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난 알아요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난 알아요

‘뇌교육 키드’ 김성태, 김동준, 한상철

브레인 23호
2013년 01월 14일 (월)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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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뇌호흡을 시작해 최고 과정인 HSP(고등감각인지) 능력을 개발하고,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이후 미국의 명문 고교에 진학했던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대학생이 돼 한국에 왔다. ‘뇌교육 키드’로 자란 이들이 미국에 홀로 유학 가서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하며 꿈을 키우고 있을까.


더 큰 세상에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 꿈을 설계하고 싶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김성태·김동준·한상철 군. 청소년기 내내 뇌교육 과정을 거치며 뇌 감각을 개발하고 자신감을 키워왔지만 이들 역시 미국 유학을 앞두고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겪을 현실에 대한 막막함이 매우 컸다.

그러나 이들은 그 벽 너머에 성장해 있을 자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부모의 품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4년여가 흐른 지금, 이들은 여전히 새로운 도전 속에 놓여 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해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탐색을 시작한 것이다.

김성태 군은 미국 내에서 과학 분야 10위권, 연구 지원 1위인 위스콘신-매디슨대 뉴로사이언스 학과에, 김동준 군은 뉴 아이비리그의 하나이자 ‘리버럴 아트Liberal Arts’ 대학 중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콜게이트대 화학과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한상철 군은 ‘남부의 하버드’라고 불리며 비즈니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에모리대 비즈니스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합격을 축하해요. 학교와 전공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또 대학 생활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성태  제 꿈이 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데 도움을 주는 거예요. 그래서 뇌과학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대학을 찾았어요. 위스콘신 대학은 다른 학교와 달리 전공 수업을 1학년부터 바로 들을 수 있어서 끌렸어요.

또 달라이라마와 함께 ‘명상과 뇌’ 연구를 한 리처드 데이비슨 교수님이 계신 곳이어서 더 관심이 갔어요. 데이비슨 교수님의 연구팀에 들어가서 뇌를 연구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뇌를 개발하는 방법을 안다면 이것이 그 사람의 인생에서 플러스 요인이 될 거라고 확신해요.

동준  콜게이트 대학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소그룹으로 수업을 한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요. 화학과에 지원한 것은 제가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한 과목이 과학이었기 때문이에요. 실험을 하는 게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결과물을 창조해내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과학과 의료 쪽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겠다고 정하지는 않았어요. 빨리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 자리에서 해볼 수 있는 것을 충분히 경험하면서 무엇이 됐든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철  저는 세계적인 사업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요. 빌 게이츠같이 사회적인 공헌을 하기를 바라고요. 에모리 대학의 학부 비즈니스 프로그램은 수준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어요.

비즈니스학과를 선택했는데, 경제학도 부전공으로 하고 싶어요. 이번에 고등학교 졸업 논문으로 ‘스타벅스는 25년 동안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을까?’라는 주제로 리포트를 작성했어요. 어려웠지만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미국의 고등학교 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성태  상당히 어렵다고 알려진 인류학 과목에 도전했는데, 첫 테스트에서 C학점을 받고는 엄청 화가 났어요. 열심히 했는데 그런 점수가 나온 게 납득이 안 됐죠. 담당 교수님을 찾아가서 항의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어요.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본의 아니게 수업 태도가 바르지 않았다는 점을 느끼곤 교수님을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 드렸어요.

그리고 더 성실한 태도로 강의에 집중했고, A학점으로 졸업했죠. 공부하면서 힘들 때마다 제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눈 감고 카드도 봤는데, 눈 뜨고 공부 못 하겠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의지를 다질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어요.

동준  두 가지가 있어요. 1학년 말에 전학 온 미국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면서 친해졌어요. 둘 다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실에서 실험을 할 때면 의기투합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실험을 하고, 좋은 결과를 내곤 했죠.

서로에 대한 편견이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갈등 없이 우정을 나눈 것이 좋은 추억이 됐어요. 두 번째는 11학년 때 총회장이 돼서 리더십을 개발할 기회를 얻은 거예요. 그때 제게 맞는 리더십은 부드럽게 다가가는 것이란 걸 알았죠. 조화롭게 일을 진행해나갈 때 친구들이 협조를 잘 해주었어요.

