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기반교육? 아하!

뇌기반교육? 아하!

뇌교육 특강

뇌2004년2월호
2010년 12월 07일 (화)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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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책방에 들렀습니다. 제목에 ‘뇌’라는 말이 들어 있는 책들이 정말로 많더군요. ‘두뇌한국’이니 ‘BK21’이니 하는 말들을 우리가 자주 듣게 된 것도 벌써 5년 전이니 그럴 만도 하겠지요. 하지만 뭔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뇌’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인간’을 이해하려는 것인데, 정작 인간에 대해서 말해주는 글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잠깐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1990년대에 이르러 두뇌연구는 기초과학에서부터 유전학, 약리학, 의학, 공학 등 수십여 가지의 하위 학문으로 눈부시게 발전하였습니다. 특히 하나의 통합된 학문으로서 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신경과학은 첨단과학의 한 분야로서 점점 더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학의 최후 영역이라고 일컬어지는 뇌와 관련하여 많은 선진국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다각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뇌에 대한 새로운 많은 지식이 세상이 나왔고, 뇌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도 완전히 새롭게 트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두뇌가 어떻게 기능하는가를 설명하는 포괄적이고 일관적인 모형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뇌가 어떤 원리로 성장하는지, 또 그 성장의 방향을 어떻게 이끌어야 긍정적인지를 판단할 만큼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뇌기반교육이 뭔가요?

서두에서 언급한 부분과 관련하여 최근에 급격히 발달하고 있는 뇌기반교육(Brain based Education)이 하나의 답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뇌기반교육이라는 이름에 대하여 아직까지는 낯선 느낌이 많이 들 것입니다. 말을 그대로 풀어 뇌기반교육은 뇌를 토대로 하는 교육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서둘러 말하자면 뇌기반교육은 뇌와 관련한 과학적 사실들을 토대로 우리 인간의 삶을 더 고양시키기 위한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의 체계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뇌기반교육은 두 종류의 지식 위에 서 있습니다. 한 축은 우리의 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지식의 축이고 다른 한 축은 우리의 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지식의 축입니다. 뇌호흡(Brain Resperation)의 창시자인 이승헌 박사의 개념을 빌어 표현하면, 한 축은 뇌가 발달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지식, 즉 ‘뇌철학’이라 명명할 수 있는 지식의 축이고, 다른 한 축은 뇌가 효과적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 즉 ‘인간학기술(Human Science Technology; HT)’이라 명명할 수 있는 지식의 축입니다. 삶의 주체는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입니다. 뇌기반교육은 바로 이 ‘나’를 중심으로 뇌와 앎과 삶의 관계를 밝히고 향상해 나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뇌기반교육이 이렇게 중요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함께 나누기에 충분한 정보들은 그다지 많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뇌기반교육에 관련된 사실들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보고 중요한 가치를 갖는 일들을 함께 해나가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뇌의 나, 나의 뇌

오늘은 먼저 뇌기반교육의 이해에 앞서 뇌와 교육에 대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정리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즉각 떠오르는 답은 사고의 도구 혹은 생각주머니라는 답입니다. 그런가하면 내 몸의 일부라는 답도 생각납니다. 더 깊이 생각하면 뇌는 나 자신이라는 답도 가능합니다. 우리 인간의 사고능력은 워낙 다른 동물에 비해 출중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주로 뇌의 바깥쪽에 있는 신피질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사고의 도구나 능력과 관련시켜 이해하는 경향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뇌는 내 몸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나의 의식과 행동과 존재를 관할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뇌는 곧 나 자신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뇌가 우리 자신이라는 말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뇌는 우리 인간이 가진 아주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뇌는 우리 인간이 만든 어떤 기계장치보다 정교하고, 그 기능 메커니즘은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되었습니다. 우리 뇌는 두 주먹을 마주 댔을 때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뇌는 몸무게의 2퍼센트, 신문지 한 장 정도의 표면적, 한 되 정도의 부피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우주라고 일컬어질 만큼 무한한 능력과 복잡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비교했을 때 신체에 비하여 큰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오렌지 껍질 두께로 두뇌를 감싸고 있는 대뇌피질은 수많은 주름들로 이루어져 있고 신경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대뇌피질의 신경세포들은 모두 합하면 거의 백만 마일에 이르는 신경섬유들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와 부위들 때문에 뇌는 학습에 유리한 놀라운 융통성을 보입니다.

