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고 싶지만 끊지 못하는 담배, 뇌가 중독되었다.

끊고 싶지만 끊지 못하는 담배, 뇌가 중독되었다.

[담배를 끊고 싶은 당신에게 - ①] 문제는 니코틴 수용체에 중독된 뇌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기다. 많은 사람이 새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운다. 어떤 사람은 살을 빼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연애하기, 어떤 사람은 외국어 공부나 자격증 따기 등을 목표로 삼는다. 그 중 많은 사람이 목표로 삼지만 해내기도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담배 끊기’다. 건강에 안 좋은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담배, 그렇다면 담배는 뇌에 어느 정도로 해로울까?

먼저, 왜 흡연자가 담배를 끊기 어려운지부터 알아보자.

담배는 정말 끊기 어려워

흡연자는 담배 끊기 참 어려워한다. 힘들게 금연을 이어가던 사람이라도 담배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흡연 욕구가 샘솟아 결심이 무너지기 쉽다.

경희대한의대 경혈학교실 채윤병 교수는 고려대 뇌공학과 연구팀과 실험을 했다. 3년이 넘도록 하루 1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던 남성 25명에게 일반 사진과 흡연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어느 사진을 더 많이 보는지 살피는 실험이었다.

대상자들은 실험이 시작하기 36시간 전부터 담배를 피우지 못했다. 컴퓨터 화면에 일반 사진과 흡연 사진을 동시에 띄우고 6초 이상 바라보게 했다. 이 실험은 총 15차례 진행되었다. 그동안 화면 아래에 설치된 아이트래픽 장비의 적외선 센서는 실험대상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따라가며 그 궤도를 기록했다.

실험결과, 흡연자들은 전체 실험 시간의 43.5%를 흡연 관련 사진을 보는 데 썼다. 일반 사진을 보는 데는 34.3%, 나머지는 사진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는 데 썼다. 그 중 가장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은 연기가 나는 담배 끝이었다.

이때 흡연자들의 뇌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로 찍어보았더니 배외측전전두엽(담배를 피우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기대감), 후대상회(흡연 사진이나 장면에 대해 집중함), 선조체(습관적으로 했던 흡연에 대한 갈망), 일차운동피질(손으로 담배를 쥐고 입에 물려고 하는 움직임)이 자극을 많이 받아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 교수는 “담배를 직접 피우지 않아도 눈으로 볼 수 있는 환경에서는 금연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산 담배에 중독성 키우는 성분 검출

하지만 담배에 중독되는 이유가 뇌뿐인 것은 아니다. 한국산 담배에 중독성을 키우는 암모니아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최근, 다국적 담배회사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되었다. 원래도 끊기 어려운 담배에 중독성을 키우는 물질까지 더해진 셈이다.

10월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공개된 ‘담배소송과 다국적 담배 회사 내부문건 속 국산담배 성분 분석’이란 제목의 논문에는 국산 담배 8종에 대한 분석 결과가 실려 있다. 그 속에는 국내 담배 중 시나브로 KS박스, 디스플러스 KS를 제외한 6종에 암모니아가 0.03~0.11% 함유되었다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암모니아 자체는 천연 담뱃잎에도 극소량 포함된 것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다. 그러나 니코틴이 뇌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 중독성을 키우므로 늘 담배 첨가물 논란의 중심에 있다. 중요한 것은 담배에서 검출된 암모니아가 첨가물인지 아닌지 이다. 암모니아 첨가물이 확인된 필립모리스 제품은 암모니아 비율이 0.2% 가량이다.

이외에도 국산 담배 8종에는 코코아 0.13~0.23%, 설탕 감초 등 당류 5.5~8.6% 함유되어 있다. 코코아는 기관지를 확장시켜 더 많은 니코틴이 폐 속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역할, 당류는 니코틴과 결합해 인체 흡수율을 높이고 담배 흡입 횟수를 늘리는 기능을 한다.

담배 피우면 행복해진다?

담배를 피우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잠깐 생성된다. 세로토닌은 뇌 시상하부 중추에 있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고 니코틴이 뇌에 침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7초에 불과하다. 뇌의 쾌락중추에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다. 여기에 니코틴이 달라붙으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처음 사랑에 빠지거나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처럼 기분 좋을 때 뇌에서 분비된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니코틴이 이 도파민을 인위적으로 분비되게 한다. 그 양도 훨씬 많다. 더 오래, 더 많은 담배를 피울수록 니코틴 수용체는 늘어나고 더 많은 니코틴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니코틴에 중독된 사람이 담배를 끊으려고 하면 늘어난 니코틴 수용체가 니코틴을 보충해 달라 뇌에 요구하기 때문에 금단 증상이 일어난다. 이런 신체적 금단 증상은 정신적 금당 증상과 맞물려 담배를 더욱 끊기 어렵게 만든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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