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가 있던 날, 정리컨설턴트 윤선현 대표가 SBS-TV ‘좋은 아침’에서 탤런트 이하얀 씨의 집을 정리해준 것이 화제가 되어 인터뷰 중에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최근 정리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윤선현 대표는 그 자신이 정리를 통해 인생역전을 이룬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선현 대표는 정리컨설턴트이기 이전에 본인이 정리를 통해 인생의 가장 큰 변화를 맛본 정리 예찬론자이다. 잘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창업한 지 2년 만에 《하루 15분 정리의 힘》으로 정리 열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고, 지금은 국내 1호 정리컨설턴트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10년간 직장에서 시간과 인맥, 공간 정리의 다양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일을 잘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익혔던 업무 노하우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인 셈이다.
“한때는 나도 정리 못했던 사람”
지금은 정리의 달인이라는 얘기를 듣지만 사회 초년생 시절, 그는 어지간히 정리를 못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정리컨설턴트가 됐을까?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저도 정리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정리를 못했다기보다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죠. 직장을 다니면서 비로소 정리가 절실해졌어요. 제한된 시간 안에 원하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매일 밤을 샜지요. 동료들이 출근해서 저에게 건네는 아침인사는 “또 밤 샜어?”였어요.
일을 더 잘하고 싶고, 빨리 경험을 쌓아서 내 사업을 하고 싶은데 성과를 내려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참 많았어요. 보고서도 작성해야 하고, 영업도 해야 하고, 시간관리도 해야 하고…. 그런 업무 노하우를 하나씩 축적하다 보니 결국 그것들이 ‘정리’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귀결되더라고요.”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 시작한 정리법이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2002년에 《단순하게 살아라》를 읽으면서 했다.
“로타르 J. 자이베르트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저자의 직업이 인생 관리 전문가예요. 인생을 관리해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저 또한 사람들의 인생에 관심이 많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에, 정리 노하우를 가지고 사람들의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생겼어요. 정리 노하우가 어떻게 사업이 되겠느냐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지만, 8년 후 결국 정리컨설팅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표에 대한 간절함이 정리를 하게 한다
대부분 ‘정리’라고 하면 사용하지 않는 물건 버리기, 수납 아이디어로 공간 정리하기 정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윤 대표는 그러한 정리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정리는 단순히 수납과 공간 정리가 아니라 인생의 질서를 만드는 행위이다.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먼저 공간과 시간, 인맥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리컨설팅을 하면서 정리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정리 방법을 모른다기보다 정리를 해야 하는 동기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한마디로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은 인생에 대한 자기주도력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반면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있고, 삶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의식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리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공부도 해야 하고, 시간관리도 해야 하고, 관계 정리도 해야 하니까요. 말하자면 자기 인생에 대한 간절함이 정리를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는 컨설팅을 할 때도 단순히 물건과 공간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도록 마음을 쓴다. 그러려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가진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과거를 알 수 있고, 현재를 알 수 있고, 심지어 미래까지 읽을 수 있어요. 한 사람의 인생은 그가 살고 있는 공간과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 결정하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 공간과 사무실에 만족을 못해요. 왜 그럴까요? 그 공간에 있는 물건이 문제고,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고, 그 사람이 쓰는 시간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정리컨설팅은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

그는 정리의 핵심은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데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버리려고 해도 무엇부터 버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는 잘 버리려면 결국 자기 인생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 인맥을 정리하면 인생은 놀랄 만큼 단순해지고, 그토록 바라던 삶 속으로 성큼 진입할 수 있게 된다고.
“고객을 상담하다 보면 사람마다 정리가 안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옷이나 책, 그릇 등 유독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로는 최상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하면서 정작 물건은 낡고 질 나쁜 것만 쓰는 사람도 있어요. 값지고 좋은 물건은 상자 속에 고이 모셔둔 채 말이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우선 만족을 주지 못하는 물건을 버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만족스러운 물건들로 채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윤 대표의 정리컨설팅은 정리를 잘 못하는 고객들을 대신해서 물건을 버리고 정리해주는 일이 아니다. 그는 고객 스스로 정리를 통해 인생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큰맘 먹고 컨설팅을 의뢰했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아무 소용없지 않을까? 기자의 물음에 그는 정리컨설턴트는 ‘정리 대행’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객 중에 교수님이 한 분 있었어요. 직장 때문에 일곱 살 난 딸아이와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데, 딸아이가 장난감으로 온 집안을 어질러놓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컨설팅을 의뢰해왔어요. 우리 팀이 정리컨설팅을 끝내고 나자 교수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이가 장난감을 수납함에 넣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거예요.
우리가 한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아이가 장난감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것, 즉 시스템을 제공한 것뿐이거든요. 대부분의 가정에서 정리가 안 되는 이유는 이처럼 물건을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 교수님은 그동안 아이가 산만하고 정리를 잘 못해서 집이 어질러졌다고만 생각했던 거죠.”
그는 정리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고객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도록 최적의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했다. 고객이 처한 환경과 라이프스타일, 가치관과 미래의 계획에 따라 시스템을 만들고, 물건을 배치해주고, 시스템에 해당되지 않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면 누구나 공간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의 구조와 자리 배치, 동선 등 업무 공간을 적절하게 정리하면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무엇보다 불필요하게 누수되는 제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은 삶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환경 탓, 사람 탓만 하며 만족스럽지 않은 삶을 계속 살아갑니다. 하지만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지금 쓰고 있는 낡은 물건들, 정리되지 않은 공간, 불필요하게 흘려버리는 시간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삶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정리하는 데 하루 15분이면 충분합니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사진·박여선 Pys03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