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에서 뇌과학과 교육 분야에서 이름난 두 석학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첫날은 뇌영상 분야의 최고 석학인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 조장희 박사가 ‘뇌영상을 통한 뇌과학 연구’라는 제목의 강연을 펼쳤다. 둘째 날은 교육정책과 교육행정 분야의 전문가로 한국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윤정일 교수가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전략과 과제’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두 석학의 강연은 각각 뇌과학과 창의적 교육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돕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강연을 통해 연구 활동과 생애 전반을 통해 자신의 뇌를 개발하고 활용한 생생한 경험과 원칙들을 들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두 석학의 이야기를 통해 두뇌 한국의 비전과 창의적 인재양성에 대해 알아보자.
One 테이블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 조장희 박사
뇌과학으로 두뇌 한국의 비전을 세우다
조장희 박사는 암 진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장치(PET)의 최초 개발자로 해마다 노벨상이 발표되는 때가 되면 거론되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세계 과학계를 뒤흔든 그의 뇌영상기기로 촬영한 강의 중간중간의 자료들은 놀라울 정도로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계에서 최초로 7테슬라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단층장치(PET)을 결합시킨 ‘퓨전 뇌 영상’으로 얻어낸 살아 있는 뇌의 모습들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과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1.5테슬라 MRI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뇌혈관을 관찰하고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이 영상들은 5천만 달러를 들여 그의 연구팀이 만들어낸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들은 뇌질환들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뇌에서 기억과 학습의 비밀을 푸는 것이라고 한다.
●●● 감정이 좋은 사회와 뇌과학
선명한 뇌 영상과 함께 그는 먼저 뇌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세계적인 뇌과학자의 강연이니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다행스럽게도 빗나갔다. 번호가 매겨진 뇌의 각 영역들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강의 내내 유머와 재치로 예를 들어 설명해 전문적인 지식들도 쉽게 풀어나갔다. “여기까지 뇌과학 대학원생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의 농담처럼 강연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뇌의 전반적인 처리 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사진을 보면서 조 박사는 뇌의 정보처리를 설명한 뒤 감정과 뇌과학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의 뇌가 분석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감정입니다. 감정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평온한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뇌과학으로 사회적 문제도 풀었으면 좋겠어요. 자기 아이만 공부 잘하게 해서 대학 들어가게 하는 것보다 전체 사회가 잘살게 하는 게 더 좋잖아요? 그런 문제를 생각하는 것도 뇌과학의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 정직한 뇌가 더 효율적
이렇게 본다면 뇌과학은 결국 인간이 자신의 뇌를 잘 쓰고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해결하는 학문이다. 그가 바라본 뇌를 잘 쓰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이 사진들은 PET으로 뇌가 포도당을 얼마나 쓰느냐 하는 것을 본 것입니다. 수학문제를 줬을 때 A라는 학생은 포도당을 이렇게 많이 쓰고 B는 적게 이렇게 써요. 그러면 누가 더 수학에서 머리가 좋을까요? 문제를 푸는 데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뇌가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의 뇌입니다. 잘하니까 쉽게 하기 때문이죠. 못해서 막 머리를 쓰니까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입니다. 효율적인 뇌는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조 박사는 효율적인 뇌에서 정직이 가장 먼저라고 말했다. “거짓말 하죠? 거짓말하면 다시 질문이 오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니까,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제대로 말하는 사람, 정직한 사람은 그냥 말을 하면 되죠. 정직하게 살아서 정말 필요할 때 진짜 머리를 쓰는 게 효율적입니다. 정도正道를 가면 정말 필요할 때 뇌가 에너지를 쓸 수 있어요.”
그는 과거 스웨덴 후배한테 꼼수를 가르치려다 스스로 부끄럽게 여긴 일을 이야기하며 사회적인 효율도 정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밤 12시가 돼서도 차가 꽉 차 있어요. 그런데 선진국에서는 전부 쉬고 하는데도 잘삽니다. 그걸 보면 우리는 헛일 하고 있는 거죠. 우리는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정직한 사회가 되면 쓸데없는 일을 할 필요가 없죠.”
●●● 세계에 공헌하는 두뇌
그는 퓨전 뇌영상 연구로 세계가 놀라는 뇌과학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40년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연구한 그의 바람은 단순히 뇌의 비밀을 풀고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의 이득이 있을 것인가 묻는 질문에 그는 답했다. “예전에는 실험용 영상을 만드는 데 2시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연구원들이 그것을 10분으로 줄였어요. 얼마나 많이 공헌했습니까?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세계에 거저 나눠줬어요. 사람들이 미쳤다고 그랬죠. 그런데 우리가 베풀 때가 되지 않았나요? 베풀 때 우리가 자랑스러운 나라가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로열티는 잊어버리라고 답하는 그는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정직에 바탕을 둔 사회, 세계 과학계에 공헌하는 사회, 효율성에 바탕을 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인 것이다. 강의 도중 그는 인간의 육체는 뇌의 도구에 불과하다며 뇌의 건강, 마음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에 공헌하는 사회를 만들기 노력하고 스스로 그러한 뇌를 만들어가는 그가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학자인 것도 당연한 일이다.
글. 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 사진. 강미진 | 촬영협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