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성교육 자리 잡으려면 엄마가 ‘교육의 목적’ 바꿔야"

[인터뷰] “인성교육 자리 잡으려면 엄마가 ‘교육의 목적’ 바꿔야"

[대한민국, 인성에서 길을 찾다]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상임대표 정병국 의원

인성교육진흥법 제1조 (목적)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을 육성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 

인성교육진흥법안이 지난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출석 의원 199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5월 26일 대표발의 된 지 7개월 만이다. 이번 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했고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 정병국 상임대표를 비롯해 역대 최다 규모인 102명의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참여했다. 국회는 “미국이나 독일 등이 인성교육 관련 조항을 갖고 있지만 독립된 법으로 인성교육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번 법안 통과의 의미를 밝혔다. 

기획 ‘대한민국, 인성에서 길을 찾다’는 2015년(단기 4348년) 첫 주인공으로 국회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법제화와 함께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는 새누리당 정병국 국회의원(4선, 경기 여주군∙양평군∙가평군)을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났다.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위의 위원장인 정 의원은 인터뷰가 이뤄진 이 날도 철원지역 군부대를 돌아보고 왔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군대 내 인성 문제로 시작되었다. 

▲ 정병국 국회의원 [사진=조해리 기자]

- 인성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무척 높다. 관련 소위와 포럼을 운영하면서 현장을 다니다 보면 그 중요성을 더 많이 느낄 것 같다.

▲ 그렇다. 정말 절실하게 느낀다. 오늘 철원 군부대를 다녀왔다. 소위 말하는 ‘관심병사’들이 따로 모여있는 ‘그린캠프’와 최전방 GOP를 방문했다. 병사들을 만나봐도 그렇고 사단장이나 부사관 같은 지휘단도 다 한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사회 자체가 사람 됨됨이, 인성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인성이 바르지 않은 이들을 그대로 군대에서 받으니까 문제가 커진 것이다. 지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교육이나 군대 내의 문제는 모두 ‘인성의 결핍’이 만들어낸 결과다. 

- 최근 한 일간지에 게재한 칼럼 통해서 ‘경쟁보다 상생, 지식보다 지혜를 교류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이를 구현해내기가 쉽지 않다. 

▲ 심각하다. 수능치고 나서 점수 1점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우리 현실이 참 개탄스럽다. 무엇보다 그런 현실을 보고도 바꾸지 못하는 정치인인 나에 대해서도 한심스럽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봐라.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무려 12년 동안 배운 것을 단 하루, 그것도 몇 시간 만에 1등부터 60만 등까지 한 줄로 세운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평가 방법 자체가 잘못되었다. 더 큰 문제는 그것만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그 학생이 어떤 학생이리라 판단 내린다는 것이다. 얼굴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사람마다 잘하고 못하는 것이 다 다른데, 모든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는 것 그 자체에만 목을 매고 있다. 

교육이란, 모름지기 사람 됨됨이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목적은 사라지고 성적이라는 수단만 남았다.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었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의 뿌리가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사건이 일어나고 12일 동안 현장에서 지냈다. 현장에서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이는 몇몇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총체적인 문제가 세월호 참사로 집약된 것이다. ‘오직 나만 잘 되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처참한 민낯이다. 결국 인성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물질만 추구하다가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우리가 인성교육을 바로 세워서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제대로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법으로 명시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 세월호 참사 이후인 5월에 발의되기는 했지만 2013년도부터 계속해서 국회 차원에서 인성 관련 활동을 해왔다. 마침 그 시점에 법안으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어제(12월 9일) 상임위에서 법안이 통과되었다. (법안은 12월 29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되었다)

‘인성교육’이 법으로 통과되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동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성교육에 대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인성교사를 양성 및 재교육하는 곳이 ‘인성교육진흥원’이 될 거다. 교육에 대한 틀이 마련되면 다양한 단위에서 이를 활용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시행령도 마련할 방침이다. 

- 인성교육을 법으로 명시했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우선하는 가치는 성적이다.

▲ 잘못된 교육시스템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너무나도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교육에는 많은 주체들이 존재하니만, 결국 ‘엄마’가 바뀌어야 한다. 부모, 특히 엄마가 가진 ‘교육의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 당장 좋은 학교, 좋은 성적이 아니라도 내 자식을 ‘인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우선해야 한다. 엄마가 인성을 중요시하는 교육 환경을 요구한다면 정치와 제도는 그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실제로 지역구인 가평이나 양평에서는 인성교육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도 인성교육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자 학부모와 학생이 인성을 중시하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대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현역 국회의원 45명으로 구성된 국회인성교육실천포럼에서 인성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서 텐트를 치고 캠프를 하기도 했다. 인성교육이 실제 교육 현장,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지도층에서 이를 실제로 체험해보고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 국회 인성캠프에는 국회의원, 지역 사회 등의 추천을 받아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참가하게 되어 있다. 주로 학교 운영위원과 같은 이들이 참석한다. 그런 사람들이 체험해보고 바뀌면 지역 사회도 바뀌게 된다. 제도가 제도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다양성에 오픈된 리더십’을 강조했다.

▲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인성이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할 때 함께 살아가는 것, 상생(相生)이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도덕성이고 사회성이고 인성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문화적 리더십’이라고 본다. 문화는 달라야 한다. 다름을 인정받을 때 그것이 문화가 되고 예술이 되니까.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창조와 모방이 이뤄져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리더십이 지금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리더의 모습이다. 

인성캠프에서 조별로 학생들이 인성에 대한 다양한 상황극을 만들어 공연하게 했다. 그런데 그 끼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것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묶어놓으려니까 아이들의 인성도 리더십도 모두 약해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미 모두 준비되어있다. 엄마가 바뀌고 정치권이 그 변화를 이어가야 한다. 

- 국회 밖에서도 다양한 인성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수성 전 총리 중심으로 인성회복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는가 하면, 인성교육에 집중하는 대안학교(벤자민인성영재학교)도 개교했다. 

▲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요즘이야 ‘인성’이라고 말하면 조명을 받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들 무관심했다. 그나마 요즘 ‘인성이 문제로구나’ 하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진전된 것이라 생각한다. 시민사회, 교육계에서 단체를 만들고 또 이런 대안학교를 만드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어쨌든 우리가 지금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답이 ‘인성 회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공감한다는 것이니 아주 좋은 상황이라고 본다. 

교육이 인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성적 잘 받는 기계를 만드는 게 문제다. 결국 정치가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에 자책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방향키를 제대로 잡았고 국회 역시 이에 발맞추고 있으니 잘 될 것이다. 

-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성의 핵심.

▲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인성을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에는 ‘인간답게 사는 것’. 그러기 위해 우리는 함께 잘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삶 속에서 맞게 될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이 기준에 맞춰서 선택한다면 된다. 

 정병국 국회의원은...

△19대 국회의원(16대, 17대, 18대 국회의원)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공동대표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별위원회 위원장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성균관대 사회학과-연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정치학 박사


강만금 기자 · 조해리 기자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