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태권도 경주도장 김의식 관장

[인터뷰] 단태권도 경주도장 김의식 관장

[집중 리포트] 몸에서 시작하는 의식의 변화

브레인 91호
2022년 04월 19일 (화)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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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에 내공 수련을 더한 단태권도.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떻게 새로워지고자 할까? 단태권도 1호 도장인 경주도장 김의식 관장의 ‘수련하는 삶’에서 그 단서를 찾는다. 
 

▲ 단태권도 경주도장 김의식 과장


단태권도 경주도장 김의식 관장의 하루는 아침 6시 황성공원에서 시작된다. 옛 화랑의 수행터였던 이곳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매일 아침 수련 지도를 한 지 17년째. 공원 한쪽에 30여 명 정도 줄지어 선 이들이 김 관장과 함께 우렁찬 목소리로 기합을 넣으며 동작을 따라 한다. 비가 많이 와서 수련을 못 하는 날에는 우산 쓰고 맨발 걷기라도 한다고. 태권도 7단인 김 관장이 도장 밖으로 나가 수련을 지도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이 보다 손쉽게 ‘단’을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전국 1호 단태권도 관장이다. 단태권도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때 태권도를 시작해 선수를 하고 대학 체육학과에 갔다. 군에 입대해 최전방 지역에 근무하면서 영하 20~30℃의 혹독한 추위 때문인지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제대하고 스물여덟 살에 태권도장을 열고, 10년간 태권도 관장을 하면서도 계속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을 좀 했다.

그러던 중 2003년 단태권도를 하면서 몸이 차츰 회복되는 것을 느꼈고, 그와 함께 자신감도 살아났다. 단태권도를 통해 내 몸과 의식이 변화하는 체험을 했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단태권도를 선택할 수 있었다.
 

▲ 김의식 관장이 매일 수련 지도를 하는 경주 황성공원의 아침 풍경


단태권도는 태권도와 어떻게 다른가?

단태권도와 일반 태권도의 차이는 기 에너지 운용 방식에 있다. 일반 태권도는 의식이 외부로 향하는 외공 수련이어서 보여지는 것에 집중한다. 겨루기나 시범은 관중이 어떻게 보는가, 품새는 심판이 어떻게 보는가를 중시한다. 그에 비해 단태권도는 내공 수련을 중시한다. 호흡 수련과 기 수련을 통해 의식이 내부로 향하게 한다.

한마디로 단태권도는 내공 태권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신선도 수련 명맥을 타고 내려온 내공 단련법을 태권도의 외공적인 기술에 접목한 것이다. 그래서 단태권도에는 일반 태권도에서 볼 수 없는 내공 수련법이 있다.


내공 수련은 어떻게 이뤄지나?

내공 수련법에는 멈춤, 역근, 호흡 등이 있다. 이는 격렬한 동작보다 에너지 소비가 더 많은 트레이닝이다. 이를 기초로 하는 단태권도 수련은 먼저 기혈순환 작용을 높이기 위해 장운동과 도인체조를 하고, 기운을 터득하고 운용하기 위해 지감수련과 단무, 단공 등을 한다. 몸을 깊이 바라보며 이완하는 내관, 의식을 정화하는 호흡명상은 뇌와 몸의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내공을 키우는 주요한 수련 과정이다. 

단태권도의 모든 수련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동작, 호흡, 의식’의 일치이다. 동작과 함께 호흡과 의식이 일치할 때 긴장하지 않고 이완한 가운데 내기內氣를 더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단태권도의 연단 수련을 하는 어린이들


현재의 단태권도 도장은 일반 태권도 도장에서 단태권도 도장으로 전환한 것인가? 

일반 태권도 지도자가 단태권도 수련 과정을 거쳐 단태권도 협회에 가입하면 단태권도를 지도할 수 있다. 태권도도 정신을 중시하고 철학이 있지만 형태적으로 외공을 중시하기 때문에 단태권도를 수행하는 데에 분명히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회원들도 기존 태권도에서 하지 않는 것을 하면 태권도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이래저래 넘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단태권도는 명확한 수련 원리와 강력한 수련 효과를 갖고 있다는 점이 태권도 지도자와 회원들을 단태권도로 유입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의식이다. 무도인으로서의 의식, 변화하고자 하는 의식이 현재의 문제와 한계를 넘어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발휘하게 한다.

단태권도는 기존 태권도의 문제점과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태권도는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수련생이 전체 회원의 70~80%를 차지하는데, 지금처럼 낮은 출생률이 지속되면 앞으로 태권도장 운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태권도장이 아이들이 가는 학원처럼 인식되고 있어서 성인 수련자를 찾기도 어렵고.

단태권도 도장에서도 어린이들이 많이 수련하지만 성인 대상의 수련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경주도장도 20대부터 70대까지 성인 회원들이 주를 이룬다. 도장 외부의 공원이나 경로당 같은 노인 복지 시설에 가서 하는 수련 지도도 많이 한다. 실제로 심신 건강의 필요성은 성인들이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성인 태권도로 가는 것이고,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 태권도도 단태권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단태권도 확산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코로나19 이전에는 도장에 있는 시간보다 부산, 울산, 창원, 포항 일대의 태권도 관장들을 만나 교육하고 컨설팅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여러 단체나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고. 일 년에 두 번, 동계·하계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가하는 특별 수련도 매년 진행해왔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효충도캠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캠프’를 통해 단태권도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줄어든 이후로는 도장의 성인 회원들이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의 변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수련을 통해 몸과 의식이 변화하고, 그것이 삶과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단태권도 수련의 본령이니까.
 

▲ 태권도의 고급화와 성인 프로그램 강화를 주제로 열린 단태권도 세미나


몸과 의식의 변화, 개인의 삶과 사회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는 것인데, 단태권도의 정신은 무엇인가?

태권도는 국기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예이자 스포츠이 다. ‘국기’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역사적 전통, 전통에 깃든 혼, 정신의 전통을 체계화한 학문이다. 그것을 단태권도에서는 국조, 국혼, 국학이라고 한다. 이를 아우르는 철학의 바탕이 홍익인간 정신이다. 태권도를 통해 홍익인간이 되고, 홍익정신을 알리는 데 태권도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태권도에서 정신이 빠지면 그저 운동이고 싸움 기술일 뿐이다.

이 같은 태권도의 본래 정신을 살리는 것이 단태권도의 존립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004년에 단태권도를 출범시킨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은 국기원 1기 태권도 사범이자 태권도 관장 출신으로 태권도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태권도가 남녀노소 누구나 수련하는 국민 무예의 위상으로 올라서서 세계로 확산되기를 꿈꾸며 시작한 것이 단태권도이다.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의 비전을 담고 있는 홍익정신이 국조로부터 나왔고, 홍익정신이 국혼이며, 홍익정신을 알리는 것이 국학이다. 단태권도의 핵심 철학이 여기에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하루를 공원 수련으로 시작하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명상하고 아침 6시에 다 같이 공원에 나간다. 아내와 아들, 두 딸도 태권도 사범이다. 아침 공원 수련은 우리에게 밥 먹고 잠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상이 되었다.

단태권도의 모토가 ‘몸 튼튼, 마음 튼튼, 뇌 튼튼’인데, 이를 나 자신과 우리 가족부터 실현해야 다른 분들에게 더 자신 있게 권유할 수 있지 않겠나. 튼튼한 몸과 밝은 의식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단태권도를 열심히 알리겠다.


글_ 방은진 ┃ 자료 사진_ 단태권도 경주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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