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경통’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최근 5년간 48%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에서 2007년에서 2011년까지, 최근 5년간 월경통 진료환자 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07년 8만 6,187명에서 2011년 12만 7,498명으로 늘어나 5년간 47.9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 진단 중요성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정재은 교수는 ‘월경통’ 진료환자가 늘어난 원인을 “자궁경부암 백신 보급과 함께 건강챙기기 열풍으로 증상에 대한 조기 진단 중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대만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생리통’이라고도 부르는 월경통은 뇌 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월경통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통증을 겪는 사람들은 뇌 회백질 등 장기간에 걸쳐 중추신경계에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 구조도 바꿀 수 있는 월경통의 증상,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정재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랫배가 아파요.” 월경통 증상
가장 흔한 월경통은 생리 기간 전후로 발생하는 하복부 통증이다. “아랫배가 묵직하다”, “아랫배가 찌르듯 아프다”, “아랫배가 쥐어짜는 것 같다” 등 환자들이 호소하는 통증은 다양하지만 ‘아랫배 통증’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소화기병 증상이 동반되는 환자도 있다. 체함, 변비, 구토, 오심 등 매우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두통이나 피부 트러블이 생리 주기와 맞물려 주기적으로 나타난다고 호소하는 예도 있다.
월경통, 왜 생길까?
월경통이 생기는 원인은 원발성과 이차성으로 나눌 수 있다. 원발성 월경통은 자궁과 부속기관에 해부학적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생리 시작과 더불어 자궁내막에서 발생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러나 프로스타글란딘의 혈중 농도와 월경통 정도 사이에서 일대일 비례 관계를 규명하지 못하므로 월경통 기전을 프로스타글란딘 하나만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이차성 월경통은 자궁이나 난소의 혹 때문에 발생한다.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 근종 등이 원인이다. 가장 흔한 경우는 자궁내막증으로,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내막이 아닌 난소나 복막에 생겨 그 주변에 유착을 일으켜 생긴다. 자궁내막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근층에 위치한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을 전체적으로 부은 상태로 만드는 질환이다. 자궁내막증보다는 발병 나이대가 대체로 높은 편이다. 자궁근종도 이차성 월경통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5년간 월경통 진료환자가 증가한 이유
예전에는 산부인과가 아이를 낳기 위해 진료받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여성은 성행위가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보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미혼 여성이나 학생들은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방문하기 상당히 망설였다.
근래에는 결혼 연령이 높아지며 결혼 전에 미리 산부인과적 건강을 챙기려는 노력이 많아졌고, 자궁경부암 백신이 보급되면서 청소년도 산부인과 방문이 늘고 있다. 건강챙기기 열풍도 한몫해 증상이 있을 때 조기 진단하는 것의 중요성이 대두하면서 산부인과 문턱이 낮아졌다.
참을 수 없는 통증, 월경통 치료와 예방법은?
월경통은 원발성과 이차성에 따라 치료와 예방법도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원발성 월경통은 자궁과 그 부속기관에 해부학적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경우다.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인 프로스타글란딘 농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통증을 경감시킨다. 기존에 널리 쓰고 있는 해열 소염진통제들이 원발성 월경통을 경감시킬 수 있다.
이차성 월경통의 이론적 치료방법은 자궁내막증이나 자궁선종을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질환 발병 나이가 20대 혹은 30대로 비교적 젊고 근래에 초혼 나이대가 높아지며 임신을 미루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추세다. 완치를 목적으로 근치적 절제술을 하기보다는 환자 생애주기에 맞는 치료법을 권고하게 된다.
난소에 발생한 자궁내막증은 재발 우려가 있어도 난소 전체를 수술하기보다는 자궁내막증 부위만 수술하고 정상 난소는 남겨놓는 수술 방법을 택하는 식이다. 자궁선근증은 부분적 수술이 어려워 호르몬 복용이나 호르몬 루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차성 월경통은 치료하지 않고 방임할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적극적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자궁내막증과 자궁선근증은 애초부터 예방하는 방법이 없는 대신 조기에 발견하면 여러 가지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월경통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산부인과를 방문해 ‘혹’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도움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정재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