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유래없는 폭염과 올림픽으로 잠 못 이룬 밤이 많아지고 있는 8월이다.
푹푹 찌는 더위에 샤워도 해보고, 시원한 수박도 먹어보고, 에어컨도 틀어보지만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밤을 꼴딱 새는 날도 많고, 잠이 들어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여 다음날 일어나면 몸이 찌뿌둥하고 찜찜해서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어떻게 하면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 속에서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잠은 하루 중 쉼 없이 움직이던 뇌와 신체를 쉬게 하는 것 외에도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잠은 인체 건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생리현상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 잠은 무조건 아무 때나 많이 자는 것이 우리 몸에 좋을까? 물론 아니다. 많이 자는 것보다는 자정 전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물에게는 서캐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이라는 생체시계가 있다. 이 생체시계에 따르면 자정에서 새벽2시는 림프구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대이다. 따라서 이 시간대에 잠을 자면 면역력이 향상된다. 그리고 새벽 2~3시는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시간이다. 이때 잠을 자면 망가진 세포를 복원할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도 자시(子時 밤11시~1시)와 축시(丑時 새벽1시~3시)에는 담경(膽經)과 간경(肝經)이 흐르는 시간대로 이 시간에 담경과 간경이 몸의 독소를 제거하여 면역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물질을 생성하여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 준다. 이 시간에 잠을 자지 않으면 담경과 간경의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양생(養生)을 위해 자시 이전에는 꼭 잠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면서 밤에도 활동할 수 있게 되어 늦은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인체가 자연적으로 면역력을 회복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져도 이렇게 인체의 자연적인 생체리듬을 무시하는 생활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건강은 결코 좋아질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이 의학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져도 질병은 점점 더 늘어나는 이유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아무리 일찍 잠에 들고 싶어도 푹푹 찌는 더위 때문에 잠을 쉽게 못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어찌하란 말인가? 더운 여름밤에 좀 더 쉽게 잠을 이룰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 숙면을 위한 잠자리 환경 만들기
우선 잠자리 환경이 중요하다. 잠을 자려면 체온이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안되기 때문에 날씨가 너무 덥다면 에어컨을 적당히 틀어 주변 온도를 낮춰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에어컨을 밤새도록 틀고 너무 온도를 낮게 하면 생체리듬에 맞지 않아 오히려 숙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되므로 반드시 적당한 온도[25~26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푹신푹신한 침대와 면이불은 보온성이 좋기 때문에 여름에는 더위를 쫓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딱딱한 온돌 바닥에 얇은 모시이불이나 대나무 돗자리를 깔고 자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된다.
◎ 시원한 한방차 '생맥차' 로 원기 충전
먹거리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갈증을 해소하고 원기를 북돋아 주는 ‘생맥차’를 소개한다. 생맥차는 인삼 맥문동 오미자 꿀로 이루어진 한방약차로 여름철 원기가 떨어지고 입맛이 없을 때 아주 유용한 처방이다.
인삼 맥문동 오미자를 4:2:1의 비율에 물 2~3리터를 넣고 끓인 다음 냉장고에 식혔다가 꿀에 타서 시원하게 마시면 여름철 갈증해소와 원기회복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꿀이 잘 안 맞으면 꿀 대신 감초와 대추를 적당히 섞어 위의 세 가지 약재와 같이 끓여도 무방하다.
◎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생체리듬 조절하기
마지막으로 잠자기 전에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스트레칭으로는 방광경을 자극해 주는 굴렁쇠동작과 상체로 몰린 에너지를 하체로 내려 숙면에 도움이 되는 발끝부딪히기를 소개한다. 방광경은 인체의 뒷면을 흐르는 경락으로 이 경락이 자극되면 무서운 장면을 보면 등골이 오싹해지듯 몸에 냉기가 흘러 더위를 쫓아주고 원기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발끝부딪히기는 낮동안 상체로 몰려 있던 에너지를 하체로 내려 주어 뇌세포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수면 시에 활동하는 간담경을 자극해서 수면 중 면역력 회복과 에너지 재충전에 도움이 된다.
날씨가 아무리 무더워도 인체의 생체리듬이 잘 돌아갈 수 있게 생활패턴을 조금만 조정해 주어도 우리 몸은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열대야가 지속되는 여름밤 내 몸의 생체리듬을 잘 살펴 편안한 잠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글. 장윤혁 두뇌전문 BR브레인한의원 원장
한국뇌과학연구원 학술이사
국제뇌교육협회 연구이사
한방피부과학회 정회원
대한수면연구학회 정회원
대한한의통증제형학회 정회원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졸업