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 정보중독의 시대, 나의 도파민 베이스라인은?

도파민 터지는 세상에서 나는 왜 우울한가

브레인 103호
2024년 02월 15일 (목)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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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2023년 대한민국 사회를 상징하는 키워드를 얘기할 때 ‘MBTI’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개인 간의 만남부터 기업의 인력 채용 현장에까지 등장하는 질문이 되었으니 말이다.

MBTI 열풍은 도파민dopamine의 기능과 함께 이해할 수 있다. MBTI에는 나를 알고 싶고, 상대를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주변으로부터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무의식의 욕구 또한 반영된다는 면에서 더욱 그렇다.

‘도파민’ 하면 일반적으로 ‘중독’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도파민 중독’, ‘도파민 디톡스’라는 용어가 미디어에 많이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세로토닌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우리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도파민의 작용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은 자신의 습관과 동기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도파민 감수성이란

도파민은 뇌신경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다. 흥분성 전달물질이기에 분비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인체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에 도파민이 너무 과도하거나 부족하면 ADHD, 조현병, 우울장애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의 뇌 속 흑질에 도파민 생성 세포가 특이적으로 파괴되었음을 밝힌 연구도 있다. 도파민이 기저핵에도 작용해 정밀한 운동을 조정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또한 도파민은 ‘보상 시스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동기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하는 ‘쾌감’이라는 보상은 도파민이 많이 분비됨으로써 생겨난다. 도파민의 분비 정도에 따라서 기분이 널뛰는데, 이를 ‘도파민 감수성’이라 한다. 

도파민이 결핍되거나 뇌가 도파민에 내성이 생기면 무엇을 해도 금세 질리고 쉽게 귀찮아지며,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도파민이 적게 분비됐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 증상이 우울증이다.

반면, 도파민 분비량이 과도해지면 조증燥症이 발생할 수 있다. 식욕부진, 수면장애, 강박증, 조현병 등도 과도한 도파민 분비와 관련 있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다양한 중독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 알코올 중독, 쇼핑 중독, 니코틴 중독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사회 문제로 크게 대두된 이른바 마약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거나 도파민의 재흡수를 막아서 도파민의 총량을 늘리는 작용을 한다. 도파민을 최대 1,200퍼센트까지 증가시킨다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투여하면 흔히 ‘다행감(euphoria)’이라고 불리는 극도의 행복감과 며칠 동안 잠이 오지 않을 정도의 극단적인 각성효과, 작업능력의 향상 등이 일어난다.

마약 같은 약물이 몸에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는 정상적인 도파민 시스템을 망가뜨린다는 점이다. 인위적으로 강력하게 도파민 총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내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면서 스스로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도파민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경우 그에 비례해 도파민 수용기가 줄어든다. 이는 도파민 감수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마약처럼 외부로부터 이루어지는 도파민 과다 투여는 결국 도파민 수용기를 파괴함으로써 일상적인 보상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보상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우울증을 유발하고, 일상생활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도파민 수용기가 극도로 줄어든 마약 중독자들은 약물을 투여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그러한 보상의 쾌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더 많은 양의 마약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다른 중독도 마찬가지다.
 

격정적 사랑에도 관여하는 도파민

사랑이라는 쾌감을 경험한 뇌는 그 신호를 반복적으로 추구하게 되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과정에도 도파민은 깊숙이 관여한다. 

사랑에 빠지면 미상핵의 활동이 커지는데, 이는 도파민 수용기들이 이곳에 아주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매우 강력한 천연 각성제여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마약 중독자의 뇌 활동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코넬대학 신시아 하잔 교수는 도파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격정적인 사랑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30개월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뇌는 결국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지나친 도파민의 발현상태를 장기적으로 지속하지 않는다. 그 기간 안에 성숙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 연인들이 헤어지는 것은 뇌의 생존전략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도파민’과 정보중독

최근 도파민에 관한 이야기가 주목받는 이슈로 떠오른 것은 우리 사회에 도파민을 추종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부터 열고, 끊임없이 SNS 활동에 탐닉하며, 사람과의 접촉보다 디지털 기기에 더 익숙해지면서 ‘디지털 도파민’이라 불리는 ‘정보 중독’에 매우 취약한 사회가 되었다. 과거에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대상을 일상에서 찾기 어려웠지만, 세상이 모든 면에서 풍요로워지고 디지털 기기가 생활에 밀착되면서 중독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스탠퍼드대학 중독치료센터를 이끄는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 박사는 자신의 저작 《도파민네이션》에서 인간이 중독에 빠지는 이유를 의지나 도덕성의 결핍이 아니라, 쾌락과 고통을 지휘하는 도파민에서 찾는다. 

특히 중독성 물질, 자본주의, 디지털이 결합된 현실 때문에 중독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문제이니 당연히 회복에 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와 기술의 진화가 도파민 욕구를 더 쉽고 빠르게 충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도파민 자극에 대한 의존성은 더욱 높아졌다. 스마트폰 앱을 누르기만 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영상이 재생되는 숏폼 콘텐츠는 도파민 중독에 이르기 쉬운 대표적인 예다.
 

나의 도파민 베이스라인은?

도파민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수준을 ‘베이스라인’이라고 한다. 문제는 우리의 일상이 너무 쉽게 도파민을 활성화하는 쾌락적 자극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뇌는 외부에서 입력된 정보를 처리해서 출력하는 일종의 정보처리 기관이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은 그대로인데 뇌의 바깥 환경이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뇌에 지속적인 정보 자극을 주는 몸의 활동성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낮아진 신체 움직임은 생명활동의 근간인 항상성을 떨어뜨리고, 몸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우리 의식을 바깥으로 돌리게 한다. 이로 인해 도파민의 베이스라인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

집중력 위기를 탐구한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저자 요한 하리는 사람들이 점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현상을 개인의 실패로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 이유는 정크푸드를 중심으로 한 식품공급 체계와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해 비만율이 증가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집중력 파괴를 사업모델로 삼는 실리콘밸리의 기술 설계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강사가 청중을 향해 “현재 자신이 설계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싶은 분이 얼마나 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청중은 침묵에 휩싸였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도파민 베이스라인을 지켜내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래 건강의 새로운 키워드로 치료, 예방, 관리에서 한발 더 나아간 ‘헬스 프로모션Health Promotion’을 제시한 바 있다. 헬스 프로모션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고 건강을 향상하게 하는 과정’이다. 

중독의 본질은 결국 자기 뇌의 주인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중독을 부채질하는 환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 도파민 시스템을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뇌의 주인이 되려는 노력을 통해 보상을 얻어야 한다.

글_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참고도서_《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집중리포트] 도파민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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