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사귀기

스트레스와 사귀기

Body & Brain

브레인 3호
2010년 12월 08일 (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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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억울하다. 작게는 두통과 피로에서 크게는 심장병, 위장병, 암과 같이 치명적인 병들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실상 스트레스 입장에서 보면 주인의 생존을 돕기 위한 진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자신의 뇌 전체에 비상 신호를 보내고 응급상황에 잘 대처하도록 온몸의 자원을 모으기 위한 생존수단으로 공룡들부터 애용하기 시작했다. 비록 현대 사회에 부작용이 심해 괄시받고 있지만 스트레스는 인간에게 필수적이다. 외면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사귀는 여섯 가지 관점에 대해 알아보자.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발전이 없다 

스트레스는 제일 먼저 뇌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기대와 현실이 달라 생기는 불균형을 느끼면 뇌는 해결방법을 찾는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은 새로운 해결방법을 위한 뇌의 회로가 생성될 수 있도록 촉진한다. 갖가지 방법들을 위한 새로운 시냅스들은 평상시보다 훨씬 더 빨리 생성되고 강화되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경우엔 해당 회로가 더욱 견고하게 자리를 잡게 만든다. 다음에 같은 문제가 닥쳤을 때 이전보다 잘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뇌를 끊임없이 효율적으로 변화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어른이 되기 직전의 사춘기처럼 성장에는 강렬한 정서적인 반응이 필요하다는 것도 스트레스가 가지는 긍정적인 면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적당한 스트레스를 다양하게 받은 쥐가 건강하고 두뇌도 뛰어났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발전이 없는 죽은 삶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에너지는 나를 깨운다   눈동자가 커지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혈압이 높아지고 온몸에서 연료로 쓰일 포도당이 피 속으로 쏟아진다. 귀찮기만 한 스트레스 반응들도 반대로 생각하면 활력이 된다. 높아진 혈압으로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면서 늘어졌던 몸은 적당히 긴장하게 되고 잠자고 있던 많은 부분들이 깨어나게 된다. 또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면역체계를 무너뜨리지만 반대로 없는 경우도 면역체계가 약해진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끔 재촉하는 스트레스는 정신적으로도 의욕을 자극하고 집중력을 높인다. 뇌 속에서 그동안 분비되지 않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들이 문제해결을 돕고 새로운 시냅스들을 확실하게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에너지를 자신의 발전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컨트롤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컨트롤할 수 없는 스트레스는 다르다 

흔히 스트레스의 유형을 결혼이나 승진, 간단한 시험 같은 좋은 스트레스eustress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혼, 해고와 같은 나쁜 스트레스distress로 나눈다. 그러나 스트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같은 일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간단한 문제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죽음을 생각할 만큼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결국 스트레스가 좋으냐 나쁘냐는 스트레스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는가에 달린 문제다.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도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스트레스의 크기는 줄어들고 컨트롤할 수 있다.

유연하고 긍정적인 뇌가 스트레스를 잘 다룬다

문제가 닥쳤을 때 이미 가지고 있던 회로들로 해결되지 못하면 뇌는 새로운 회로들을 실험해본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이 실패한다면 컨트롤할 수 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 중 코르티솔cortisol의 농도가 높아지고 기존의 두뇌회로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는 작업이 진행된다. 큰 시련을 겪고 난 뒤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오래 지속된 스트레스에 뇌가 적응해 기본적인 성격회로까지 바뀌었기 때문이다.

유연하고 긍정적인 뇌는 같은 문제라도 더 잘 처리할 수 있다. 기존의 다양한 회로들 중 하나를 실험할 수도 있고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회로들을 쉽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존 관념을 고집하는 완고한 사람, 남의 눈치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 자신을 몰아세우는 사람, 평소에 스트레스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큰 스트레스에는 약하다.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귀자

한국은 5명 중 4명이 심한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로 스트레스 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정작 우리의 스트레스 관리법은 음주, 흡연, TV 보기, 게임, 음식 먹기 등이 고작이다. 이는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방법들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다. 반면에 간단해 보이는 심호흡과 짧은 휴식은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운동과 취미 생활은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과 여유를 준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 사귀기와 같다. 제대로 알고 적극적으로 부딪치는 것이다. 글로 써 보거나 가족과 친구들에게 상황을 털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긴장을 풀면서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명상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좋은 해소법 중 하나다. 스스로 어찌 할 수 없을 경우엔 스트레스 클리닉과 같은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분석하고 맞서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가장 좋은 스트레스 처방전은 사랑이다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처음 겪는 스트레스를 해결한 경험은 무엇일까? 갓 태어나서 울 때 어머니가 안아주고 젖을 물려준 경험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안도감을 맛보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며, 사랑하는 방법 또한 배우게 된다. 스트레스 치료약을 개발하는 동물실험에서 인간이 발견한 가장 좋은 스트레스 처방은 가까운 동료가 있다면 같은 위협에도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진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 동료가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한다면 스트레스를 이겨낼 힘은 이미 우리 뇌 안에 있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도움말·브레인HSP센터 김형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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