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리포트] 몸을 통해 자기 이해에 이르는 길

브레인 스포츠 무대에 오른 국학기공

브레인 91호
2022년 04월 19일 (화)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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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근처 공원에서 국학기공을 수련하는 부광중학교 학생들



학교 스포츠클럽 형태로 보급되고 있는 국학기공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최정임 교사는 방과후수업으로 ‘국학기공’을 진행한다. 교사 본인이 국학기공 수련을 시작한 2011년부터 재직하고 있던 학교의 학생들에게 국학기공을 가르쳐왔다. 그해 학교 축제 무대에서 국학기공 시범 공연을 한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동아리 활동, 자유학기제 수업, 방과후수업 등을 통해 국학기공을 지도하고 있다.

국학기공은 대한체육회의 정식 체육 종목으로, 생활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학교 스포츠클럽 형태로 학교 현장에 활발히 보급되어 왔다. 학생들이 방과후수업 참여를 신청하는 데 있어 최종 결정은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이뤄지기 때문에 국학기공 수업에 대한 부모의 평가가 학생 모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한 기수를 종료하면 국학기공 수업에 참여한 학생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국학기공 수업을 통해 자녀가 변화 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부모들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성격이 활발해졌다/몸의 균형이 좋아지고 단단해졌다/차분해지고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진 것 같다/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성격이 됐다/걸음걸이가 가볍고 당당해졌다/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기대감으로 바뀌었다/공부의 활력소가 됐다/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을 잘한다.”

몸의 변화부터 성격, 정서, 태도, 학습의 변화까지 다양하다. 몸을 단련하면서 이 같은 의식 측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기공 수련의 강력한 특성이다.


자신의 몸을 만나는 체험

국학기공 수업은 자신의 몸에 집중하면서 느낌을 따라가는 동작들로 이뤄진다. 태권도나 축구 같은 운동을 좋아하거나 춤을 즐겨온 아이들도 처음에는 이 같은 움직임을 낯설어한다. 자신의 몸에 관심을 두고 느낌을 관찰하며 스스로 반응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학기공 수업은 최종적으로 공연을 목표로 진행하지만 수업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자신의 몸을 만나는 것이다. 이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최정임 교사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잘 알기에 10년 넘게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매번 아이들 앞에서 가슴이 뜨겁다.
 

▲ 국학기공 시범을 보이는 천신무예예술단의 공연


몸을 만나고, 몸을 다루고, 마음으로 몸을 보는 감각을 익히면서 아이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 간다. 현대 신경과학에서 가장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 중 하나는 자신의 몸을 느끼는 감각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몸의 느낌을 잘 해석하고 반응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학기공이 의식을 몸에 머물게 해 섬세하게 느끼고 관찰하게 하는 것은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와 믿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학기공의 캠페인 문구가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을 지키고 의식을 키우는 핵심 원리

대한국학기공협회 권기선 회장은 “청소년들이 경쟁 위주의 스포츠 활동을 하다가 국학기공을 하면서 서로 화합하고 팀워크를 이루는 경험을 한다. 국학기공은 체력을 기르고 인성을 함양하며, 집중력을 올려 자기 주도 학습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 예로 대구의 논공중학교는 국학기공을 실시한 지 6개월 만에 학교 폭력 제로, 기초 학력 미달 제로 학교가 됐다”며 학교 스포츠클럽 국학기공이 교육의 희망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국학기공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함께 수련하고 사례를 발표하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류해나가고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한 교사는 “국학기공을 하면서 내 몸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했다. 내 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됐고,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내 기준에 맞춰 학생들을 이끌고자 했다면 지금은 학생들에게 더 초점을 맞추는 내가 보인다”고 한다.

몸과 마음은 따로 분리돼 있지 않다. 뇌를 매개로 몸과 의식이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관계임을 뇌과학이 규명했으나, 일찍이 기공에서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에너지 작용으로 뇌와 몸의 관계를 이해했다. 수승화강이란 수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화 기운은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으로 대우주, 곧 천지대자연의 관점에서는 태양의 화 기운이 땅을 따뜻하게 비추고 물은 수증기가 되어 위로 올라가는 순환의 원리를 이른다. 즉, 수승화강은 정상적인생명력이 작용해 천지기운이 조화와 균형을 이뤄 운행하는 상태를 이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의 관점에서 수승화강은 오장육부 가운데 화 기운에 해당하는 심장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고, 수 기운에 해당하는 신장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는 승강운동을 이른다. 수승화강과 반대로 상열하한 상태가 되면 생명 활동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여러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국학기공은 수승화강의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몸과 의식의 작용이 안정되고 긴밀하게 일어나도록 한다. 이것이 우리의 심신 건강을 지키고 의식을 키우는 핵심 원리이다.

몸을 단련하는 과정을 통해 내 안의 참 나가 깨어나 오랜 선도 수련의 전통을 현대 단학으로 이은 이승헌 총장은 국학기공의 비전을 이렇게 밝혔다.

“국학기공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고,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며, 인간과 지구를 이롭게 하는 홍익활동에 동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갈고 닦아 자기 안의 빛을 밝히고 세상을 밝히며 자기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많아질 때 지구에도 진정한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
 

▲ 천신무예예술단


국학기공은 협회 활동을 통해 전국 시군구에 180여 개 조직이 결성돼 있고, 해외에는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중국, 러시아, 독일, 브라질, 뉴질랜드, 엘살바도르, 필리핀 등 10여 개국에 보급됐다. 대한국학기공협회가 매년 주최하는 국제국학기공대회는 전 세계의 수련인들이 한데 모이는 잔치 마당이다.

2021년에는 계속된 팬데믹으로 12월 3일~4일에 걸쳐 온라인 으로 진행했다. 9회를 맞은 올해 대회에는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62개 팀, 1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경연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 참가해 국학기공 세계화에 기여한 공로로 국학기공 유공자 표창을 받은 미국의 션 뉴먼 선수는 자신의 수련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학기공을 하기 전에는 세상의 많은 문제에 분노를 느꼈다. 가족과 친구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 그들에게도 화를 내곤 했다. 세상을 바꿀 방법이 없다고 느껴져 좌절하기도 했다. 그런 분노와 우울감을 잘 관리하고 싶어서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뉴욕의 바디앤브레인센터에서 국학기공을 수련하면서 진정으로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 국학기공 시범을 보이는 천신무예예술단


뉴먼과 함께 해외 유공자상을 받은 일본의 스야마 후미코 선수는 히로시마에서 브레인트레이너이자 국학기공 강사로 활동하며 지역 내 자치단체와 학교, 회사 등에 국학기공을 알리고 있고, 누구나 수련 체험을 할 수 있도록 2015년부터 매해 ‘기공 페스타’를 개최해왔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후미코 선수는 원래 중국 무술인 태극권을 했는데 경기에 출전했다가 다리에 부상을 입어 재활을 기대하며 국학기공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태극권으로는 넘지 못한 벽을 넘는 경험을 하게 됐고, 이후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했다.

국학기공의 몸을 단련하는 과정을 통해 내 안의 참 나가 깨어나 의식과 연결되면 의식의 중심이 외부에서 내부로 옮겨 온다. 의식의 중심이 참나와 단단히 연결되어 있을 때 스스로 정보를 선택하는 주체가 되고,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정리_ 《브레인》 편집부 ┃ 사진 제공_ K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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