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헤이리 블루메미술관, 4.1.~6.25. '정원사의 일' 전시
개관 5주년을 맞아 화가가 가꾼 정원으로도 유명한 경기도 파주 탄현 헤이리 블루메미술관이 정원에 관한 전시로 봄과 여름을 맞는다. 4월1일부터 6월25일까지 ‘정원사의 시간’이라는 전시를 열고 있다. 참여작가는 강운, 김원정, 김이박, 임택, 최성임 5명.
▲ 강운, 공기와 꿈,2013, 캔버스에 염색한지 위에 한지,227.3x182cm.
정원과 정원일의 가치를 인문학적으로 읽어낼 이 전시는 지속적 기획을 통해 내년 문을 여는 서울식물원과 더불어 정원문화의 또 다른 중심지가 될 미술관의 모습을 그려보려는 시도이다. 2018년 5월 마곡지구에 문을 여는 서울식물원은 ‘식물, 문화가 되다’라는 모토로 또 하나의 공원이기보다 정원문화의 보급지가 되고자 한다. 정원이 문화사가 되는 것은 단지 꾸밈의 공간이 아닌 인식의 전환, 즉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정원사의 세계는 정원사가 아닌 이의 세계와 다르다. 작은 화분 하나를 집안에 들이는 것도 그것이 구분된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낸다. ▲ 김원정, 완전한 인식, 2011, 식물, LED조명, 그릇, 가변설치.
이 전시는 특히 정원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간성에 주목한다. 한 뙈기의 작은 땅이라도 그 공간에서 흙을 일구고 식물을 가꾸며 돌보는 행위는 어느 순간 멈추어버린 듯 반복되기만 할 뿐인 현대인들의 일상에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시킨다. 직선적으로 빠르게 소모되는 것만 같은 시간이 정원에서는 느리고 영원한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봄에서 시작하는 문명의 시간질서와 달리 가을을 출발점으로 보는 정원사의 사계절은 순식간에 과거로 밀려나는 현재를 붙드는 현대의 시간성과 달리, 눈에 드러나지 않는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더욱 단단하고 근원적인 흐름 위에 일상을 놓는다.
▲ 김원정, 무용지용(無用之用)I, 2017, 풀, 그릇, 혼합재료, 가변설치.
담장이 처진 닫힌 공간 속 식물과의 일을 벌이는 정원에서 왜 시간은 느려지고 풍부해지는가? 5명의 현대미술작가들이 정원이라는 공간의 골격을 추상화한 전시장에서 식물의 자리에 들어간 작품들을 통해 이 같은 물음에 답해본다. 강운 작가의 구름 그림이 인간이 만든 유한한 공간에 자연의 무한함을 담는 정원과 캔버스의 유사함으로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이되 자연의 섭리로 이를 뛰어넘는 정원과 예술의 자유를 이야기한다면, 임택 작가의 프레임 안 대나무 정원은 복잡한 인간사의 거울처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그 시작과 끝이 없는 정원의 서사적인 시간을 보여준다. 빈 그릇에 전시장 근처의 흙을 담아 잡초일지 꽃일지 모를 싹을 틔우는 김원정 작가는 긴 호흡의 기다림, 그 예측불가능함, 사회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것이기에 분석되지 않는 식물의 느린 시간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한다.
▲ 최성임, 황금정원, 2017, 목재, 플라스틱, 실, 가변설치.
이에 반해 정원에서 일어나는 돌봄의 행위에 주목하는 김이박 작가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땅 속의 일과 그 경계를 이야기하는 최성임 작가의 작품들은 유무형으로 쌓여가며 이어지고 움직이는 관계의 언어로 정원의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예술의 언어를 통해 작품들은 생명의 원리로 질서가 부여된 정원이 주는 시간성이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깨닫고 어떤 힘을 얻게 하는지 되묻는다. 식물과 함께 하는 공간과 시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 크고 작은, 어떤 형태의 정원이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식물의 일과 사람의 일은 비밀스러울 정도로 언어화하기 어렵다. 그 안에 들어가는 경험을 통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 이 전시는 그 신비스러운 경험에 관한 것이다.
▲ 임택, 觀風, 2017, 오죽, 솜, 적외선 센서, 미니팬, 가변설치.
전시와 더불어 진행되는 가드너스 마켓은 이와 같은 경험을 좀더 일상에 가까운 맥락에서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올해 3회를 맞는 가드너스 마켓은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화분, 꽃, 가드닝 용품, 씨앗, 식물 일러스트레이션, 서적 등을 판매하는 마켓으로 이번 블루메미술관에서 13팀의 독특한 색채의 셀러들과 관객참여형 워크숍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서울식물원의 계획과 설계를 총괄해 온 서울대 교수 조경진과의 정원문화토크 등 화가가 가꾼 정원으로도 유명한 블루메미술관의 개관 5주년은 생명 가득한 이야깃거리로 관객과 소통하는 가장 활기찬 한 해가 될 것이다. 가드너스 마켓은 오는 5월20일(토), 조경학자 조경진과의 정원문화토크는 5월13일(토)에 열린다. ■전시개요
-전시명 : 정원사의 시간-전시기간 :2017. 4. 1.~6. 25.
-참여작가 : 강운, 김원정, 김이박, 임택, 최성임 (설치, 회화, 드로잉 7점)
-전시장소 : 블루메미술관(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