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더 선명한 뇌 사진을 얻을까?

어떻게 하면 더 선명한 뇌 사진을 얻을까?

[브레인 토크]

브레인 16호
2010년 12월 06일 (월)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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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어느 날 뢴트겐이 우연히 X선을 발견하면서부터 인류는 몸을 훼손시키지 않고도 몸속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몸속의 구조를 영상화하는 기술은 각종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대단히 유용하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으며, 지금 우리는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그런 기술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 몸의 여러 부위 중에서도 특히 뇌는 가장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부위기 때문에 영상화하는 데 주요한 초점이 되어왔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사회가 고령화함에 따라 치매나 중풍 같은 노인성 뇌 질환 문제가 부각되면서 뇌 속을 좀 더 정밀하게 영상화하는 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뇌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뇌 속을 직접 찍어서 정밀한 뇌 사진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뇌를 찍는 기기로는 CT(Computed Tomography)나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를 사용한다. CT는 1960년대에 개발된 것으로 X선과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X선이 몸속의 평면 정보밖에 얻을 수 없는 것에 비해 CT는 X선을 물체에 여러 방향으로 쏘아서 투과되어 나오는 평면 영상들을 조합하기 때문에 입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MRI는 1980년대에 개발된 것으로 물체에 있는 수소분자를 한 방향으로 정렬시켜 에너지를 가한 후 반사되어 나오는 일차원 신호를 조합해서 입체 영상을 구성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MRI가 CT보다 영상의 질이 우수하고 훨씬 다양한 종류의 영상 기법을 사용할 수 있어서 정밀한 뇌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주로 MRI를 사용하고 있다.


MRI 영상의 감도를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사용하는 MRI 영상이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뇌를 정확하게 진단할 만큼 충분히 정밀하지는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는 2006년부터 의료영상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조장희 박사를 모셔와 현재 50여 명의 연구진들이 기존 MRI 영상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MRI 영상의 감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MRI에 탑재된 주자장의 세기와 그에 적합한 헤드 안테나 제작 기술이다. MRI에 있는 주자장은 MRI 장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며, 물체에 있는 수소분자를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역할을 한다. 수소분자 정렬이 많이 될수록 MRI 영상에 반영되는 신호가 많아지고, 따라서 영상의 질이 향상된다.

MRI에 탑재된 주자장의 세기와 함께 MRI 영상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주자장 환경에 적합한 MRI용 헤드 안테나 제작 기술이다. 헤드 안테나는 환자가 뇌 사진을 찍기 위해 MRI 안에 들어갈 때 착용하는 것으로, 머리에 에너지를 주고 뇌를 영상화하는 데 필요한 신호를 받는 장치다. MRI 주자장의 세기가 커도 주자장 환경에 맞는 적합한 코일을 제작하는 기술이 없다면 제대로 된 MRI 영상을 얻을 수 없다.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에서는 2005년에 독일의 지멘스Siemens에서 주자장의 세기가 초고자장인 MRI 장비를 도입한 후, 그것에 적합한 헤드 안테나를 자체 개발해서 세계 최초로 초고해상도 MRI 영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그림1-  뇌간 부근의 뇌혈관



그림2- 해마 영역



그림3- 뇌간 부근
자료제공.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초고해상도 MRI와 일반 MRI의 영상 비교


그림 1, 그림 2, 그림 3은 뇌과학연구소에서 얻는 초고해상도 MRI 영상으로, 특히 그림 2와 그림 3은 기존의 영상과 비교해 뛰어난 영상을 보여준다. 뇌 영상의 주요 목적은 뇌 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있다. 그림 1은 뇌졸중과 관련된 영상으로, 뇌간 부근의 뇌혈관을 표시한 것이다. 뇌졸중은 뇌의 혈관성 질환으로 주로 LSA(Lenticulostriate Arteries) 영역의 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데, 그림 1의 왼쪽 그림은 그 영역을 도식화한 것이고, 오른쪽 그림은 뇌과학연구소에서 찍은 뇌 사진이다. 도식적으로 표시한 LSA 영역이 초고해상도 영상에서도 관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는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마 영역이다. 그림 2에서 위쪽은 일반 병원에서 찍은 MRI 영상이고, 아래쪽은 뇌과학연구소에서 찍은 초고해상도 MRI 영상이다. 빨간 원은 해마 영역을 표시한 것이다. 뇌과학연구소에서 찍은 초고해상도 MRI 영상이 일반 병원에서 찍은 영상에 비해 해마 부근을 훨씬 더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림 3은 뇌간 부근의 MRI 영상을 비교한 것이다. 왼쪽은 일반 병원에서 찍은 뇌간 부근 MRI 영상이고, 오른쪽은 뇌과학연구소에서 찍은 뇌간 영역의 초고해상도 MRI 영상이다. 특히 빨간 원 부분은 뇌교 영역이다. 초고해상도 MRI 영상이 뇌 속의 세부적인 정보를 훨씬 많이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뇌과학연구소의 초고해상도 MRI 영상이 기존의 MRI영상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영상이 최적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뇌과학연구소는 영상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그중 MRI 영상의 비균일성은 가장 큰 문제다. 뇌과학연구소의 초고해상도 MRI 영상은 영상의 밝기가 균일하지 않아서 뇌 부위에 따라서 아주 어둡게 나타나는 영역도 존재한다. 이는 주자장의 세기가 큰 환경일수록 두드러지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또한 수소분자의 감도를 좀 더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수소분자의 감도는 영상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뇌과학연구소에서는 코일 제작 기술과 MRI를 영상화하는 방법을 개선하고, 얻은 영상을 영상 처리로 교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뇌 질환은 해당 뇌 부위의 모양과 크기, 기타 특성과 많은 상관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뇌 부위의 해부학적인 정보를 정밀하게 얻을수록 더 정확하게 뇌 질환을 진단할 수 있고, 좀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뇌과학연구소에서 지속적으로 초고해상도 MRI 영상의 질을 향상시켜나간다면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글. 김영보 nuerokim@gachon.ac.kr
가천의과대학교 뇌과학연구소,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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