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아 낫 유'] 당신은 지금 당신 자신으로 살고 있나요?

[영화 '유아 낫 유'] 당신은 지금 당신 자신으로 살고 있나요?

영화 ‘유아 낫 유(You’re not you)'

어째서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야 우리는 그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게 되는 것일까.
어째서 전혀 타협할 수 없는 장애물을 만나고 나서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일까.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지금 절실히 알고 있다면,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나 자신에게 걸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삶은 달라지지 않을까. 

영화 ‘유아 낫 유(You're not you)'는 다 가진 것 같은 여자가 모든 것을 다 잃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것 같은 또 다른 한 여자와의 만남으로부터 비롯된다. 


줄거리는 무척 단순하다. 소재 역시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하게 영화화된 ‘루게릭 환자’를 다루고 있다. 게다가 환자와 간병인이라는 관계 역시 어찌 보면 닳고 닳은 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곱씹게 된다. 

케이트(힐러리 더프)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 근사한 집에 다정다감하고 능력 있는 변호사 남편,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피아니스트가 지녀야 할 재능까지 부족함 없이 다 가진 삶이다. 그러다가 서른다섯 살 생일파티에서 피아노를 치던 중 손이 말이 듣지 않게 된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던 케이트는 루게릭병에 걸리면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스스로 ‘환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케이트는 자신을 환자로 대하는 간병인을 해고하고 새로운 간병인을 들인다. ‘가수’라는 꿈은 있지만 무대공포증이 심해 제대로 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는 벡(에미 로섬)이 케이트의 새 간병인이 된다.

매일 밤 클럽을 전전하고 대학은 여러 해째 과만 바꾼 채 제대로 공부한 적 없는 벡은 최악의 간병인이다. 믹서를 돌리면서 뚜껑을 닫지 않아 주방을 초토화 시키는가 하면, 변기 앞에서 케이트를 넘어뜨려 손이 변기에 빠지게 만든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변변한 음식 하나 할 줄 모르지만 케이트는 벡을 해고시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벡은 그녀를 환자로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아 낫 유’는 이와 비슷한 소재의 다른 영화들처럼 환자와 간병인이라는 관계를 내세워 루게릭이라는 병에 대해 집중하지는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건강을 잃으면서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는 케이트와 그 어느 것 하나 변변하게 가져본 적 없는 벡이 만나 서로가 서로에게 온전히 이해 받으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 속 케이트의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네 모습 그대로를 봐주는 사람을 찾아. 그리고 너도 그 사람처럼 그를 있는 모습 그대로를 봐"

전혀 달라 보이는 케이트와 벡의 공통점이 드러나는 것도 이 지점부터다. 케이트는 모두의 기대에 따라 완벽한 삶을 살지만 언제나 그 ‘완벽함’을 위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위해 살지 못했다. 벡은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꿈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채로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원하는 삶 근처에 가보지 못한 것.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 수록, 다시 말해 케이트의 병세가 심각해질 수록 두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삶의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내가 어떤 모습이었는지가 아니라 '지금 내가 바라는 내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하게 된 것이다. 


다시 이 글의 시작에서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본다. 
어째서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야 우리는 그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게 되는 것일까.
어째서 전혀 타협할 수 없는 장애물을 만나고 나서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일까.

결국 답은 하나 뿐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감사히 여기고,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갈 것. 가치로운 삶이란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온전히 나로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때 그 가치가 살아나는 것이다. 

영화 '유아 낫 유(You're not you)'
1월 21일 개봉 ㅣ 15세 관람가 ㅣ 104분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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