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최첨단 우주과학 가운데서 '나'를 돌아보다

[인터스텔라] 최첨단 우주과학 가운데서 '나'를 돌아보다

[브레인 영화관]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

브레인 49호
2014년 12월 05일 (금)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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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폐해진 지구, 땅이 아닌 하늘을 보다 

머지않은 미래, 지구는 인간에게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병충해로 인해 이미 밀을 비롯한 많은 식량이 전멸했다. 남은 것이라고는 옥수수뿐이지만 이 역시도 곧 멸종하리라 예상된다. 심각한 병충해는 식량 수급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병충해로 인해 공기 중 질소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한다. 굶어 죽기 전에 숨 막혀 죽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게다가 쉼 없이 불어오는 거대한 황사는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굶주림에 아우성치는 이들에게 폭탄을 투하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NASA(미 항공우주국)는 해체된다.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식량 공급에 집중하다 보니 한정된 재원으로 극소수만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세상에 필요한 것은 욕망할 무언가를 만들 지식인이 아니라 지금 당장 먹을 식량을 생산할 농부다. 하늘(우주)이 아닌 땅(지구)을 가르쳐야 하기에 학교에서는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사기극이라고 가르친다. 사람들은 하늘을 보고 꿈을 꾸는 대신 땅을 보고 삶을 걱정한다.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도 평화로운 시대였다. 60억 명의 인구는 모두가 모든 것을 가지려고 했다.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달에 끝없는 욕망이 더해지자 인간은 무한정 추구하고 또 탐하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욕망은커녕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먹고 숨 쉬는 것조차 녹록지 않은 상황에 이르게 된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결론을 말해 주려는 듯 영화는 잿빛 디스토피아(Dystopia)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이대로 사랑하는 딸이 있는 지구에서 디스토피아의 종말을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 우주비행사였던 경험을 십분 살려 인류의 미래를 펼칠 새로운 행성을 찾을 것인가? 쿠퍼는 어딘지 알 수 없는 구원의 땅을 향해 실낱같은 가능성을 품고 우주로 나선다. 

인터스텔라는 2014년을 살고 있는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것, 그리고 우리를 조금씩 조금씩 위협해 오고 있는 것들과 마주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종국에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사랑하는 이와 볼을 비비며 마주할 수 있는 이 아침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고 또다시 한 걸음 내딛는 이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한다. 


#2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영화 메멘토(Memento)와 인셉션(Inception), 그리고 베트멘 시리즈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특유의 놀라운 연출력과 이야기 구성력을 자랑한다. 16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부담스럽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것은 순전히 그의 뛰어난 능력 덕분이다.
 
놀란 감독의 영화는 과거와 현재, 미래는 물론 의식과 무의식 등을 넘나들기 때문에 관객들로부터 “한 번 봐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보고 이해하고 싶은 매력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기존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시간과 공간을 틀어버리는 전개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시간 흐름에 따라 지구와 우주라는 두 공간 속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진행해나가는 고전적인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는 놀란 감독이다. ‘중력이 클수록 시간은 천천히 간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영화의 전반에 배치했다. 시간상으로는 순차적이지만 지구와 우주라는 공간의 중력 차이를 이용해 지구와 우주의 두 가지 시간을 매우 적극적이고도 적절하게 활용해냈다. 일례로 쿠퍼 일행이 처음 도착한 밀러 행성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에 해당한다. 물론 영화적 비약이 있는 설정이기는 하나, 이는 영화 후반부에 들어 쿠퍼가 딸 머피와 만나는 장면에서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시간’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다. 

놀란 감독은 이 지점에서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를 드러낸다. 바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환경에서 모든 것이 뒤틀려버린 전혀 새로운 환경에 도달했을 때, 인간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연결되고 또 어떻게 스스로를 정의하고 인지하는지에 대한 부분 말이다.


#3    이보다 더 좋은 우주 교육 영화는 없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4차원이다. 선(1차원)과 면(2차원)에 공간(3차원), 그리고 시간(4차원)이 더해진 개념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인터스텔라처럼 우주로 나가게 되면 차원이 바뀐다. 5차원 이상의 세상이 된다.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는 가정이 있을 뿐 실제로 5차원 이상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의 과학 수준으로는 판명해낼 수 없다. 다만 영화 속에서는 중력을 기초로 해서 현재 우리가 아는 것과 가장 근접한 수준으로 블랙홀을 영상화해내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인터스텔라는 현대 최첨단 과학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객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강력한 중력으로 모든 것을 수렴해버리는 블랙홀(Black Hole)과 수학적 차원이기는 하나 시간여행이 가능한 웜홀(Worm Hole)이 등장한다. 동면에서 깨어나는 낯선 행성의 지구인을 만날 수도 있고, 엄청난 중력이 작용하는 밀러 행성에서 일어난 거대한 규모의 해일 등 다른 영화에서는 볼 것이라 상상할 수도 없는 압도적인 장면들이 쉼 없이 등장한다. 우주로 나선 이후 쿠퍼 일행이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기 위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면 이보다 더 좋은 우주 교육 영화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터스텔라가 최첨단 우주 과학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영화의 최초 기획자라 할 수 있는 과학자 킵 손(Kip Thorne)과 영화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조나단 놀란(놀란 감독의 친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자문으로 활약한 킵 손은 현대 물리학의 바이블(Bible)이라 할 수 있는 《중력 이론과 중력에 의한 붕괴(Gravitational Theory and Gravitational Collapse)》의 저자이다. 그는 인터스텔라에서 중력과 관련된 영화 속 모든 대사와 상황 설정에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정확한 과학적 사실을 녹여냈다.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 조나단 놀란은 인터스텔라를 위해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4년 동안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영화를 위해 연구한 내용이 물리학 논문과 컴퓨터 그래픽 논문으로 각각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4    영화의 핵심은 '인간'. 그리고 '나'를 돌아보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에서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고 그 인간의 ‘삶’이다. 도무지 어떤 곳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그 종착지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대신 전 인류를 위해 우주로 나서는 쿠퍼도, 인류가 살기 적합하지 않은 행성에 도착해 누군가 와주기만을 기다리는 닥터 만(맷 데이먼 분)도, 늘 이성에 따라 선택했지만 사랑을 기준으로 답을 찾고자 한 아멜리아(앤 해서웨이 분)도 그 질문을 받아든 우리의 한 모습일 뿐이다. 가장 이타적인 순간과 가장 이기적인 순간, 그리고 선택의 순간 무엇을 기준 삼을 것인가. 


인터스텔라는 천재들이 모여 만든 영화다. 내로라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이 머리를 맞대고 구성해낸 한편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에 ‘머리’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SF 영화에 진짜 감정을 불어넣어 현실감을 준 것은 영화를 만든 이들의 ‘마음’이 모였기 때문이다. 

놀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과학적인 일이다. 영화제작의 기술적인 측면, 즉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측면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나는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 노력한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기술과 감정의 합을 넘어서야만 진정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첨단 우주과학의 향연을 누리고 싶은 이가 보아도 좋다. 세계적인 천문학자 닐 디그레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의 말처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레인 영화관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길 권한다. 광활한 우주 속 티끌보다 작은 나라고 생각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있음이 얼마나 위대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고 지금 내가 절대적이라고 여기는 그 모든 것들이 달리 보면 얼마나 상대적인지를 알고 조금 더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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