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탄력을 주는 스트레스

삶에 탄력을 주는 스트레스

Body & Brain

브레인 19호
2010년 12월 16일 (목)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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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뇌, 행동, 면역> 최신호에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이 게재되었다. 퍼더스 다바르 미국 스탠포드 대학 암센터 교수팀이 발표한 이 논문은 스트레스가 건강에 해롭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짧은 스트레스는 오히려 면역력을 높여 암 발병 가능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연설, 면접 등 짧은 순간 겪는 스트레스는 인체의 면역력 증가를 도와 암 발병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다바르 박사는 “위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피해나 부상을 입을 것에 대비해 피부 쪽으로 면역세포가 모여 면역력이 강화되는 것을 발견했다”며, “짧은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강화해 암 발생이 억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stress란 캐나다의 내분비학자 셀리에가 처음으로 붙인 개념이다. 해로운 자극이나 인자를 스트레셔stressor라고 하는데, 이때의 긴장 상태를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스트레스는 인류의 수렵 시대부터 작용해온 중요한 생존 방식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극 호르몬인 아드레날린 등의 호르몬이 혈중으로 유입되어 우리 몸을 보호하려고 하는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는 위험에 대처해 싸우거나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제공해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온몸이 굳고 감정적으로 예민해진다. 스트레스 시스템이 인체를 위험에서 보호하고자 비상 작동을 하기 때문이다.

근육·뇌·심장에 더 많은 혈액을 보낼 수 있도록 맥박과 혈압이 증가하고, 더 많은 산소를 얻기 위해 호흡이 빨라진다. 언제든 적을 피해 뛸 수 있도록 근육은 긴장을 유지한다. 그 모든 상황 판단과 빠른 행동을 위해 정신은 명료해지고 감각 기관은 더 예민해진다. 위험한 시기에 혈액이 가장 적게 필요한 곳인 피부·소화기관·신장·간으로 가는 혈류는 감소한다. 비상시 에너지가 부족할 것에 대비해 혈액 중에 있는 당·지방·콜레스테롤의 양이 증가한다. 외상을 입었을 때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혈소판이나 혈액응고인자가 증가한다. 인체는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렇듯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인체 반응 시스템은 강력하게 작용하기도 하고, 간단한 약식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스트레스 반응이 짧게 일어나는 경우를 ‘건강한 스트레스’ 상태라 하고, 이는 대개 생활에 활력을 준다. 건강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우리 몸은 최적의 활동 모드로 들어간다. 문제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해낼 수 있고, 인체 내외부의 어떤 방해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열심히 운동한 후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처럼 적절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완만 지속되기보다는 긴장과 이완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훨씬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뒤틀린 분자가 없으면 뒤틀린 생각도 없다

문제는 스트레스라는 매력적인 인체 반응 기제가 너무 잦거나 오래 지속될 때 일어난다. 스트레스가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뇌의 시상하부가 뇌하수체를 자극하고 인체 호르몬 균형에 변형을 일으킨다. 호르몬 균형이 붕괴하면 체내에 이상세포가 증가하고 면역조직의 활동이 약화된다. 짧은 전투에서의 승리는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지만, 장기전은 양쪽의 피해만 늘이는 결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혈압, 안면홍조, 만성 편두통, 위장장애, 심장질환, 뇌혈관장애, 뇌졸중, 각종 암에 이르기까지 증세가 심각해진다. 정신적으로도 기억력 장애, 인식장애, 대인기피, 우울증 등 만성 스트레스성 증상들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무엇이 ‘건강한 스트레스’ 기제를 이렇게 악화시키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부분 우리의 ‘의식’ 속에 있다. 좌절하고, 분노하고, 실패하거나 뒤처지면 안 된다는 등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긴장을 지속시키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인간의 뇌는 의식에 아주 민감하다.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받아들이는 의식에 반응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의식은 뇌에서 화학 작용을 일으키고, 이 화학 작용은 뇌의 다양한 장소, 특히 호르몬 흐름을 조절하는 기관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호르몬 조절 센터는 신체의 먼 곳에 있는 기관에까지 의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중추신경계를 타고 인체 곳곳에 전달된 부정적인 메시지는 각종 호르몬 작용을 교란하고 이상세포들을 생성하며 교란된 인체 시스템은 다시 교란된 의식을 만든다. ‘뒤틀린 세포가 없으면 뒤틀린 생각도 없다’고 말한 어느 과학자의 말처럼 건강한 의식과 건강한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스트레스는 즐겁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중 <아즈카반의 죄수> 편에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호그와트 학생들이 ‘마법 방어술’이라는 수업 시간에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익히는 장면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을 떠올리고 그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거미가 무섭다면 거미를 떠올린 후 거미발에 온통 롤러스케이트를 신겨 마구 미끄러지는 모습을 상상하는 식이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깔깔거린다. 이제 아이들에게 거미는 더 이상 두렵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이 방식은 우리 일상의 상황이나 감정에도 대입 가능하다.

나를 두렵게 하는, 나를 가장 압박하는 것을 떠올리고 깔깔 웃을 만한 상황으로 바뀐 모습을 상상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듯 즐거운 생각 역시 우리 신경계에 즉각 신호를 보낸다. 머리가 개운하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변화시킬 힘이 생긴다.

스트레스를 없애는 방법은 없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삶도 없기 때문이다. 허나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미워하며 병을 키울 이유도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지 않던가. 즐거움은 모든 상황을 가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무거운 생각을 털고 그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대한 최적 모드로 전환해 문제를 잘 풀어갈 힘을 낼 것이다.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는 명상



살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상사의 지적, 동료와의 부딪힘, 부모님의 잔소리, 자녀 문제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간단한 명상으로 감정 상태를 바꿀 수 있다.

- 바닥이나 의자에 허리를 펴고 앉는다.
- 온몸을 가볍게 털어 힘을 빼고, 몸을 툭툭 털어주듯 가볍게 진동한다.
- 3분 정도 진동을 한 후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쥐고 아랫배 단전 부위를
   5~10분 정도 두드린다.
- 아랫배에 열감을 느끼면서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쓸어준다.
-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기분 좋은 에너지가 내 몸을 가득 채운다고 상상하고,  숨을 내쉬면서 내 안에 분노, 우울,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을 내보낸다고 상상한다.

자료제공. 단월드
www.dahnworld.com

 


글·이영실 miso@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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