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피질과의 인터뷰

시각피질과의 인터뷰

브레인 탐험

브레인 5호
2012년 10월 04일 (목)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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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처리하는 감각정보의 80% 정도는 시각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라는 말처럼 시각의 상대적인 우수성을 이야기하는 말도 있고, 반대로 시각에 현혹되는 것을 경계하는 말들도 있다. 시각의 숨겨진 비밀들을 대뇌에서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시각피질(visual cortex)에게 직접 들어보자.

시각피질 브라더스의 멤버들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다. 이렇게 많은 구성원들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음, 팬들의 요청이 많은 만큼 시각정보처리는 복잡다단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30개의 영역들로 구성되어 있다. 1차 영역인 V1과 2차 영역인 V2가 메인을 맡고 그 주변에 형태를 주로 담당하는 V3, 형태와 색을 담당하는 V4, 운동을 감지하는 V5(MT) 등 서로 연관된 많은 멤버들이 있다. 시각은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을 평면에 그대로 옮기듯 뇌에 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점 주변에 정보가 집중되기 때문에 눈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순간순간 변화하는 정보들은 먼저 망막의 신경절을 통해 정리되어 대뇌로 보낸다. 더군다나 명암과 윤곽, 색과 음영, 움직임 등의 요소들은 따로 처리된다. 음악으로 이야기하자면 열두 개 정도 다른 악기들의 연주가 각각 전해진다. 우리 그룹은 각각의 연주들을 소화해내 시각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물론 상당수 멤버들의 역할은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시각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시각정보처리란 단순히 사물을 눈으로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왔다.

양쪽 눈에서부터 진화과정에서 오래된 부분인 뇌간의 윗둔덕(superior colliculus)으로 바로 이어지는 시각정보는 다가오는 물체에 대응해서 눈과 몸을 돌리고 초점을 맞추는 등 무의식적인 반사작용을 만들어낸다. 윗둔덕 덕분에 뇌손상으로 시야의 절반이 손상되는 맹시(blind sight)처럼 물체를 제대로 보지 못해도 물건을 잡을 수는 있는 특이한 일이 일어난다.

영장류에서 발달한 새로운 경로는 시상의 외측 무릎핵(lateral geniculate nucleus)을 거쳐 1차 시각영역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다시 측두엽 쪽으로 향하는 배쪽 시각경로(ventral pathway)와 두정엽으로 이어지는 등쪽 시각경로(dorsal pathway)로 나뉜다. 배쪽 경로는 주로 사물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하고 등쪽 경로는 주로 사물의 위치와 어떻게 행동을 할지와 관계된다.

배쪽 경로가 손상되면 잡고 움직일 수는 있어도 그 물건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또한 특정 영역이 손상되면 맡은 역할에 따라 시각정보에 이상이 생긴다. 가령 V4가 손상되면 흑백으로만 보이고 V5가 손상되면 세상이 정지화면들로 보인다.

단순히 사진기처럼 정보를 그대로 뇌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당신들의 역할은 시각정보를 각각의 요소별로 정리하고 종합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되나?

훗, 개런티가 얼만데 그것만 할 수 있나? 두정엽 쪽의 시각피질, 특히 오른쪽이 손상되면 몸의 왼쪽 방향에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는 무시된다. 마치 세상과 몸의 왼쪽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이처럼 본다고 해서 보는 것이 아니다. 본다고 느끼는 것, 주의를 기울이는 감각, 생각을 한다는 것 그 자체에도 우리는 관여하고 있다. 또 역으로 의식과 감정을 시각정보로 바꾸기도 한다.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부분은 이해되지만 어떻게 의식과 감정이 시각정보 자체를 바꿀 수 있나?

V1과 V2가 처리한 작품들은 다른 영역으로 전해지고 역으로 각 영역들의 끊임없는 정보교환과 비평이 이루어진다. 인간의 시각은 생각보다 선택적이며 실제로 사물을 본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인상에 불과하다. 무엇을 보느냐, 무엇 때문에 보느냐에 따라 눈은 다르게 움직이고 최종적인 정보가 달라진다. 우리의 시각은 사물의 정보와 함께 과거의 기억, 상상력, 사물과 사건에 대한 감정과 판단 등 의식적인 부분의 결합이다.

로마의 카이사르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이기도 하다. 반면에 의식하고 있는 시각이 착각하는 부분을 무의식에서는 바르게 처리하기도 하는데 이는 각각의 영역과 경로가 어느 정도 독립해서 기능하고 보완하기 때문이다. 이 바닥이 늘 그렇듯 시각도 여러 영역과 계층의 경쟁과 연합이다.

우리의 시각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착시라는 현상도 우리 뇌가 유연하게 시각정보들의 빈곳을 채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때로는 지나쳐서 환각이 일어나기도 하고 얼굴 인식에 특화된 뉴런들 때문에 구름, 연기, 지형을 보고도 얼굴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각의 이러한 특성은 문명과 예술이 가능하게 만든다. 문자를 인식하는 것도, 선 몇 개로 이뤄진 만화도, 설계도의 입체감도 각각의 점과 선을 종합해서 처리하는 능력 덕분이다. 또 인상파의 점묘법, 모나리자의 미소와 시선, 샤갈의 맑은 청색 같은 미술기법도 시각뉴런과 시각피질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단지 빛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에 지나지 않던 감각이 진화해 이처럼 복잡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놀랍다. 아직 풀리지 않은 시각의 비밀들이 인간 의식의 비밀도 함께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겠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일러스트·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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