물었는데, 사실 살이 빠졌다는 것보다 나의 의지로 뺐다는 게 더 중요했어요. HSP를 하면서 제 자신을 냉철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는데,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절 보고 변해야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졌죠”라고 한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정현이에게 가장 힘들었을 때를 물으니 “2회 올림피아드 때 정말 열심히 했는데 본선 2차에서 탈락을 해버려서 포기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이 어디서 났느냐고 하니 “그때 이순신 장군 드라마에 나왔던 ‘비풍가’를 들었는데, 눈을 감고 부르면 가슴에 울림이 느껴지고 눈물이 났어요. 충무공이 가졌을 비장함과 그 의지를 떠올리며, 저도 힘들 때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해서 불러요. 듣는 분들도 감동이 전해진다고 하고 저도 그 마음이 느껴져서 더욱 힘이 나거든요”라며 눈을 반짝인다. 글·안상현 shahn@brainmedia.co.kr│사진·강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