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명상이 다국적 기업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 조절, 건강 증진 차원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미국 내 명상 인구가 1천5백만 명을 넘어서고, ‘요가’(미국에선 동양의 모든 명상을 총칭해서 요가라고 한다)로 대표되는 동양의 명상이 삶의 질 향상과 건강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기업 차원에서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혁신, 자유로움, 창의성 등을 외치는 기업의 경우는 더욱 활발하다.
회사 내 명상센터 갖춘 구글, 평소 명상 즐기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직원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며 혁신적인 창의성을 이끌어내고 있는 구글은 캠퍼스 같은 회사 내에 지압사와 물리치료사를 두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명상센터도 갖추고 있다. 요가, 타이치 등 강좌를 열며 직원들이 자유롭게 애용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
‘글로벌 No.1 창의적 CEO’라 불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 인도에서 2년간 체류를 했을 정도로 내면의 목소리와 직관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동양사상과 선불교에 심취, 평소 꾸준한 명상과 수련을 통해서 직관력을 기르고 있다.
이 외에, 세계적 IT기업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도 규칙적 명상을 통해 집중력과 통찰력을 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상은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의 많은 다국적 기업에 필수 도입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야후, 도이치뱅크, 휴즈항공 등은 임직원들에게도 명상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8 세계지식포럼’에서도 명상 세션을 별도로 개설해, 인도 출신의 세계적 명상가인 다타트레야 시바 바바를 초청하기도 했다.
인도 요가, 미국서 삶의 질 향상과 정신 건강 등 멘탈 산업 주도
2008년 미국립보건원(NIH) 산하 대체의학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38%가 대체의학을 이용하거나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성인 2만3천3백 명과 17세 이하 아동 9천4백 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는데 결과를 살펴보면, 자연산 의학품(17.7%), 단전호흡(12.7%), 명상(9.4%), 지압·접골(8.6%), 마사지(8.3%), 요가(6.1%) 순이다.
그런데 단전호흡, 명상, 요가 등은 사실상 동류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동양의 대체의학 분야를 이용하는 사람 3명 중 1명꼴은 정신 수련, 즉 명상을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요가’라고 하면 정신 건강의 보통명사로 통할 만큼 이미 사회적 트렌드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요가저널>에 따르면 지난 1994년 6백만 명이던 미국 요가 인구가 현재 1천5백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회의, 현대인의 만성 스트레스 완화, 치료가 아닌 예방에 대한 관심도 증가, 정신적 삶의 질 중시 등이 중요한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뇌과학의 발달에 따라 육체적 운동만이 아니라 정신적 훈련법을 병행하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미국인들이 인식하게 된 것도 영향이 크다.
미국 기업 명상 도입의 또 다른 배경은 건강보험 비용 축소
미국 내 기업들이 동양의 명상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배경에는 스트레스 완화와 감정 조절, 창의력 증진 같은 명상을 통한 효과 외에도 건강보험 비용 절감이라는 실리적인 부분이 자리한다.
최근 건강보험 개혁법의 통과로 향후 미국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 비용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직원 건강을 평소에 잘 챙겨 비용을 줄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미 기업들의 건강보험 비용 지출은 2008년 6%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평균 7%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많은 미국 내 기업들이 다양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해 평소 질병을 체크하고 있고, 직원 웰빙에 관심 많은 구글은 명상 센터 이외에도 사내 음식점에 건강에 유익한 레벨에 따라 음식에 녹색, 노란색, 빨간색을 분류해놓은 걸로 알려져 있다.
인텔, 파파존스 그룹 등은 직원에게 운동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체중을 줄이거나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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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치료에서 건강관리 중심으로 변화하는 트렌드도 한몫
동양의 명상 등이 일반 시민을 비롯해 기업 차원에서도 적극 도입되는 배경에는 건강 산업의 트렌드가 질병 치료에서 예방, 건강관리로 이동하는 시대적 트렌드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및 시장조사 기관인 프로스트 & 설리번Frost & Sullivan(www.frost.com)이 올해 2월 제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헬스 케어 산업이 5P, 즉 Preventive(예방적), Pre-emptive(우선적), Personalized(개인적), Predictive(예측적), Personal Responsibility(개인적 책임)를 바탕으로 이동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니틴 나익 상무는 2012년까지 헬스 케어 시장의 성장동력을 혁신적 신사업, 고성장 사업, 성숙기 산업, 선두 산업의 네 분야로 나눠 발표하면서, 헬스 케어 산업이 종래의 질병 치료에서 웰빙 중심으로 변화하고 예방적, 우선적, 개인적, 예측적, 개인적 책임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 4일에서 9일까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개최된 ‘2010 건강박람회’는 건강 산업이 바야흐로 치료에서 예방, 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과거 전문가에만 의존했던 것을 넘어, 건강의 주체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인식하고 소극적 차원의 ‘예방’을 넘어 보다 적극적 차원의 ‘관리’ 개념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U-헬스 시대, 내가 디자인하는 건강 생활’을 주제로 다채롭게 펼쳐진 ‘2010 건강박람회’ 개막식에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올바른 건강 정보를 제공하여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는 한편,
사전 예방적 건강관리를 통해 사회·경제적 부담을 사전에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하며, “이것이 또한 신성장동력으로서 건강 산업 활성화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새로운 건강 산업의 시장이 열리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스트레스 완화와 감정 조절, 치료에서 건강관리로의 사회적 변화 등에서 직시해야 할 것은 그러한 트렌드가 아니라 그 핵심 콘텐츠가 동양의 정신문화, 바로 우리의 정신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대체의학이란 이름으로 동양의학을 연구하고, 미국인들이 인도 요가를 약물 없이 스트레스 완화와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훌륭한 방편으로 인식하는 것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글·장래혁 editor@brai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