서구에서는 인간의 사고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뇌의 기능을 이해하려는 이론적 모형이 거의 2천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뇌가 수압계처럼 기능한다거나 마법의 베틀이나 도시의 배전반처럼 기능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었는가 하면 컴퓨터에 비유하여 그 기능을 이해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뇌는 사고능력의 수단인 동시에 우리 자신이 지각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앎과 행위의 원천이라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뇌란 두뇌와 정신신경계를 포괄한 이름

미국의 맥클린 박사는 우리의 뇌가 진화단계와 구조가 다른 세 종류의 뇌로 이루어져 있다는 삼층뇌 이론을 발표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 이론은 뇌가 사고능력과 더불어 말로 쉽게 표현할 수는 없으나 감정을 느끼고 다른 생명체와 그 감정을 교류하는 정서능력을 가지는 동시에 체온조절, 체액조절, 호흡과 심장박동은 물론 성장 같은 생명활동과 직결되는 능력도 수행하고 있음을 밝혀주었습니다. 맥클린 박사의 이론은 우리의 관심을 사고능력이라는 하나의 차원에만 제한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전체적인 차원을 우리의 뇌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이론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명력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두개골 안에 위치한 두뇌는 전신에 퍼져있는 정신신경계와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두뇌와 정신신경계를 하나로 엮어 ‘총체적 접근’을 시도하는 학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뇌는 두뇌와 정신신경계를 포괄하는 부르는 이름이며, 뇌 기능의 발달은 사고능력의 발달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 몸이라는 물질적 존재와 마음과 정신이라는 의식적 존재가 서로 어우러진 ‘나’의 발달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뇌’의 발달을 ‘나’라는 존재의 고양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기능이 좋은 뇌?


두 번째로 살펴볼 질문은 우리의 관심사인 교육과 관련된 것입니다. 먼저 뇌 기능과 관련된 사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뇌를 이루는 기본 단위는 작은 신경세포들(뉴런neuron)입니다. 뇌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뇌의 용량이 얼마나 큰가, 또 신경세포가 얼마나 조밀하게 있는가와 별 상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뇌의 기능은 신경세포들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신경세포들은 경제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서로 연락을 하기 위해 튼튼하고 복잡한 회로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는 독특한 연결고리를 이용합니다. 각 신경세포가 몇 천 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뇌 전체는 수조 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신경세포 회로망을 통하여 우리의 뇌는 엄청난 속도로 정보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잘 기능하는 뇌란 곧 잘 발달된 신경세포 회로망을 가진 뇌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뇌 기능의 발달 여부는 인간 사회와 지구 생태계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가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끊임없이 노력을 한 결과, 굉장히 도둑질을 잘 하게 되었다고 합시다. 뇌 기능의 발달이라는 점만 주목한다면 이 사람은 분명히 특정한 능력을 계발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러한 능력을 줄이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따라서 뇌 기능의 발달은 사랑, 자유, 평등, 평화 같이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이고 긍정적인 가치를 키우는 방향을 향해야만 합니다.

다음으로 아무리 발달된 신경세포 회로망을 가진 뇌라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뇌가 원활하게 기능을 유지하려면 몇 가지 화학물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뇌과학자들은 이러한 화학물질의 수준이 부적절한 사람들이 주의산만이나 동기저하 또는 폭력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꾸준히 밝혀 왔습니다. 이는 화학물질의 수준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만 있다면 학교와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뇌의 기능을 향상하는 새로운 약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서 1990년대는 이른바 ‘화학적 학습자’의 출현으로 기억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두뇌를 개조하려는 약물, 두뇌 관련 음식, 집중력을 높이는 약을 생산하는 기업체가 이미 10억 달러 규모의 세계적인 기업체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제 인류는 머지않아 뇌 기능을 향상하는 물질들을 복용하거나 섭취하는 것을 하루 일과로 삼을지도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뇌의 건강을 위해 약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뇌가 혈액과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개개인이 잠재된 재능을 개발해주는 뇌교육

이제 실천과 관련한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의 뇌를 건강한 상태에 있게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인류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신경세포 회로망을 잘 발달시킬 수 있을까요? 그 열쇠는 바로 제대로 된 교육(education)일 것입니다.

여러 가지 형태로 교육 활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혼자서 하든지 남에게서 배우든지 간에 교육이란 인간 존재의 발달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몸과 연관지을 때, 이는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능력과 연관짓는다면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방식으로 체험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의미와 연관지을 때는 인간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세상을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체험을 겪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는 몸은 물론이고 마음과 정신의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 가능한 것입니다.

뇌로 초점을 옮겨보면, 제대로 된 교육은 뇌가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주고 일러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엄청나게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기질을 타고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질은 적합한 조건이 갖추어질 때라야 비로소 밖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배우는 사람이 몸과 마음과 정신의 채비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인류와 지구가 원하지 않는 방향을 향할 때 바르게 이끌어주며,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고차원적 정보를 일러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교육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뇌기반교육은 뇌의 속성과 발달 기제에 대한 지식을 제공합니다. 이와 더불어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천적 지침도 제공합니다. 콜롬부스가 탁자 위에 달걀을 세우고 난 후에는 아무도 해 낼 수 없던 일이 엄청나게 쉬운 일로 변했듯이, 제대로 된 교육의 실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쁜 뇌’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다만 ‘나쁜 교육’이 존재할 뿐입니다. 누구나 강점과 약점, 독특한 학습방식, 특별한 능력이나 소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별성을 잘 살리면 누구나 삶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창조하는 주체로 성장할 것입니다. 다음 회부터는 어떻게 이러한 목표에 도달할 것인가에 대하여 같이 살펴나가기로 하겠습니다.

글│신혜숙  서울대 교육학 박사. 현재 국제평화대학원평화학과교수.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부설 뇌호흡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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