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에서 면발 되기까지 7분
손자장 요리사 김성주씨
어깨 춤 추듯 츨렁출렁,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나는 밀가루 반죽, 이번에는 꽈 주고, 다시 출렁출렁, 이러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니 면발이 점점 가늘어지면서 국수 가락이 나온다. 단 7분 만에 쫄깃쫄깃한 면이 완성되고 그 위에 자장 소스와 채 썬 오이가 얹힌다. 이렇게 만들어진 손자장은 바로 손님에게 배달된다. 윤기 흐르는 쫀득한 면발인 채로.
을지로 3가 명보극장 앞에서 20년 이상 손자장면을 만들고 있는 요리사 김성주(43)씨. 85년부터 자신의 음식점을 갖겠다는 꿈을 안고 배달 일부터 시작했다. 처음 밀가루 반죽을 만지게 되었을 때 부드러운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처음에는 밀가루와 손이 겉돌아 반죽덩어리를 바닥에 떨어뜨리기 일쑤였죠.”
돌리고 꼬고, 꼬고 돌리는 일을 몇 개월 정도 땀 흘리며 연습하니 밀가루와 손이 하나 되는 감각이 터득되었다. 그의 손자장은 쫄깃쫄깃한 면발로 유명하다.
손과 병의 우아일체, 칵테일 쇼
바텐더 서윤정씨
새벽 4시. 서울 삼성동 칵테일 바 ‘더 플래어’. 손님들은 이미 다 돌아갔는데 쿵쾅쿵쾅 음악 소리와 병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바텐더들이 병을 돌리는 쇼 연습이 한창. 체육학과를 졸업한 서윤정(26) 씨는 3년 전, 바텐더 일에 매력을 느껴 바텐더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더 플래어’에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병모양으로 만들어진 나무로 연습을 해요. 6개월 정도 꼬박 연습하면 기본을 익힐 수 있죠.”
연습하다 보면 실수로 떨어뜨리는 병에 팔뚝이 멍들기 일쑤. 고된 훈련이지만 기본기를 배우고 나면 본인이 충분히 응용해서 창조할 수 있다. 또 관객이 되는 손님들 앞에서 갈고 닦은 칵테일 쇼를 보여 준다는 것도 이 직업의 매력.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감각이 죽기 때문에 꾸준히 반복해야 해요.”
서윤정 씨는 병을 몸에 밀착시켜 굴리는 섹시 버전의 명수. 어느 정도 숙달되면 바텐더 개인의 색깔이 나타난다고. 같은 동작도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손 많이 쓰면 머리 좋아져
우리 몸에서 손은 작은 부위이지만 뇌의 시상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엉덩이나 허리보다도 뇌에서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 왜 우리의 뇌에서 손이 차지하는 비율이 이렇게 클까? 이 사실은 손가락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다른 부분을 담당하는 세포에 비해 매우 많거나 굵다는 사실을 뜻한다. 또 우리 몸을 움직이는 신경세포, 즉 운동신경세포는 전두엽의 제일 뒤쪽 피질(대뇌의 제일 바깥쪽 껍데기, 운동중추라고 한다)에 모여 있는데, 손가락을 움직이는 세포가 몸통 근육을 움직이는 세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이 더 많다.
사람이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뇌의 대뇌 신피질에 있는 운동전야, 운동야, 체성감각야라는 곳이 끊임없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손이 컴퓨터의 마우스를 만지면 손가락 피부의 만지는 감각이 활동하여 체성감각야에 입력된다. 그런 뒤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어떻게 움직이고 조작할 것인지 등의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곳이 운동전야이다. 그리고 실제로 손가락이 움직이도록 근육에 운동명령을 내리는 곳은 운동야이다. 이러한 세 부분이 뉴런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우리가 컴퓨터를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손은 운동기관이면서 감각기관으로 차갑다, 뜨겁다, 아프다, 가렵다, 매끈매끈하다, 꺼칠꺼칠하다, 가볍다, 무겁다, 부드럽다와 같은 외부의 정보를 느끼게 한다. 결국 손을 사용한다는 것은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손가락을 움직여 인지하라. 같은 책상이라 할 지라도 책상의 소재는 나무나 철제, 스테인레스, 합판과 같이 다양하니 눈으로 책상이구나 판단하고 넘어가지 말고 손으로 만져 볼 일이다. 하다못해 휴일에 빨래를 개는 아내를 도와주는 것도 손가락의 감각이나 활동, 즉 뇌를 활성화 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곽문주│joojoo@powerbrain.co.kr 사진│김명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