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후기] 체인지TV 화제의 프로그램 '슬로우 라이프'
'바빠 죽겠네'
온종일 이 말을 속으로 되뇐다. 혹여 나도 모르는 사이 이 말이 새어 나오면 그때마다 팀장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바빠서 죽는 사람 못 봤다"며 면박을 준다.
매일매일 바쁘다. 힐링은 먼 나라 이야기다. 여행을 가볼까 생각도 했었고 집에 퇴근해서라도 스마트폰을 꺼둘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여행은 준비할 것이 많아 떠나기도 전에 지쳐버렸고, 스마트폰은 두어 번 꺼뒀다가 사무실에서 온 연락을 받지 못해 된통 깨진 적이 있다.
결국은 제자리, 결국은 도돌이표. 팀장에게 '바빠서 죽은 사람'의 예를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 다시 말해 내가 살기 위해서 방법을 찾아 나섰다. 쉼 없이 떨어지는 업무 속에서, 멀리 가거나 큰 준비를 하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는 것. 바로 체인지TV(www.changetv.kr)에서 방송하는 '슬로우 라이프'다.
방법은 간단하다. 체인지TV 애플리케이션 혹은 사이트에 접속해 '슬로우 라이프'를 검색한다. 총 24편이 올라와 있는데 한 편이 1시간이다. 3분 영상도 길어서 안 보는 요즘, 바빠 죽겠다면서 1시간이 웬 말이냐고? 그런데 이 1시간이 보게 된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틀어놓게 된다.
주제는 '자연'이다. 어느 영상은 봄날 만개한 벚꽃이, 다른 영상은 산사의 청량하고 고요한 아침바람이 주인공이다. 카메라는 1시간 동안 같은 장면을 보여주고 그 장면과 함께하는 소리를, 바람을 들려준다.
이게 무슨 방송이냐 할지도 모르는데, 이게 정말 힐링이다. 나와 당신을 비롯한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보 초과잉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딜 가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온갖 정보가 실시간으로 곳곳에서 제공된다.
체인지TV의 '슬로우 라이프'는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털어내는 방송이라 할 수 있다. 노르웨이 방송국 NRK2에서 방송해 1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민 절반이 시청했다는 '베르겐 기차 여행'같은 느낌이다. 자연 그 자체를 고스란히 담아내어 모니터를 통한, 스마트폰을 통한 '힐링'을 가능케 한 것이다.
'슬로우 라이프'에서 제공하는 자연은 전국 팔도를 무대로 한다. 전북 완주군 모악산 일출부터 제주 정방폭포까지 다양한 자연이 바쁜 일상에 쫓기고 넘쳐나는 정보에 지쳐가는 나를 힐링해준다.
특히 좋았던 것은 서울 하늘공원의 '갈대숲'. 대나무만 멋있다 생각했는데 갈대숲을 보니 바람 따라 리듬 타며 살아내는 갈대숲도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조화로움이야말로 삶의 지혜가 아닐까.
글.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사진제공. 체인지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