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본 '옴니보어' 현상

뇌과학으로 본 '옴니보어' 현상

옴니보어는 소비트랜드를 넘어 '공존으로의 진화' 현상

현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오른 '옴니보어(Omnivore)'는 단순한 '잡식'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문화와 취향, 가격대, 세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유연한 소비 성향을 의미한다.

이들은 고가와 저가, 전통과 현대, 대중과 하이엔드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어떤 때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즐기고, 또 어떤 때는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샤넬 핸드백을 메면서 이마트 가방을 가지고 다닌다.

이러한 현상을, 겉모습을 넘어 뇌의 작용이라는 깊은 차원에서 다시 들여다보자.


▲ 뇌과학으로 풀어본 옴니보어 현상


옴니보어의 핵심, 전두엽 - 유연성의 뇌, 

옴니보어적 사고와 행동은 뇌의 전두엽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두엽은 인간의 고등 사고를 담당하며, 판단력, 자기통제력, 창의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지 유연성'을 조절하는 부위다. 인지 유연성이란 고정된 사고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다양성을 수용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옴니보어 소비자는 이러한 유연한 뇌의 특성을 기반으로 ‘틀에 박히지 않은’ 선택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새로운 조합에서 오는 쾌감, 도파민 보상회로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거나 시도할 때, 뇌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는 쾌감과 보상을 담당하는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한다. 옴니보어 소비자들은 기존의 전형적인 소비 패턴보다 새로운 조합, 의외의 조화에서 더 큰 만족을 느낀다. 이는 기존의 선호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창의성에서 오는 기쁨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다양성을 배우는 뇌, 신경가소성

옴니보어 성향은 단지 기질이 아니라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과도 연결된다. 이는 뇌가 외부 자극과 학습에 따라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새롭게 연결되는 능력이다. 다양한 콘텐츠, 문화, 제품에 노출되며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뇌의 시냅스 연결망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새로운 취향과 사고방식을 학습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옴니보어 소비는 뇌를 더 유연하고 창조적으로 성장시키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감성의 진화, 뇌의 확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뇌의 유연성과 다양성의 수용이 단지 ‘개인적 만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옴니보어 소비자들은 타인의 취향과 문화, 세대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지닌 경우가 많다. 이는 다름에 대한 두려움보다, 다름을 통한 공존의 가능성을 더 크게 인식하는 뇌의 작용과 맞물려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옴니보어 소비자들이 무의식중에 실천하고 있는 삶의 방식 속에 공존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신재한 교수는 "다양한 세대와 문화, 브랜드와 취향을 수용하고 교차하며, 서로의 차이를 위협이 아니라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그것이 바로 21세기형 홍익정신의 뇌, 옴니보어 뇌"라 이야기 한다.

옴니보어는 단지 소비자의 성향이 아니다. 그것은 '감성의 진화, 뇌의 확장'이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 우리는 뇌과학을 통해 인간의 소비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서 인간다움과 공존의 정신까지 함께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여정의 중심에는 다름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우리 모두의 뇌’가 있다.


글. 장인희 객원기자 heeya7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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