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다른 곳이 이상이 없어도 뇌에 문제가 생기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뇌가 우리 몸과 마음을 관장한다. 뇌가 우리를 만들고 규정하며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의 뇌를 잘 알지 못한다.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는 “사람의 신체 가운데 과학적 해명이 제일 늦은 곳이 뇌”라며 “앞으로 기초과학이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분야는 ‘뇌’와 ‘우주’일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뇌 연구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이들은 그때부터 인지와 감정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냈다. 19세기 초반에는 두개골 형태로 사람의 성격이나 지능을 알 수 있다는 골상학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그 시기 과학자들은 이미 뇌의 형태와 뇌 세포, 뇌의 영역별 기능도 알고 있었다. 현대에 이르자 뇌 연구 방법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와 달리 살아 있는 뇌를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반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컴퓨터단층촬영법 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 PET, 자기공명영상 MRI 등이 발명되고 실험심리학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뇌의 신비를 푸는 데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신비에 싸인 뇌. 뇌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연구가 1990년대에 전 세계에서 단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4월 브레인 프로젝트인 ‘Brain Initiative’라는 대규모 뇌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3조 5천억 원을 투자하여 뇌를 연구한다. 이 뇌 연구 계획은 뇌에 관한 인간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과학, 철학, 의학 등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오랫동안 노력한 끝에 현재 우리는 뇌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뉴런은 한 사람의 뇌에 평균 약 천억 개가 있으며, 이것이 전기화학적 신호를 전달하는 덕분에 우리가 움직이고 생각하고 숨 쉴 수 있다. 감정의 인식과 반응에 둘레계통에 있는 주요 요소들이 핵심적으로 관여한다. 앞이마겉질의 억제 메커니즘 발달이 뒤쳐져 있어서 십대들의 행동이 종잡을 수도 걷잡을 수 없다. 우리 뇌가 사건 발생 시기를 생각할 때 기억의 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는 이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뇌과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상식도 풍부해졌지만, 뇌에 관한 오해나 헛소문 또한 여전히 넘쳐 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영화, 드라마 등이 기억상실증의 증상을 부정확하게 묘사하고, 보통 여자와 남자의 뇌가 다르며 각자 잘하는 일도 다르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두뇌체조는 간단한 운동으로 뇌 부위의 신경회로를 다시 구성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무려 90여 개 국가에서 학교 교육에 이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사이비 과학이라고 평가한다.
인지신경과학자인 캐서린 러브데이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 교수는 오랜 연구와 임상 경험에서 나온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이런 근거 없는 뇌과학 미신의 오류를 바로잡고, 첨단 기술을 이용한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한 정확한 뇌과학 정보를 전한다. 캐서린 러브데이 교수의 책 The Secret World of the Brain를 번역하여 행성B이오스가 《나는 뇌입니다》(김성훈 옮김, 행성B이오스)를 펴냈다.
뇌의 발달과 노화 과정, 손상된 뇌의 특징, 기억의 생성과 저장, 뇌와 수면, 언어 습득과 발화, 음악의 영향, 스트레스의 조정, 시간의 인지 등 일상생활을 넘어 인생의 탄생부터 황혼기에 이르는 삶 자체를 좌우하는 뇌의 일에 관한 지식을 이 한 권의 책에서 아우르고 있다. 생생한 컬러 사진, 그림과 흥미로운 관련 사례들을 보며 독자들은 한층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기능이 얼마나 정교한가에 따라 뇌의 역할이 갖는 중요성이 달라지며, 뇌 역시 복잡해진다. 그래서 마치 거대 기업의 운영을 전문경영인이 도맡듯이, 뇌도 우리 몸과 마음을 총괄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감정, 기분, 인지, 지각, 성격, 성향 모두가 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다. 우리를 규정한다는 마음이나 정신이 있는 곳도 바로 뇌이다. 결국 우리를 우리 자신이게 만드는 것은 바로 뇌인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뇌에 관해 고도로 정밀한 해부학적 지식을 추구하며 서로 다른 기능에 대응하는 뇌 영역이 어디인지 찾고자 한다. 다시 말해, 사람의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 속속들이 알아내려 하며, 언어능력과 관계있는 영역은 어디이며 수면이나 각성을 조절하는 영역 등은 어디인지 알고 싶어 한다. 이것은 단순히 조현병, 치매, 자폐증 같은 신경정신과적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다. 이런 연구의 저변에는 뇌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지 알면 곧 나를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뇌를 탐구하는 것이 곧 나를 탐구하고 성찰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뇌를 알면 알수록 나를 둘러싼 주변 세계에 관한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은 뇌의 전반에 관해 알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한 ‘브레인 교양 프로젝트’이다. 작은 우주, 뇌의 신비를 밝히는 여행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것이다.■도서 정보
제목 : 나는 뇌입니다
저자 : 캐서린 러브데이 역자 : 김성훈
출판사 : (주)행성비이오스
2016년 11월 8일 발행
152*225/ 332쪽/ 값 17,000원
ISBN 979-11-87525-08-0 (03400)
분야 : 과학>교양과학>뇌과학목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행성비이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