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

e-스포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

고려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오경기 박사

브레인 1호
2010년 12월 07일 (화)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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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오경기 박사

요즘은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의 유비쿼터스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회적, 경제적인 배경도 있지만 시간과 장소, 인원과 같은 외부조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접근성, 자기만족감, 즉각적인 상호작용과 같은 게임 그 자체의 매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중독’으로 표현하는 과도한 몰입도 바로 이러한 게임의 ‘재미’ 때문이다.

게임과 대중문화 비판의 근거를 제공하는 ‘사회학습이론’은 선정성, 폭력성을 가진 매체를 보고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한다는 관점이다. 예전에 영화 <친구>를 보고 친구를 칼로 찌른 사건이 있는데 이때 많은 언론에서 이것을 영화의 폐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 영화를 본 다른 많은 사람들은 어떨까?

나를 비롯해 대부분은 예전 학창시절을 아련히 추억하는 것과 같은 건전한 심리적 퇴행을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맛보았을 것이다. 이처럼 욕망이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것을 통해 긴장이 해소된다는 것이 ‘정신정화효과이론’이다. 부작용의 원인을 없앤다고 등급제, 검열로 욕망을 지나치게 억압만 하게 되면 오히려 압력이 높아져 폭발하게 된다.

정신정화이론과 관련해서 폭력적인 게임이 게이머의 분노와 좌절감 및 공격성에 대한 감정을 해소시키고 일상에서의 공격적인 행동을 오히려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또, 가상현실 게임으로 공포증이 있는 환자를 치료한 사례, 학습장애나 행동장애ADHD가 있는 아동들의 치료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사례 등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게임은 양날의 칼이다. 칼날을 쥐느냐 손잡이를 쥐느냐처럼 어떤 것을 선택하고 키우느냐에 달린 것이다.

기본적인 게임을 하는 데에도 두뇌의 다양한 부분들이 함께 작용한다. ‘고스톱’의 경우 패턴을 인식하고 확률을 직관적으로 계산하여 미래를 예측하며 승리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스포츠 종목들은 더욱더 복잡한 기능들을 요구한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기본적인 시각을 맡는 후두엽, 청각능력을 맡는 측두엽, 경계능력과 관련된 편도체 등 뇌의 여러 부분들이 함께 작용하고 여기에 계산능력, 판단능력, 조직화, 공간지각, 손 조작, 전략적 사고능력, 추론과 의사결정 능력들이 필요하다. 프로게이머의 경우 외부 자극을 탐지하고 판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이 빠를 뿐만 아니라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갖춘 운동능력, 공간지각능력, 단기와 장기 기억력,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창의성, 상황예측 등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러한 두뇌와 게임의 작용, 과도한 몰입과 재미의 분석을 위해 게임 심리학, 신경과학, 교육학, 아동학, 체육학, 디자인, 음향학, 색채학 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연구되어야 한다. 게임 중독의 분석조차 아직 설문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게임에 빠지게 되는 기본적인 원인인 재미의 분석에서부터 다양한 분야가 협력해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e-스포츠와 관련 산업은 기존 산업에 비해 무궁무진한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미래의 신산업이 될 e-스포츠와 소프트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학제 간 연구가 필수적이다.

글. 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 사진. 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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