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존주의적인 관점으로 조현병을 분석하고 연구한 고전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 분야에서 널리 알려지고 자주 인용되는 세계적인 연구자인 로널드 데이비드 랭(R. D. Laing, 1927~1989)의 대표작 《분열된 자기》는, 1960년 첫 출간 이후 조현병 연구는 물론 정신분석학 연구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 책이다. 정신분석학 연구에 중요한 저작으로 인정받는 로널드 랭의 《분열된 자기》는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다.
랭은 《분열된 자기》를 통해 정신의학적 도움을 구하려고 찾아온 사람들을 단순히 어쩔 수 없는 환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와의 관계에서 불화’를 경험하고 ‘자신과의 관계에서 분열’을 경험한 사람으로 이해하자고 제안한다.
“‘조현성schizoid’라는 용어는 두 가지 주된 방식으로 경험의 총체가 분열된 개인을 가리킨다. 먼저, 그 개인이 세상과 맺는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다음으로, 그 개인이 자신과 맺는 관계의 붕괴가 일어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타인들과 ‘함께’한다고 느끼거나 세상 ‘속에서 편안하다’고 느낄 수 없다. 이들은 자신이 절망적 고립과 소외에 빠졌다고 느낀다.”
랭의 이러한 접근법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그 당시의 관점으로 볼 때 혁명적인 인식 전환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분열된 자기》의 국내 출간을 바탕으로 조현병 연구는 물론 정신병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을 기대한다.
《분열된 자기》는 정신의학적 주제를 넘어, 존중과 배려의 태도로 모든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세계 속에서 각자의 경험을 존중하는 것이다. 《분열된 자기》에 담긴 이러한 메시지야말로 조현병과 정신의학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이 전공자들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출간된 지 60여 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사건이 늘어나면서 조현병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조현병 환자들의 사건으로 조현병에 걸린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조현병 환자는 물론 그 가족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부당한 일이다. 전체 인구의 1퍼센트가 일생 동안 조현병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한다면 조현병은 적어도 50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국민과 그 가족이 겪는 아픔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조현병 환자와 가족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조현병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브레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