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오랜 연인, 후각에게 묻다

브레인 탐험

브레인 6호
2012년 10월 04일 (목)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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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은 놀라운 존재다. 뇌의 감각 신경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 시각이나 미각, 청각 등의 감각세포들이 모두 그렇다. 시력은 한 번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후각은 다르다. 코 위쪽에 자리한 후각세포는 30일을 주기로 끊임없이 재생된다. 또한 후각은 고대로부터 인간의 생존과 더불어 감정과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고도의 인지 기능에도 밀접하게 관여해왔다. 그녀(또는 그)에게 궁금한 것이 많다.


> 인간에게 냄새를 맡는 것은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일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어떤 냄새를 가진 분자가 공기 중을 떠 다닌다고 치자. 레몬 향일 수도 있고, 나무 냄새이거나 또는 고약한 발 냄새일 수도 있겠지. 어쨌든 냄새 분자는 콧구멍 안으로 들어와 콧구멍 안을 덮고 있는 점액에 녹아 내 안의 금고 방으로 옮겨진다. 나는 거대한 금고를 가지고 있는데, 그 안에는 아주 작은 수용체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500만 개, 개는 2억 2,000만 개의 수용체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자물쇠와 열쇠처럼 제각각 자신에게 맡는 냄새 분자에만 반응을 한다.

> 500만 개 이상의 수용체가 각각 별도의 냄새에만 반응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내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다. 그 종류도 1,000여 가지나 된다. 먼저 냄새를 종합적으로 인지한 후 그에 맞는 하나의 수용체를 찾아내고, 그 결과 그 냄새의 대상을 알아낸다.

> 냄새 수용체가 그렇게 많이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냄새의 인자도 많다는 의미란 생각이 든다.

생태계의 종마다 제각각 내는 냄새가 다르다. 인간도 인종별로, 문화별로 또 개인별로 고유의 냄새를 지니고 있다. 또 감정에 따라서, 건강에 따라서도 고유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직 내가 답변할 부분은 아니다. 어쨌든 세계는 냄새의 인자로 가득차 있고, 고대로부터 생존을 위해 내 역할을 발전시켜왔다. 생태계는 나, 후각을 통해 온갖 정보를 인지하고 구별하는 의사소통의 역할을 해왔다. 단세포 생물에서부터 꿀을 찾는 나비, 벌, 사냥감을 찾는 맹수에 이르기까지 냄새를 통해 정보를 소통한다. 특히 생식에 있어 나의 역할은 지대하다. 인간도 냄새를 통해 누군가를 기억하거나, 냄새를 통해 누군가에게 호감 또는 혐오감을 느낀다. 

> 그러고 보니 시각이 발달하기 전의 아기들이 후각으로 엄마를 알아낸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당신이 언어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나?

언어가 꼭 소리 음절로만 소통되는 것은 아니다. 나뿐 아니라 모든 지각은 대상을 언어적이거나 기호적인 이미지에 재빨리 결부시킨다. 그 과정을 ‘개념화’라고 부른다. 오로지 냄새로만 이루어진 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지각되고 기억된 냄새는 모든 이미지와 연결되고, 대부분 그 이미지를 표현하는 언어와 결부되기 마련이다.

> 아, 그래서 우리가 어떤 냄새를 맡게 되면, 특정한 장소나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인가?

바로 그렇다. 즐거웠던 기억이나 두려웠던 감정도 함께 떠오르지 않던가? 그것은 나의 냄새 감각 신경세포가 기억과 감정, 인지와 관련된 뇌의 영역, 예를 들면 대뇌 피질이나 변연계에 속해 있는 해마, 편도체 등과 같은 동료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같은 냄새에 매번 그 기억을 떠올리지는 않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아무리 강한 냄새라도 일정 시간 동안 지속되면 그 냄새에 대한 정보를 뇌에 보내지 않는다.   

>
음식 냄새를 맡으면 순간적으로 강한 식욕이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런가? 

음식물의 당과 아미노산이 열을 받으면 서로 결합하는데 이때 독특한 향기가 나는 휘발성 화합물이 생긴다. 이 화합물들이 그대들이 ‘맛있는 냄새’라고 인식하는 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입으로 먹은 음식의 맛이 냄새로 저장되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뇌가 나를 인식하는 방식은 전혀 획일적이지 않다. 각각의 수용체들이 경험에 의해 반응하는 냄새 입자를 기억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제각각의 경험은 제각각의 후각 인지를 낳는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은 김치 냄새를 맛있다고 느끼지만, 어떤 나라 사람들은 김치에 버무려져 있는 마늘 냄새 입자에 질겁을 하지 않나? 내가 문화와 교육 환경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 바쁜 중에 시간 내줘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는가?

나는 당신을 잘 안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 그리고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을 기억해뒀다가 상황에 맞게 뇌에 의견을 보낸다.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냄새 인자를 기억했다가 발걸음을 멈추게도 하고, 뇌가 당신의 특별한 기억을 재생하는 순간에도 내가 관여한다. 나는 인류의 사진첩과 같은 감각이다. 나는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쉽게 잊지 않는다. 그러니 나를 지혜롭게 잘 활용해주길 바란다.

글·이영실
miso@brainmedia.co.kr│일러스트·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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