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건강은 장생의 지름길

치아 건강은 장생의 지름길

* 브레인 토크

브레인 23호
2011년 01월 07일 (금)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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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는 오복 중의 하나라는 옛말이 있다. 오늘날에도 건강한 치아는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기본이다. 요즘은 장생長生이라는 개념이 새로이 각광받고 있다.

흔히 말해온 장수는 그저 오래 사는 게 중요한 반면 장생은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오래 사는 삶을 중요시한다. 필자는 이 장생의 첫 번째 필수조건이 건강한 치아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치아는 장생의 기본

‘2080’이라는 모 회사의 치약 광고가 한창 나올 때 그 광고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한참 뒤에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유지하자는 치과계의 캠페인을 잘 활용한 광고였는데, 이 숫자들이 장생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건강한 치아는 음식물을 골고루 잘 섭취하게 해주어 신체에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위와 소화기계에 부담을 줄여준다. 그런데 치아 건강이 주는 혜택은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 예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치아가 하나둘씩 빠져 씹는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뇌에 자극이 덜 가고, 그렇게 되면 뇌세포의 노화가 촉진되어 그만큼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씹는 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키는 역할도 한다. 치아와 기억력의 연관성,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 사이의 관계는 최근 뇌과학 분야의 여러 연구 결과가 입증해주고 있다.


치아 상실과 치매의 연관성 속속 밝혀져

가까운 일본에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어금니를 발치한 쥐와 그렇지 않은 쥐를 비교해본 결과 어금니가 없는 쥐는 저작 기능을 상실하고 저작근과 신경을 통한 뇌의 자극이 줄어들어 기억력 감퇴를 가져왔다는 결과를 얻었다.

저작 기능이란 음식물을 잘게 씹어 소화 흡수를 돕는 작용을 말하는 것으로, 구조상 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어금니 발치가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남아 있는 치아의 개수가 적을수록 기억을 담당하는 대뇌 속 해마가 작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 도호쿠 대학 와타나베 마코토 박사 연구팀이 70세 이상 노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노인 중 건강한 노인 6백여 명은 치아가 평균 15개였으나 치매로 의심되는 노인 55명은 10개로 치아 개수와 치매의 연관성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은 또한 노인 2백여 명의 뇌를 MRI로 촬영하여 남아 있는 치아 개수, 윗니와 아랫니의 맞물리는 치아 개수, 그리고 뇌 조직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치아 개수가 적은 사람일수록 해마가 축소되어 있었으며, 사고력 등의 고차원적인 뇌기능과 관련된 전두엽도 축소되어 있었다.

맞물리는 치아 개수가 적을수록 특히 전두엽의 축소가 심하게 나타났다. 즉, 씹는 행위는 뇌를 자극하는데 치아를 빼면서 치아 주변의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손실되면 뇌에 자극이 없어져 결국 두뇌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치매 연관 유전자 관련 연구도 나와

미국 켄터키 대학 연구진은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는데 남아 있는 치아 개수 이외에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 병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아포리포 단백질(apolipoprotein) E4 유전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교육 수준이 비슷한 75~98세의 노인 1백44명을 대상으로 10개의 단어를 보여주고 5분을 기다렸다가 몇 개를 기억해내는지를 테스트하는 지연 단어 기억 테스트(Delayed Word Recall test)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포리포 단백질 E4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치아 개수가 적은 사람들에게서 지연 단어 기억 테스트 점수가 가장 낮게 나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도 빨리 감퇴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치아 개수가 적을수록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것과 치아의 개수가 치매와 연관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스웨덴 우메아 대학의 얀 베리달 교수팀은 1988년부터 35~90세의 성인 1천9백62명을 대상으로 치아가 있는 사람들과 발치 후 틀니를 낀 사람들을 비교한 결과 치아가 없는 사람들의 기억력이 훨씬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건강한 치아 유지는 뇌 건강에 중요

앞서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치매와 치아 상실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씹는 활동 자체가 실질적으로 뇌를 활성화한다고 하니,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 치아는 기능상의 역할만 중요한 게 아니라 외관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치아가 가지런한 사람이 좋은 인상을 주는 게 당연하듯이 치아의 형태와 색상에 따라 인상이 좌우된다. 아무리 잘생기고 예뻐도 앞니가 빠져 있거나 충치나 치주 질환으로 치아가 보기 싫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작년 통계에 의하면 작년 한 해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은 병원은 치과라고 한다. 1천3백11만 명이 치주 질환으로 치과를 찾았다고 한다.

치아 건강은 치매와 직결되는 뇌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상을 드러내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의 치아를 젊어서부터 잘 관리하는 것은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장생의 지름길이다.











글·박용진 안산 세브란스치과의원 원장, 브레인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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