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는 말이 있다. 다윗이 거인 골리앗의 이마에 돌팔매를 명중시켜 죽였다고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 속담에는 ‘작은 고추가 더 맵다’가 있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타짜-신의손(강형철 감독)과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은 ‘비긴 어게인’이 그렇다.
다윗으로 비유할 수 있는 ‘비긴 어게인’은 누적 관객 180만 명을 기록했다. 소규모 저예산 에술영화, 이른바 다양성 영화로서 지난 13일에는 하루에 14만 4,464명의 관객이 몰리면서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추세라면 역대 1위인 워낭소리(2009)의 293만명 기록을 넘어설지 모른다. 순 제작비만 80억이 들어간 ‘타짜-신의 손’은 320만 명을 돌파했다. 두 영화의 관점 포인트를 비교한다.
# 빠르게 좋아, 아니 느린 것도 괜찮아!
자동차로 비유하면 ‘타짜-신의 손’은 스포츠카다. ‘고니’의 조카 대길(최승현 분)의 성장 속도가 놀랍다. 훤칠해진 키 만큼이나 손놀림도 빠르다. 피는 못 속인다더니, 타고난 본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게 화근이 될 줄이랴. 고향을 떠나서 강남에서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다. 이후 전 편에서 고니를 가르쳤던 평경장 역할로 ‘고광렬(유해진 분)’이 대길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웃음보가 터진다. 뒤로 넘어갈 정도다. 러닝타임(147분)이 모자랄 만큼 빠른 전개가 백미라고 할까? 그래서 극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대니가 밟은 엑셀은 멈출 수가 없다. 그 속도의 쾌감은 한 판에 쓸어 담는 노름과 닮았다.
반면 ‘비긴 어게인’은 자전거를 탄 기분이다. 스타 음반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은 스티브 잡스처럼 회사에서 잘린다. 이어 술집에서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를 듣는다. 이때 장면은 ‘멈춤’이다. 그레타의 노래가 벌거숭이라면 옷을 입히는 과정은 댄이 맡는다. 그 과정의 밀고 당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이 없는 이들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를 삼아 앨범을 만든다. 뮤직비디오와 다를 바 없다.
#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타짜-신의 손’은 눈이 즐거운 영화다. 대길의 여자친구 허미나(신세경 분)과 우사장(이하늬 분)이 활약하기 때문. 전 편에서 정 마담으로 출연한 김혜수의 매력은 양 배우가 맡게 된 셈이다. 관능적인 우사장과 귀여운 허미나는 화투의 꽃들이다. 이들은 대길의 양 날개가 된다. 특히 장동식(곽도원 역)과 아귀(김윤식 역)가 등장하는 마지막 대결신. 남녀 모두 홀라당 벗고 한판 대결을 펼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비긴 어게인’은 극장에서 콘서트를 보는 느낌이다.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그레타 역의 스타 남자친구 데이브 역을 맡았으니 오죽 하랴. 감미로운 목소리에 귀는 비명을 지른다. 애덤 리바인의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 ‘노 원 엘즈 라이크 유’(No One Else Like You), 키이나 나이틀리(Keira Knightley)의 ‘텔미 이프 유 워너 고 홈’(Tell Me If You Wanna Go Home) ‘커밍 업 로지즈’Coming Up Roses) 등은 이미 음원 사이트를 점령했다.
영화에서 음악의 힘은 ‘겨울왕국’(Frozen)의 수록곡 ‘렛잇고’가 증명했다.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다보니 자꾸 영화를 보게 된다. 또한 올해 2월 7만 명을 돌파한 ‘인사이드 르윈’가 선전한 것도 추억의 포크송에 있었다.
# 속편의 그늘 or 치유의 힘
속편의 힘은 ‘첫인상’이다. 한번 인상이 박히면 좀처럼 잊을 수가 없다. 이러니 후속을 맡게 된 제작자는 죽을 맛이다. 관객의 기대치를 200% 만족시켜야 하니깐.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2001)’가 8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친구2(2013)’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5만에 머물렀던 것이 대표적이다. ‘타짜-신의 손’은 전 편을 넘어설 수 있을까? 비교하면 스토리를 전개하는 배우의 연기력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타짜’는 고니(조승우 분)가 주인공이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30%에 불과하다. 평경장(백윤식 분), 짝귀(주진모 분), 아귀(김윤석 분) 등이 고니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타짜-신의 손’에서 고광렬을 맡은 유해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끝까지 보기 어려울 것이다.
‘비긴 어게인’은 힐링무비다. 그레타의 남자친구 데이브가 음반회사에 계약하고 유명해진다. 그의 마음도 변해버리고 둘은 이별한다. 그러나 그리움은 떨칠 수가 없다. 연인끼리 음악으로 만나더니 이별해서 다시 음악으로 복수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반면 댄은 혼자 산다. 아내(미리암)와 별거 중이다. 이들을 다시 만나게 한 것은 음악이다. 이 과정에서 치유력을 발휘한다. 영화는 여름에 개봉했지만, 오히려 가을이라서 제격이다. 빈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힐링 무비를 찾는 관객은 당분간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