상철  제 평생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었어요. 2년 동안 서부에서 성태, 동준이와 같은 학교를 다니다가 11학년 때 동부로 전학을 왔어요. 달라진 환경에 긴장도 되고, 입시 준비와 클럽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여유를 부릴 수 없었죠.

시력이 떨어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책을 보고, 다른 애들보다 클래스를 많이 들으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따로 빼놓았어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보냈죠. 여기에 운 좋게도 대중 앞에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발표력도 키웠고요. 이렇게 2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제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 적이 있는지?


성태  처음에 선생님께 허리를 굽혀서 인사하니까 선생님이 당황해하셨어요. 그러면서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한국인들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 있는 것 같아요. 상대방도 그런 태도를 좋게 보는 것 같고요.

또 기숙사 학교라서 방청소, 빨래, 공부 같은 것을 모두 자기가 알아서 관리해야 했는데, 한국 학생들 대부분이 그런 생활에 빨리 적응을 하더라고요. 유학 온 친구들이라 나름대로 포부가 있기 때문에 생활도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역시 ‘뜻과 의지가 있는 사람은 다르구나’ 하고 느꼈죠.

동준  한국인들은 일단 예의가 있고, 공동체 의식이 있어요. 서로 배려할 줄 알고 비전도 있죠. 이는 남의 눈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행동인 것 같아요.

상철  운동, 음악, 평소 생활, 공부 등 한국 사람들은 뭐든지 열심히 해요. 다재다능하죠. 다른 학생들의 모범이 되는 친구들을 보면 거의 다 한국 아이들이었어요.









뇌호흡과 HSP를 한 것이 미국 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성태  HSP 훈련을 하면서 뇌에 집중하는 감각을 터득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긍정적인 정보를 선택하고, 끝까지 노력하는 의지력을 갖게 됐다고 생각해요.

국제HSP올림피아드 대상을 수상하면서 유학의 기회를 얻었을 때 그전까지 외국 유학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빨리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고 봐요. 또 미국에 올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언어였는데 생각보다 영어에 빨리 적응해서 저 스스로 놀랐어요.

처음에는 영어를 들으면 머릿속에서 그 영어를 한국말로 번역하고, 그걸 다시 영어로 번역해서 말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바로 영어로 나왔어요. 무척 신기했죠.


동준  이렇게 말하면 웃겠지만요, HSP는 저를 철들게 했어요.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면 안 될 게 없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뇌의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말로서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느꼈죠. 미국 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이 느낌을 떠올리며 힘든 순간을 이겨냈어요.

수업 시간에 내용이 이해되지 않을 때는 그 상황을 머릿속에 이미지로 저장해요. 그러면 나중에 문득 그 상황이 이해될 때가 있어요. 수업 시간에 그러는 제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무척 멍해 보일 거예요.

그럴 땐 옆에서 누가 불러도 못 들을 정도로 집중을 하죠. 또 사고가 유연해지면서 공부하는 내용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느낌이 들어요. 한국에서보다 미국에 와서 공부를 더 잘하게 됐고, 11학년 때는 전교 1등도 해서 스스로 놀랍고 뿌듯했어요. 

상철  저는 사실 뇌호흡을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성적도 상위권은 아니었고요.  HSP를 지도해주는 선생님들과 교류를 하면서 뇌의 잠재력에 눈을 떴고, 나만 생각하며 지낼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이 세상을 생각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내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그리고 HSP 해외 캠프를 다녀온 뒤에는 좀 더 큰 꿈을 꾸고 변화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할 결심도 하게 됐고요.

미국에 와서는 혼자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 게으름을 피울 수 없어서 좀 더 의지력이 강해진 것 같아요. 무엇을 하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그런 태도를 가질 때 일이 잘된다는 것을 실감해요.

뇌에서 정보를 긍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습관이 되니까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상황에 얽매이기보다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할 수 있어요.

















HSP를 개발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성태  무엇이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동준  열심히 하되 결과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자신에게 집중하기만 한다면 진정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어요.

상철  긍정적인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부정적인 사람을 보면 뭘 해도 안 되고, 긍정적인 사람은 작은 게 쌓이면서 커지죠. 어떤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서 인생도 세상도 달라진다고 믿어요.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청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다. 자신을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도전하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사회와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웃음이 든든하고 희망차다.


글·김보희 kakai@brainmedia.co.kr | 사진·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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