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내게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고, 또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의 마음을 다 헤아리긴 어렵다. 그러나 <두근두근 내 인생>을 보며 나를 키운 부모의 마음은 이러셨겠구나...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은 17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17살을 앞두고 80살의 신체 나이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이다. 16살 아름이의 병명은 선천성 조로증, 몸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빨리 늙는 희귀병이다.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이와 가장 어린 부모. 우리 가족은 정말 특별합니다’ 라는 카피는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밝고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아름이의 아버지는 헛발 왕자로 불리던 태권도 유망주 ‘대수’(강동원), 어머니는 아이돌 가수를 꿈꿨던 당찬 성격의 ‘미라(송혜교)이다. 둘은 17살에 눈이 맞아 아이를 갖게 되었고, 그 아이가 자라 16살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대수와 미라는 병원비 마련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아이에게 무한한 헌신과 사랑을 쏟는다. 그리고 이들의 사연이 방송으로 나가면서 많은 후원과 격려를 받기도 했다.
학교를 가보지 못한 아름이는 언젠가부터 젊은 시절 부모님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소설의 제목은 '두근두근 그 여름'. 부모보다 빨리 늙어가는 자신이 조금은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아름이에게 어느 날 같은 나이의 서하라는 소녀에게서 편지가 온다. 아름이는 소녀의 편지를 받고 갑자기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17년 전 대수와 미라가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 설렘처럼. 그러나 그것이 한 작가 지망생의 장난이란 것을 알게 되고 아름이는 정신적인 쇼크를 받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나는 부분은 아들의 편지를 읽던 대수가 17년 전 헤어진 아버지를 다시 찾아가 눈물을 펑펑 흘리는 장면이다. 늙어버린 아버지는 손자의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아들 대수를 걱정하고 있었다.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열리고 뜨거운 용서와 화해가 흐른다. 아름이는 죽는 그 순간까지 둘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아름이는 태우고 셋이 광화문으로 가는 장면이다. 차 안에서 미라는 아름이가 쓴 소설 ‘두근두근 그 여름’을 아이에게 들려준다. 마지막에 꿈속같은 대화가 이어진다.
"아름아.. 너는 언제 살고 싶니?"
"음.... 살고 싶어지는 때? 해 질 녘 분홍색 노을을 볼 때, 아무도 밟지 않은 첫눈 밟는 소리를 들을 때, 여름날 엄마가 아빠 등목시켜 주는 걸 볼 때, 저녁 무렵 밥 먹으라고 손자를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릴 때... 난 살고 싶어져..."
나를 키워주신 부모의 소중함, 지금 이 순간의 평범함이 눈물 나게 감사해지는 영화였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hanmail.net | 사진. [두근두근 내인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